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홍수... 진짜 인문학은 실종됐다

자존심 그리고 자존감을 통한 인문학 교육에 대한 고찰

등록 2013.12.21 22:38수정 2013.12.2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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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꿈꾸는 우리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가치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요즘 가장 대두되는 가치는 '소통'인 것 같다. 단적인 예로 소셜 네트워크의 사용이 빈번해진 세태를 보면 쉬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활용하여 내(또는 네)가 어디에 있든 나는 너와 함께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암시한다.

이러한 소통창구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우리가 소홀히 여겼던 학문에까지 우리의 관심이 미치게 되었다. 소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인문학은 바로 그 수단이 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인문학(人文學)은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학문 분야를 말한다. 다시 말해 '인간' 탐구를 주로 하여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다루는 학문이다. 소통을 위해서는 인간 그리고 인간 문화를 자세하게 앎으로서 인문학을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존심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인문학의 가치 훼손

 최근 쏟아져 나오는 인문학 입문 서적을 통해 인문학의 부흥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인문학 입문 서적을 통해 인문학의 부흥을 쉽게 알 수 있다. 더좋은책·웅진지식하우스·RHK

지난 1년 간 많은 사람들은 인문학 강좌와 서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문학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인문학이 진정으로 우리의 삶 속에서 발전적인 학문으로 자리잡고 있는가의 질문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생긴다.

이 글의 도입부에 말했듯이 인문학의 부흥 역시 인문학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잘 소통하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구에서부터 비롯됐다.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우리들은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 또한 가지고 있다.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 곧 이는 지적 과시욕으로 연결된다. 직장인들 사이의 인문학 열풍은 구체적으로 배운 내용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단순하게 인문학 강의를 듣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데 그친다.

과시욕은 타인에게 나를 특화 시킬 수 있는 태도다. 특히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해서는 인간은 자존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존 허셀은 "자존이야 말로 모든 미덕의 초석"이라는 말로 자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자존심의 사전적인 의미는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다. 곧, 자존심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있을 때 발생하는 마음이다.


부정적으로 보면 자존심을 가진 우리는 경쟁 사회에서 끊임없이 남과 비교해 우리의 가치를 찾으며 패배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끝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성인이 된 후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체득되는 양식이다. 경쟁 사회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아이들은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며, 학교와 가정 교육을 통해 오로지 승리와 성공만이 최고의 가치임을 배운다.

이러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존심이 제일 중요한데, 여기서 문제는 인문학도 자존심을 내 새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인문학의 근원적인 목적을 잃어버리는 병폐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잘못된 인문학 교육으로 진정한 인문학의 실종

이러한 마음 가짐의 영향 때문일까. 인문학 교육의 방향도 인문학이 고수해야 하는 가치에 역행하고 있다.

가장 첫 번째 사례로, 대학생들의 깊이 있는 사고를 위해 순수 인문학 교육을 담당해야 하는 대학은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일 먼저 인문학과 관련된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지난 11월 29일, 서강대 학교 당국은 '선진학제개편'이라는 이름으로 학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제인문학부 전공과목을 통폐합하는 안이 나오면서 학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융합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며 취업률을 중시한 태도다. 서강대뿐만이 아니라, 중앙대도 지난 6월 존속이 불가능하기에 인문사회 분야 4개 학과를 폐지하겠다고 학생 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바 있다.

두 번째로, 인문학 교육이 매우 단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인문학 교육은 인터넷 강좌 형식 혹은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샌델의 강연 혹은 알랭 드 보통과 같은 해외 유명 석학의 대규모 강의, 백화점 문화센터의 인문학 강의를 수동적으로 학습한다.

