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테터를 팔에 꽂은 모습카테터 (catheter): 체강 또는 내강이 있는 장기 내로 삽입하기위한 튜브형의 기구. 채혈이나 수액을 맞을 때 주로 사용한다.
최명석
아침 5시 반. 기상 후 세수하고 혈압을 쟀다. 의사 한 명이 졸린 눈으로 앉아서 "다음", "다음"을 외친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고기처럼 우리는 돌아가며 아주 짧은 진찰을 받았다. 번호가 적힌 조끼를 입고, 순서대로 채혈을 시작한다. 모두의 팔에는 카테터(관 모양 기구의 일반적 명칭)가 꽂힌다. 보통 헌혈이 400ml의 피를 뽑는데, 생동성 시험은 그보다 양이 적다.
이후 이것을 통해 13번의 채혈이 이뤄진다. 맨살이 아니기에 두렵거나 아프지는 않았다. 채혈은 최초 30분 간격에서 12시간 간격까지 늘어나고, 채혈 양은 한 번에 5~6ml 정도를 한다. 총 154ml 가량. 1기, 2기로 나눠 있으니 약 300~350ml의 피를 뽑는 셈이다. 보통 헌혈이 400ml의 피를 뽑으니 생동성에서 뽑는 양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계속 마셔서 배가 아플 때까지, 이뿌리가 시큰시큰할 때까지…. 물을 많이 마시면 몸 속 피의 양도 늘어나기 때문이지. 물이 핏속으로 들어가서…." - <허삼관매혈기>중에서오전 8시, 번호 순서대로 1분 간격으로 투약이 시작된다. 작은 약 한 알과 물 240ml를 모두 마셔야 한다. 하나도 남김 없이…. 이 뿌리가 시큰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전에는 잠을 잘 수가 없다. 앉아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많은 사람이 졸기 시작하는데 절대 자면 안 된다며 간호사들이 돌아다니며 깨운다. 그 사이 30분 간격으로 채혈은 계속되고 있다.
정오, 점심 식사와 함께 채혈 시간이 2시간 간격으로 길어진다. 오후 4시,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준다.
"피를 팔았는데 어지럽지는 않은가?", "어지럽지는 않은데, 힘이 없네요. 손발이 나른하고, 걸을 때는 떠다니는 것 같은 게…."- <허삼관매혈기> 중에서한 참가자가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간호사들이 계속해서 체크하는 모양이었다. 고혈압약이라 그런지 혈압이 많이 떨어진 듯했다. 시험 도중 가끔 쓰러지는 참가자가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어지러운 기분이 들면 바로 그 자리에 주저앉으라고 당부한다. 병원 바닥이 유난히 딱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순간적으로 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뇌진탕 등의 위험이 있다고 한다.
오후 8시, 그날 마지막 채혈을 하고 카테터를 제거한다. 다음 날 아침 마지막 채혈만 남겨둔 상태다.
투약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