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베니스 축제'의 공식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대 또는 중세시대의 복식으로 화려하게 꾸민 사람들이 이탈리아 베니스의 산 마르코 광장에 모여 즐거워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국 땅 이탈리아에서 우리나라 전통 민요인 '아리랑'이 울려 퍼질 예정이다.
2014년 2월 15일부터 3월4일까지 이탈리아 북부도시 베네치아에서 진행되는 사육제(Carnevale di Venezia)에서 한국의 국민가수 김장훈씨가 '아리랑'을 선보이게 됐다.
김장훈씨는 사육제 기간 중 최대 하이라이트로 불리는, 사육제를 위한 공휴일인 죠베디 그라쏘(Giovedi Grasso=Fat Thursday/2월27일)와 주말 첫날인 28일 이틀에 걸쳐 화려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사육제 행사 전체의 최고 메인 아티스트로 선정된 그는 사물놀이 팀과 함께 무대에 설 계획이다.
1268년 시작된 이탈리아 베네치아 사육제는 이미 15세기에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고풍스런 축제로 인정받았다. 사육제는 이탈리아 최대 축제이자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부활절 전인 사순절 기간(금식과 고행기간)에 들어가기 전에 실컷 먹고 마신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사육제는 특히 가면과 화려한 의상 등으로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집중시켜왔다.
3월 1일, 이탈리아에서 아리랑이 울려 퍼진다베네치아시 당국에 따르면,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된 베네치아 본섬에는 축제기간에만 100만 명의 인파가 전 세계에서 몰려든다. 전 세계 언론과 방송이 집중되는 만큼 많은 아티스트들이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지는 산 마르코 광장 광장 중앙무대에 오르길 꿈꾼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롤링스톤스와 엘튼 존 모두 이 무대를 거쳤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무대에 선 동양인 아티스트는 없었다.
국제적인 축제인 만큼 이탈리아 문부성과 베네치아 시 당국이 함께 사육제를 준비한다. 주최측에 따르면 오랫동안 한국의 몇 몇 단체들이 사육제에 참가하고자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아시아권 나라인 중국은 몇 해 전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참여한 적이 있고 일본은 거의 매년 일본 문부성 후원으로 꾸준히 참여해왔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가면행렬 부분에 참여했을 뿐,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죠베디 그라쏘와 산 마르코 광장 중앙무대에 오른 아티스트를 배출한 적은 없었다. 이 때문에 이번 김장훈씨의 '아리랑' 공연은 동양인 최초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또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2월 27일과 28일, 두 번이나 공연을 하는 것은 꽤 이례적인 일이다. 사육제에는 전 세계의 화려하고 비중 있는 공연인들이 몰려 특정 아티스트에게 두 번의 공연을 의뢰하는 일은 드물다.
김장훈씨가 이례적으로 두 번 공연을 하게된 데는 사연이 있다. 김장훈씨는 세계 모든 아티스트들이 선망하는 27일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음에도 그 대신 한국시각으로 3월 1일이 되는 28일 오후 무대를 선택했다. 그동안 해외에서 독도에 대한 광고를 하고 독도에서 콘서트를 여는 등의 행보를 보인 그로서는 당연한 결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 3.1절에 이탈리아에서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감동을 선물하고자 한 것이다. 김장훈씨의 결정으로 하이라이트인 27일 무대가 다른 나라 가수에게 넘어갈 뻔했으나, 그의 진심에 하늘도 감동한 것인지 두 번의 공연이 허락되었다.
국방부 '불온곡 리스트' 탓에 자칫 공연 좌초될 뻔...
▲지난 10월 9일 가수 김장훈씨는 한글날을 맞아 뉴욕에서 한글티셔츠 배포 행사를 진행했다.
공연세상
김장훈씨가 6개월여 동안의 긴 심사과정을 거쳐 주최측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그의 진실성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베네치아 사육제 주최측에 따르면, 2014년 사육제 주제는 '신비하고 동화적인 환상과 행복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공연'에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는 아티스트를 찾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유럽인들에게 동양 가수들은 '테크닉적으로만 훈련된 개성이 약한 아티스트'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있던 터였다. 따라서 그런 선입견을 분식시켜줄 만한 가수를 찾기가 어려웠단다.
그러나 가수 김장훈은 그들의 선입견을 깨트렸다. 특히 그의 진심이 담긴 공연과 호소력 있는 목소리, 유럽 무대에선 필수인 자연스러움과 확실한 개성, 무대를 총괄하는 역량과 카리스마, 뛰어난 열정과 집중력 등은 심사하는 이들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특히 한국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전 아시아 지역과 미국, 캐나다 등에서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김장훈씨 본인이 진심이 담긴 삶을 살고 있었기에 선정했다고 한다.
사실 김장훈씨가 선정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으나, 최근 한국 국방부가 '아리랑'을 '불온곡 리스트'에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칫 공연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 소식이 알려졌던 시기에 마침 베네치아에 지난 2007년 서울-평양에 뉴욕필 하모닉을 이끌고 가 '아리랑'을 연주하고 지휘해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던 지휘자 로린 마젤과 세계 공연계 주요 멤버들이 머물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아리랑이 사실 한국의 금지곡이더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장훈씨의 공연이 번복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다행히 오해로 인한 '해프닝' 수준으로 수습됐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안타까운 일이었다.
김장훈씨가 '아리랑'을 무대에 올리는 날, 이탈리아의 각 정당(요즘 한창 분쟁중인 자유국민당과 민주당, 외국인 차별정책을 채택해 온 북부연합당까지)들의 주요 인사들과 통합부 장관 등이 참관할 예정이다. 따라서 한국의 아리랑이 평화 교류의 역할까지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장훈씨는 2015년 이탈리아에서 진행될 밀라노 엑스포 개막식 공연에 초청 가수로 선정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아리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김장훈씨의 공연은 2014년 2월 27일 목요일 오후 4시(현지시각)와 28일 금요일 오후 4시에 베네치아 산 마르코 대성당이 위치한 산 마르코 광장 메인무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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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현지에서 프로모터로 일하고 있는 필자는 (주)공연세상과 함께 김장훈씨의 이번 이탈리아 공연을 추진했다. 이번 공연과 관련해서는 송선영 (주)공연세상 대표가 곧 언론에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현지 프로모터로 일했던 필자는 ▲베니스 미술 비엔날레 한국관건물의 계약변경 협상 ▲한국C시의 해외투자유치단 이태리 투자단 구성 ▲이탈리아 L문화재단측 한국공룡지질탐사단 파견 ▲이탈리아 고고학계의 한국 고인돌 및 산스크리트어 연구단 파견 ▲금호현악사중주단의 이탈리아 G7정상회담장소 아시아 최초 연주 등을 성사시켰다. 그 외에도 현지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브로드스키 후원을 위한 이탈리아 측 홍보 전략과 펀드레이징(모금활동)을 맡아 마라톤 콘퍼런스 기획,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의 이탈리아 첫 지휘자 데뷔 무대 고안, 아쉬케나지의 일본 순회 지휘 연주 기획 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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