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국회, 국정원 개혁 '암초' 넘을까

[전망] '성탄절 회동'도 '30일 처리'만 합의... 철도노조 파업 갈등까지 쌓여

등록 2013.12.25 19:32수정 2013.12.2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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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기사수정: 25일 오후 6시 4분]

여의도가 살얼음판 같은 정국을 건너고 있다. 국회 국가정보원 개혁특위가 지난 24일 또 다시 국정원 개혁안에 대한 여야 합의 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합의 실패다. 

심지어 새누리당 최경환·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2시 30분부터 양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함께 수 시간 머리를 맞댄 결과마저 미약했다. 양당은 이날 '성탄절 회동'에서도 "30일 본회의에서 국정원 개혁법안과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결론만 내놓았다. 앞서 열렸던 국정원 개혁특위 여야 간사 협의 불발로 여야 원내지도부가 모인 자리였음에도 20일 전 여야 4자 회담 당시 합의했던 '연내 처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이와 관련,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여야 원내지도부가 양당 간사를 불러놓고 빨리 합의해서 30일 본회의에 처리할 수 있도록 독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한 내 입장 차를 좁힐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여야 간 입장 차가 있는 것은 분명하나 큰 틀에서 논의하면 충분히 의견 접근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나 여야 원내지도부가 명시한 '마지노선'까지도 국정원 개혁안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막바지에 다다른 예산심사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당장 민주당은 "연말 국회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예산입법점검회의에서 "여야가 전날까지 처리하기로 했던 국정원 개혁법안 처리하기로 했던 국정원 개혁법안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게다가 다른 현안마저 겹쳐 있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은 철도노조 파업을 놓고 '정권불복운동'이라고 규정하고 민주당을 맹비난하고 있고,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강경 일변도의 대응방식을 놓고 연일 비판수위를 높이고 있다.


"새누리, 여야 지도부 합의 외면한다면 엄중한 상황 불러올 것"

a  국정원개혁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재원, 민주당 문병호 의원이 지난 11일 오전 특위 운영에 관한 여야 합의사항을 발표한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국정원개혁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재원, 민주당 문병호 의원이 지난 11일 오전 특위 운영에 관한 여야 합의사항을 발표한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국정원 개혁안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 국정원 정보관(IO) 정부기관 출입금지 ▲ 대선개입 사건의 핵심인 국정원 사이버심리전 기능 폐지 입법화 두 가지로 정리된다. 민주당은 국정원 IO가 모든 정부기관에 상시 출입할 수 없도록 법으로 못 박자고 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상시 출입제도의 일부 존치를 요구하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사이버심리전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전면폐지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입법 사안이 아니라고 맞선다.


새누리당·민주당 양당 지도부가 지난 3일 4자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둘러싸고 각기 다른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 황우여·민주당 김한길 대표, 새누리당 최경환·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정원 개혁특위는 다음의 사항을 우선 연내에 입법 또는 처리한다"면서 ▲ 국정원 직원의 정부기관 출입을 통한 부당한 정보활동의 통제 및 정당과 민간에 대한 부당한 정보수집행위 금지  ▲ 사이버심리전 등의 활동에 대한 엄격한 규제 등을 명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를 '입법' 사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국정원 개혁특위 소속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4일 특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원 정보관들이 (정부기관 등에) 전면 출입을 못하게 되면 정보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과 똑같다, 현재 (국정원) 자체 내규로 '비노출·간접활동' 교육을 하고 있고 (자체개혁안을 통해) 상시출입을 자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며 '국정원 정보관 정부기관 출입금지 입법'에 반대 의사를 폈다.

