뇌병변장애 재원이의 아홉살 인생

신암초, 수술비 종잣돈 마련... 동참 기다려

등록 2013.12.16 16:19수정 2013.12.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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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말은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집중해야만 소년의 아홉살 인생을 만날 수 있었다.


분명치 않은 발음으로 한참을 애써서 하는 말 속에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솔직함이 묻어난다.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해 어딘가에 몸을 고정시켜야 하지만, 늘 환한 미소로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환하게 밝혀주는 명랑함에 기분이 좋아진다.

 한재원
한재원장선애
소년의 이름은 한재원, 예산군 신암초등학교 2학년이다.

뇌병변장애 1급인 재원이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전혀 움직일 수 없는 불편한 몸으로도 학교생활이 즐겁기만 하단다.

"우리 반 친구들이 잘 도와줘요. 특히 하영이가 잘해줘요"

일주일에 1/3 정도는 2학년 같은 반 친구들과 통합수업을 하고, 그외 더 많은 시간들은 특수학급에서 담당 선생님과 함께 생활한다.


특수학급 정상수 교사는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선생님 모두 재원이를 장애아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도움이 필요한 친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재원이만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도 배우는 것이 많죠"라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12일 오전, 재원이는 책꽂이에 책을 꽂는 수업을 하고 있었다. 눈과 손의 협응력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는데, 처음 입학할 때보다 놀라울 정도의 발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뇌병변은 뇌손상부위를 회복시켜주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특수학급에서 받는 수업은 교과 목적만이 아니라, 치료와 연관된 기능중심의 훈련이 많다. 방과후에는 치료기관에 가서 재활치료를 받는다.

 한재원
한재원장선애

재원이의 아버지는 한달이면 50여만 원이 드는 재원이의 치료비와 다섯명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어머니는 재원이를 돌보느라 무리를 하다가 지난해 허리디스크 수술을 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재원이가 오랜 시간 휠체어 생활을 하다보니 골반이 틀어져 고관절수술을 하지 않으면 고통과 기형이 발생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의사는 앞으로도 커가면서 생장점이 틀어져 관절통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몇차례 더 수술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1000만 원이 넘는 병원비 때문에 미루고 있는 재원이의 수술을 위해 학교가 먼저 나섰다.

신암초등학교 전교생과 교직원, 학부모회, 총동창회 등 모든 구성원들은 11월 29일에 열렸던 학예발표회를 시작으로 12월 13일까지 모금운동을 벌여 228만5270원을 모았다. 이 성금은 이달 말 종업식에서 장학금 형태로 재원이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재원이는 내년 2월 서울대 병원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두 차례 수술을 받아야 한다.

김종래 교장은 "신암초 교직원, 학부모, 학생들이 하나로 뭉쳐 진실된 마음으로 의미 있는 일을 이뤄냈다. 중증장애와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늘 명랑하게 생활하는 재원이가 하루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따뜻하고 아름다운 손길이 많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수학급 방과후 수업으로 진행되는 과학시간이 제일 재미있다는 재원이는 나중에 커서 선생님이 되고 싶기도, 아빠처럼 치킨집 물품배달을 하고 싶기도, 소방관이 되고 싶기도 한, 말그대로 '꿈나무'다. 매일 꿈이 바뀐다는 재원이에게 세상은 참 하고 싶은 게 많고 신기하기만한 좋은 곳이다.

재원이가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는 기자에게 "저 신문에 언제 나와요? 저 신문에 처음 나와 봐요"라고 물었다. 재원이는 자신의 얼굴이 신문에 실리는 것이 그저 즐겁기만한 아홉살 소년이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이웃돕기 #뇌병변장애 #한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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