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파업, 마비사태 조짐…일촉즉발 긴장상태

인천공항지부 전 조합원 사직서 위임, 전 사업장 전면파업 예고

등록 2013.12.16 21:01수정 2013.12.1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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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부터 시작한 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조성덕 지부장, 이하 '인천공항지부')의 무기한 파업이 10일째로 접어들었다.

인천공항지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공항지부가 전 조합원 파업을 예고해 최악의 여객대란 사태가 우려 된다. 인천공항에는 파업 이후 가장 높은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16일 인천공항지부는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청사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인천공항지부는 "인천공항공사가 여전히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시간 끌기로 노조 와해를 노리고 있다"며 "17일 이후 전 조합원이 더욱 강도 높은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지부는 공항외곽경비를 맡고 있는 특경대지회, 여객터미널 시설유지와 관리를 맡고 있는 설비지회,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환경지회, 비행기가 이착륙 시 여객터미널과 비행기를 이어주는 탑승교운영지회, 탑승교장비를 유지 관리하는 탑승교설비지회, 인천공항 내 각종 승강장비 운영을 맡고 있는 승강설비지회, 교통센터 등 여객터미널 외 공항관련 건물관리를 맡은 부대교통지회, 공항 내 소방대인 소방지회, 인천공항 내 도로시설 유지보수를 맡은 토목지회, 인천공항 내 셔틀버스 운전기사로 구성 된 셔틀버스지회, 인천공항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기를  관리하는 전력지회, 공항세관이 원청인 세관지회로 구성 돼 있다.

인천공항지부가 예고한 전면파업은 현재 파업중인 환경지회, 설비지회, 탑승교지회, 소방지회 뿐만 아니라 나머지 8개 지회의 파업 동참을 뜻한다. 인천공항지부 조합원 1800여 명은 조성덕 지부장에게 사직서를 위임한 상태다.

인천공항지부는 지부장이 전면 파업을 결정하면, 필수유지인원도 업무를 중단하고 파업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지부가 12개지회가 전면파업을 결행할 경우 인천공항이 마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전망이다.       

인천공항지부는 전면 파업에 당초 근속수당 4만 원과 명절수당 기본급의 50% 도입, 고용보장, 교대근무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공동 TF팀 구성, 단계적 정규직 전환을 위한 정부-국회-공사-노조 간 공동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인천공항지부는 당초 이렇게 4가지 핵심 사항을 요구했으나 현재 2가지를 요구하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 인천공항지부는 근속수당 월 2만원 과 명절수당 20만 원 도입,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지부의 요구에 대해 지난 12일 이들을 직접 고용하고 있는 하청업체를 통해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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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파업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는 핵심요구사항 전달을 위해 16일 인천국제공항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공사가 들어서는 있는 정부합동청사 진입을 시도했다. ⓒ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


인천공항비정규직 6000명, 1년마다 재계약

인천공항지부가 요구하는 고용보장은 '원청인 인천공항공사가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을 때 계약조건에 100% 고용승계와 보장을 명시'하는 것'이다.

이런 요구에 대해 인천공항공사는 '실질적인 사용자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서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즉, 계약서에 이를 명시할 경우 인천공항공사가 하청업체의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고, 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로 확인되거나 비춰질 수 있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인천공항공사는 "고용 및 임금, 노동조건이 저하되지 않도록 노력이라고 문구를 수정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기존인원 미채용 시 사유를 제출토록 하여 기존인원 승계를 유도 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지부 신철 정책국장은 "노력, 유도 이런 식의 답변으로는 현실을 개선할 수 없다. 업체 변경 시 고용이 승계되지 않는 노동자가 단 1%만 있어도 하청업체가 이를 이용해 불안 심리를 조장하고 노노갈등을 유발하며, 오히려 임금과 노동조건의 후퇴에 악용되는 사례가 되고 만다"고 비판했다.

