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호 부위원장(44)그는 키도 덩치도 크다. 12월 28일 성신여대 앞 거리에서.
이홍찬
12월 28일 오전 11시, 성신여대 정문. 거대한 남자가 기자를 가로 막았다. 올해로 44세, 성신여대 인근에서 자취를 하는 이 남자. 한국노총 전국IT사무서비스노동조합연맹 SK브로드밴드 지부 손상호(44) 부위원장이다. 2011년부터 맡은 노조 전임자 업무 때문에 원래 근무지인 부산을 떠나 본사가 있는 서울에서 살고 있다. 다가오는 1월, 노조 부위원장 직책을 떨쳐내면 다시 원 근무지인 부산으로 내려간다.
"밥 묻나?"기자와는 2011년 성공회대 노동대학에서 함께 한 학기를 공부한 터라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이다. 민주노총 총파업을 앞두고 거기에 참가하는 한노총 조합원을 동행 취재하고 싶다고 하자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노조사무실이 있는 본사 사옥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서 자연스레 영화 <변호인> 이야기를 나왔다. 그는 곧 부산 이야기를 들려줬다.
"부산이 원래는 야도다. 그라이끼네 3당 야합 전에만 하더라도 뭐, 내 기억엔 80퍼센트가 야당 지지했을끼다. 노통도 그래서, 부산에서 초선 된 기고." 그는 부산에서 낳고 자랐다. 대학도 부산에서 나왔고 취직도 그곳에서 했다. 부산 밖에서 몇 년 살아보는 것은 이번 노조 전임자 업무 때가 처음이다. 부산하면 으레 떠오르는 지역적 정치색은 그에게 조금도 묻어 있지 않다. 그에게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가하는 목적을 물었다.
"니도 알겠지만, 화 안 나나? 하, 민주노총 털리는 거 보니, 내 화딱지가 나가."
2. 노조 사무실 - 점심 식사 - 노조 사무실남산 자락에 있는 SK브로드밴드 사옥, 11층 노조 사무실에는 벌써 세 명의 노조 간부들이 와 있었다. 위원장과 모 지부 대의원들. 약속 시간은 12시, 오늘 민주노총 총파업 참가하기로 한 12명 가운데 11명이 속속들이 모였다. 12시가 조금 너머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여러 지역에 흩어진 지부의 대의원들이 모이는 거라 서로 안부를 묻느라 다들 바쁘다. 다들 날씨가 생각보다 안 추운 것 같아 다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점심 시간에는 회사 이야기가 주로 오간다. 소주도 한잔씩 들고, 매운탕은 조금씩 비워진다. 2시가 조금 넘어 다시 노조 사무실로 돌아왔다. 몇몇은 시사주간지를 보고, 몇몇은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의 주제는 회사의 인사관리에 관한 거였다. 누가 어디로 갔고, 누구는 어디에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