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은 26일 최연혜 철도공사(코레일) 사장 등을 강요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코레일 본부와 전국 12개 지역본부 간부들에게 파업 참가 노조원의 회유를 강요하고 상세한 동향파악을 지시했다는 이유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접수한 고발장에서 육심관 코레일 노사협력처장이 지난 20일 각 지역본부장 등에게 보낸 지시 이메일을 노조사찰과 회유강요의 증거로 들었다.
이메일 내용에 대해 노조는 "'정보기관 및 국토부 등에서 코레일 간부들이 심정적으로 노동조합 파업에 동조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는다고 파악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해 공사 간부들을 협박한 뒤 공사 간부들이 노조동향 보고 및 조합원 차업 탈퇴 회유 현황을 보고하게 한 것은 형법상 강요죄에 해당한다"이라며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고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메일에서 코레일이 '각 지역본부가 상세한 노조 동향과 조합원 회유 활동 내역을 보고하면 취합해 청와대,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경찰청,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에 전달하겠다'고 한 데 대해 노조는 "개인정보와 민감 정보를 정당한 이유없이 수집하고 제3자에게 제공하게 하여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개인정보보호법 23조가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개인의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의 정보 처리를 제한하고 있고 이 법 18조도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걸 금지하고 있는 것을 법 위반 근거로 들었다.
노조는 "코레일은 육심관이 단독으로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발뺌하고 있으나, 철도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정치권 및 행정부가 파업의 향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 사찰'이 육심관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은 없고, 최소한 사장 최연혜, 인사노무실장 이용후와의 협의 하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을 피고발인으로 적시했다.
"현재 언론 등을 통하여 공개된 정보는 전체 문건 중 매우 일부인 제한적 부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노조는 "이 사건 사찰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체 사찰자료 확보를 위한 수사권의 발동이 필수적"이라며 수사를 촉구했다.
"꼼꼼히 보고해 경찰에 넘겨라, 취합해서 청와대, 국정원 등에 제공"
노조가 이번 고발 근거로 삼은 코레일 노사협력처장의 이메일은 지난 20일 '파업대응 활동 관련 알림'이란 제목으로 전국 12개 지역본부장과 각 본부 경영인사처장 등에게 발송됐다.
이메일은 "파업 장기화 원인에 대해 일부 언론과 정보기관, 국토부 등에서 코레일 간부들이 노동조합 파업에 심정적 동조를 해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아 그렇다는 정보가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오늘(20일)부터는 지역본부장, 처장, 역∙소장이 (파업) 복귀 노력하는 세부사항을 꼼꼼하게 정리해 관할 경찰서 정보관에게 제공하고 노사협력처 전원에게 파발마(코레일 사내 메일)로 송부해주면 취합해 B.H, 총리실, 국정원, 경찰청, 국토부, 고용부에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Blue House'를 줄인 'B.H'는 흔히 공무원들이 청와대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노사협력처장이 전국 지역본부에 노조원 사찰을 지시하는 듯한 내용의 이메일이 드러난 데에 코레일은 사찰지시를 부인하면서 노사협력처장이 일상적 업무를 수행하면서 간부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혼자 내린 지침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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