현재 인천공항공사가 하청을 주고 있는 업체는 약 46개다. 업체마다 계약시기가 다르지만, 보통 3년 단위로 1차 계약을 맺고, 3년이 지나면 2년 추가 연장계약을 맺고 있다.

하청업체는 5년마다 경쟁 입찰에 나서는 셈이고, 계약에 낙찰되면 다시 5년을 보장받는다. 반대로 입찰에 떨어지면 다시 5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 경우 하청업체 노동자는 1년마다 고용계약을 맺는다. 예를 들어 탑승교지회 A씨가 5년 동안 B탑승교운영업체와 매년 고용계약을 맺었는데, B가 탈락하고 C가 선정 되면 A씨는 C업체와 다시 1년 단위로 고용계약을 맺어야 한다. 단, C업체가 A씨를 재고용 했을 때 그렇다.

인천공항공사 하청업체의 평균 재고용율은 약 98%다. 100명 중 98명이 재고용 되고 있다는 것으로, 이 2%가 악용되는 사례가 있기에 인천공항지부는 하도급 계약 시 계약서에 100% 고용승계와 보장을 명시하자는 것이다.

인천공항지부 신철 정책국장은 "'2% 부족'은 노조가입과 활동을 방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재계약 시 특경대지회에서 7명이 해고 됐다. 1명 빼고 다 노동조합 간부였다."며 "또 노동조건과 임금조건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5년 계약 후 신규업체가 들어올 때 현장에 소문을 흘린다. '우리는 데리고 들어갈 사람이 있으니 몇 명이 빠져야 한다.'는 식의 소문이다. 비정규직의 하청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재계약 해준다는 고용협박"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국가계약법상 근속수당 수용곤란"

인천공항공사는 근속수당 도입에 대해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는 "공사와 협력사의 관계는 도급계약을 체결한 경우로 도급금액 결정은 국가계약법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근속수당 도입은) 국가계약법 상 계약변경의 사유에 해당 되지 않으며, 공사가 근속수당 지급 등을 이유로 계약을 변경하는 경우 실질 사용자로 오해받을 수 있어 수용곤란 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절휴가비 도입에 대해서는 '이미 하청업체에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는 만큼' 이 역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근속수당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인천공항에는 13년일한 비정규직도 있고, 8년 일한 비정규직도 있으며,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비정규직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1년마다 다 똑같은 신입사원이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은 명절에 참치세트와 비누세트를 받는 게 고작이다.

반면, 인천공항공사 정규직노동자 900여명은 2011년 한해에만 1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고, 2012년에는 1900만원을 받았다.

인천공항지부 신철 정책국장은 "8년, 10년 일을 했다면 그 만큼 그 분야에 숙련된 노동자들이다. 그것을 인정해 달라는 게 근속수당인데 지금은 전혀 없다. 1년에 2만원씩 도입하자는 것이다. 근속기간 만큼 수당을 책정해주면 일할 맛도 생기고 소속감도 높아져 인천공항의 서비스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공사는 계속 국가계약법상 어렵다는 데 법에는 도입하라고도 명시 안했지만 하지 말라고도 안했다. 또 이미 서울시 다사콜센터가 이를 도입해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2일 내부감사 부문 최우수 기관상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2013년 한해에만 '컨설팅 감사를 집중 시행해서 사업비 예산 261억원을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인천공항지부가 요구하는 데는 약 14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인천공항지부는 17일 오전 11시께 인천공항청사 앞에서 조합원들이 조성덕 지부장에게 위임한 사직서를 인천공항공사 사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조성덕 지부장은 "16일 현재 인천공항공사가 파업 중인 우리 조합원들에게 에어사이드 출입을 정지시킨 만큼 우리 노조 전 조합원의 업무거부는 시간문제"라며 "현재 500여명이 파업 중이다. 인천공항에서 1800여명 전 조합원이 업무를 중단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판단하기 바란다.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면 기꺼이 벼랑 끝으로 떨어지겠다. 그러나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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