이는 유명 강사의 이름값에 의지해 단기간에 비슷한 내용을 배우게 되는 형태다. 또한 인문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중년 세대, 청년 등은 치유를 내 새운 힐링 서적이 인문 서적의 중심에 있다. 이러한 서적은 인문학을 지나치게 간단하고 쉽게 만든 것으로 인문학이 속화 될 위험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회 현상은 한국 사회 분위기에서 기인한다. 이번 정부부터 문화융성 그리고 창조 경제를 위해 인문학의 토양을 이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기조에 기반하여 기업체 심지어 금융권 역시 입사 전에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것을 요구한다. 최근 이공계 출신 비중이 높은 한 대기업은 최근 대졸자 공채 시험에서 역사 에세이 문제를 출제함으로써 전문성·기능을 넘어서서 인문학적 지식을 확인했다. 물론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더 나은 인재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 내에서 인문학은 일종의 스펙으로 자리잡으며, 교과서처럼 외우는 공부를 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진짜 인문학은 자기 탐색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

시장성으로 사장되고, 단순화되는 그리고 수단을 위한 인문학 교육은 진정한 인문학 탐구가 아니다. 진정한 인문학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으로 각각의 주체를 분별력 있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수단이자 목적이다. 또한 인문학을 통해 감수성을 가지고 사회 내에서 책임 있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으로 인문학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바로 주체적인 나를 찾는 것, 인문학 교육을 통해 자아 탐색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인문학 탐구는 자기 본성을 인식함으로써 자신의 삶의 기준을 찾아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근대 철학자인 헤겔에 따르면 인식의 대상은 주체 내부에 있는 것이다. 인식을 통한 나의 주체적인 내부의 의식으로 진리를 파악한다. 결과적으로 의식하는 사람은 자기 내부에 있는 진리의 기준을 가지고 지식을 평가하게 된다. 그러므로 시대의 변화, 살아온 환경에 따라서 개인의 의식 자체도 변화되며 자신의 기준을 통해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자존심 넘어 '내'가 되는 방법

인문학 교육을 통해 자존심을 내 새우는 행위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기준에 따라서 잘못된 방법으로 자신의 지적 품위를 지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인문학 교육이 실현된다면 각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자존심을 넘어선 상위의 개념인 자존감을 가지게 되며 진정한 삶의 고찰이 가능해질 수 있다.

자존감은 말 그대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존심처럼 타인과의 비교로 나의 한계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능력 그리고 한계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는 일종의 자기 확신이다.

이러한 인문학 교육의 변화는 전반적인 사회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특히 자존감을 찾아가는 교육은 자아를 올바르게 정립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자립심을 길러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문학 교육을 통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찰해보자. 새로운 인문학을 고민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인문학협동조합'을 탄생시켜, '새로운 인문학'을 실시하려 한다. '키워드로 읽는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연애' '돈' '노동'등을 연구한다거나, 지난 10월에는 '오덕 인문학'이라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또한, 내년에는 '지식팔레트 2014'를 통해 다양한 인문학의 형태를 발현해나갈 예정이다. 이 과정은 단순하게 융합과 통섭에 그치는 것을 넘어서서 삶의 구체적인 문제를 다루며 적극적으로 삶 속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미흡한 시작이지만, 큰 즐거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광주시 궁동 예술 거리의 '청소년 인문학 북카페'의 모습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교과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납득되지 않는 부분을 꼬집는 비꼬밍 모임을 통해 대안 교과서를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 공부는 청소년들에게 배움에 대한 자발적 호기심을 키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한 학생은 지식보다 더 중요한 자아를 알게 되어 내적인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의 인문학 교육이 이뤄진다면, 인간이 가진 고차원의 가치를 충족하는 방법을 마련해 줌과 동시에 일상 생활에서 각자의 삶의 지위를 한 차원씩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자아를 탐색하고 자아를 알게 된 사람들은 진짜 나와 함께 약자에 대한 미덕을 충분히 모색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미래가 된다면 분명 자존심 보다는 자존감을 찾아 나 그리고 사회의 행복을 함께 찾는 구심점이 될 것임을 기대하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재 수정본입니다. 인문학 교육의 문제점을 짚고, 인문학 교육의 대안을 살펴보았습니다.
#인문학 #인문학교육 #자존감 #인문학교육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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