그는 또 사이버심리전 기능 폐지에 대해서도 "우리 정보 활동상 심리전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작은 문제가 있었다고 전면적으로 못하도록 법제화해서는 안 된다"며 "(국정원이) 본연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역시 같은 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비정형적인 활동을 하는 방첩기관 또는 대공정보수사기관의 기관원들을 법을 통해 행동을 규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이버심리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4자 회담' 합의 정신을 이행하라고 요구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25일) "여야가 4자 회담을 통해 합의문을 작성하고 국민에게 공표한 게 지난 3일이었다"면서 "예산안과 국정원 개혁입법을 연내 일괄처리하는 게 주요 내용이었고 이는 국민과의 약속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원 개혁을 통한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방지라는 원칙 아래, 연내 우선 처리할 최소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합의문에 적시했다"며 "새누리당이 이제와서 시간을 끌면서 여야 지도부 합의사항까지 외면한다면, 연말 국회의 엄중한 상황을 불러오는 결과를 맞을 것이고 이후 모든 책임도 새누리당의 몫"이라고 경고했다.

국정원 개혁특위 위원장인 정세균 민주당 의원 역시 "여야 4자 회담 합의사항은 존중돼야 하는데 새누리당의 호응이 부족해서 아직까지 성과를 못 내고 있다"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새누리당 뒤에 있다면 이는 의회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야가 국정원 개혁안 연내 입법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예산심사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산하 예산안조정소위(계수조정소위)는 창조경제와 정부3.0, 4대악 근절 등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예산에 대해서는 정부안대로 원만히 합의에 이르렀지만 새마을운동·군 사이버사령부 관련 예산 등을 두고 추가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해당 예산 모두 정치적으로 민감한 분야인 만큼 국정원 개혁안 합의 여부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내년 예산심사의 제1원칙은 민생우선"이라며 "새마을예산 등 '종박(從朴) 예산'을 줄이고 민생예산 증액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철도민영화 방지' 원포인트 개정 두고도 평행선 달려

a  김명환 위원장 등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한 경찰의 체포영장 강제 집행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건물 1층에서 경찰 저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김명환 위원장 등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한 경찰의 체포영장 강제 집행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건물 1층에서 경찰 저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정부의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강행으로 촉발된 철도노조 파업 역시 연말 국회를 위태롭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정부·여당은 '철도민영화 방지조항'을 명시하는 민주당의 철도사업법 원포인트 개정 요구를 "한미FTA 위배되는 등 입법사항이 아니다"며 일축하고 있다. 더군다나 철도노조 파업을 민주당 등 야권이 결합한 '정권불복 운동'으로 규정하고 정부·여당의 강경일변도 대응을 비판하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 등을 향해 "참여정부 때와 달리 말을 바꾸고 있다"고 비난하는 중이다.

이에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불통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공공부문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며 공공성을 포기하려고 하는 것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민영화하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 왜 철도사업법에 민영화 방지 조항을 명시하는 것을 반대하는지 국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전문가들도 (정부·여당이 민영화 방지법을 거부하며) FTA를 핑계대는 건 법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면서 "사태를 계속 악화시키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증명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 방침을 두고 '의료민영화'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의료계까지 민영화를 저지하려고 진료 거부까지 검토한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의료 영리화 추진은 의료 공공성을 포기하고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로, 민주당은 적극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강경 일색의 대응으로는 사태 해결이 불가능하다, 민영화가 아니라는 정부 말이 사실이라면 민영화 방지를 위한 원포인트 철도사업법 개정을 못할 이유가 없다"며 "사태 해결의 열쇠는 공권력이 아닌 대화와 타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체포영장이 발부된 만큼 철도노조 간부들은 당당히 출석해 법 집행에 따라야 한다, 이것이 더 이상의 불상사를 막는 길"이라며 "민주노총 사무실로, 사찰로 피해다닌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야당도 (철도노조의) 정치파업을 정당화시키고 부화뇌동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민주당의 '민영화방지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새누리당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철도노조 파업 관련 노·사·정 3자간 중재 계획도 반대하고 있다.

환노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이날 오전 의견 조율을 통해 26일 전체회의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 노사정 당사자들을 부르기로 했다. 즉, 환노위를 통해 '대화의 장'을 열자는 취지였다. 양당 간사는 이 같은 내용을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어 알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돌연 기자회견을 취소하면서 26일 환노위 전체회의 개최는 무산됐다. 새누리당은 같은 날 국토위원회 전체회의가 예정된 것을 이유로 국토부 장관의 환노위 출석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개혁특위 #철도노조 파업 #김한길 #예산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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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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