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한의대생들, 검은 복면 벗고 강의실로

학교 측이 요구안 수용... 백승준 학생회장 "마침표 아니라 쉽표"

등록 2013.12.25 17:34수정 2013.12.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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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천대학교
가천대학교장혜원

경기도 성남에 있는 가천대학교 한의대생들이 강의실로 돌아왔다. 부속 한방 병원 건립을 요구하며 학교 안팎에서 시위를 벌인지 12일 만이다. 학생들은 지난 10일부터 수업과 기말시험을 거부하며 시위를 벌여왔다.

학생들이 교실로 돌아온 이유는 학교 측이 학생들의 요구를 전격 수용,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학교 측과 학생들이 합의한 내용은 ▲2015년 10월까지 2004년, 2009년 합의문에 준하는 부속 한방병원 완공 ▲부속 병원 건립 이행계획을 2014년 2월 28일까지 제시 ▲한의과대학 부속 한방병원 준비위원회(TFT) 구성 ▲TFT 구성원은 기획처장(위원장), 한의대학장, 병원장, 건설본부장, 경영대학 회계학과 교수 등으로 한다 ▲2004년 2009년 합의문의 불이행에 대한 보상 차원의 한의대 기초의학 실습환경 개선 등이다. 

학교 측이 학생들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시위는 중단 됐지만, 부속병원 건립을 둘러싼 학생들과 학교 측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백숭준 한의대 학생회장은 지난 24일 "지난주에 합의에 따라 투쟁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이는 마침표가 아닌 쉼표다. 잠정적인 화해 상태라고 볼 수 있다"며 시위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갈등의 씨앗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학교 측 약속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이미 두 번이나 약속을 어겼다고 한다. 지난 2004년과 2009년에도 한방 부속 병원 건립을 약속하며 합의문을 작성 했지만 아직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합의서
합의서장혜원
이를 의식했는지 백승준 학생회장은 "학교가 부속 병원 건립 이행 계획안을 내년 2월 28일까지 제시하기로 한 만큼 이를 지켜볼 예정이다. 만약 학교 측이 그때에 가서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최종 합의를 도출해 낼 때까지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라고 학교 측에 경고했다.


합의문, 어떻게 이끌어 냈지?

학교 측이 학생들 요구를 받아들이게 된 배경에는 '한의학과 지원자'들이 있다. 지원자들이 '한방 부속 병원 사태'를 알게 되는 걸 부담스러워 한 학교 측이 학생들 요구 사항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이 학생들 요구안을 수용하기 직전, 학생들은 "가천 한의과대학에 지원하는 신입생들은 부속 병원 건립 문제를 알 권리가 있으므로, 서울경기 지역 고등학교와 재수학원에 그 진실을 알리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20일 날, 성남 분당구 정자역~야탑역 일대를 행진한다는 계획과 이길여 가천대 총장 집 앞에서 22일 날 항의 집회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공문이 전달된 이후, 학교 측은 긴급 처장단 회의와 확대 한의과대학 발전위원회 회의를 진행했고, 대학입시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지난 20일, 학생들이 제시한 요구안을  수정 항목 없이 모두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합의문을 이끌어 내는데 학생들 시위뿐만이 아니라 학부모들의 행동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시위를 시작하자 한의대 학생들 학부모로 구성된 '가천대 한의대 학부모회'도 비대위의 투쟁에 적극 동참, '학교는 학생과의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임상실습위해 부속병원 꼭 필요한데

 시위를 하고 있는 학생들
시위를 하고 있는 학생들장혜원

학생들은 지난 10일부터 '임상교육 정상화'와 '100병상 이상의 부속 한방병원 건립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 2004년, 2008~2009년에 이은 세 번째 '항의농성'이었다. 2013년도까지 '학교 인근에 부속 한방병원을 개원 한다'는 약속을 학교 측이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의농성이 시작된 10일 오후 4시, 가천대 한의대생들은 수업을 거부한 채 검은 마스크를 쓰고 교정 내 '성큰플라자 광장'과 '비전타워 광장'에서 '합의문을 이행하라','병원 건립 추진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어서 16일부터는 기말 시험 거부에 들어갔다.

학생들이 한의대 부속 한방 병원 건립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임상실습 등의 학습을 위해 부속 한방병원이 꼭 필요한데, 현재 가천대가 가지고 있는 시설로는 충분한 학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천대 부속 한방병원은 인천에 있는 길 한방병원이다. 학생들에 따르면 학교와의 거리가 약 60km로 대단히 멀 뿐만 아니라 실 병상수가 40병상 정도라, 규모로 볼 때 대학병원이라기보다는 개인이 운영하는 한방병원에 가깝다. 때문에 임상실습 등을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타임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가천 한의대 #한방부속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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