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나...'안녕들'은 지금 혼란스럽다

철도파업 철회 이후 방향 놓고 고심... "실망하지 않을 것"

등록 2013.12.31 10:14수정 2013.12.3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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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안녕 1부 행사 고려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강훈구 씨가 지난 28일에 열린 '뜨거운 안녕' 행사의 1부 진행을 맡아 사회를 보고 있다. 강 씨는 이 때까지 철도 파업이 이렇게 끝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 곽우신


"아, 진짜야?"

'오늘(30일) 중으로 철도 노조가 파업을 철회할 것 같다'는 말에, 잠에서 덜 깬 강훈구씨의 입에서 처음으로 터져 나온 말이었다. 강씨는 "오보 아니냐"고 재차 내게 되물었다. 지난 28일 총파업에 참여했을 때까지만 해도 각계각층의 지지와 연대를 이끌어내며,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있던 '안녕들'이었다. '안녕들'을 꾸리고 있는 입장에서 강씨는 파업 철회를 쉽게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더이상 '안녕'을 묻지 않겠다... '안녕들'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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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파업 대회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 행사 중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날 집회는 민주노총만의, 철도 노조만의 것이 아니라 민영화에 반대하는 모든 시민들의 것이었다. 연대체와의 상의 없이 파업이 철회된 부분이 아쉬워지는 이유다. ⓒ 곽우신


22일을 끌어온 철도 노조의 파업이 끝났다. 민영화 저지 투쟁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무런 성과가 없이 파업이 철회된 것도 아니었지만 분명 아쉬움이 남는 결말이었다. 철도 민영화 반대를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삼고 있던 '안녕들'에게, 철도 노조의 파업 철회 결정은 분명 당황스러운 소식이었다. 앞으로 '안녕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갈 것인지 결정해야만 할 시점이 왔다.

30일 오후 2시, '안녕들'을 꾸려나가고 있던 집행부 회의는 3시간이 훌쩍 넘겨서야 간신히 끝났다(현재 주현우씨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응답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20여 명의 '안녕들' 집행부가 꾸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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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밖으로 나온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걸려 있던 주현우 씨의 대자보가 거리로 나왔다. 주 씨는 28일 새벽, 자신의 대자보를 자진 철거하여 가지고 나왔다. 이 대자보는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민주화운동 기념물로 보존될 예정이다. ⓒ 곽우신


사실 '안녕들'의 변신은 어느 정도 예고된 대목이었다. 이미 28일 새벽 2시경, 들불처럼 번진 '안녕들'에 첫 불씨를 던졌던 주현우씨가 자신의 대자보를 자진 철거했다. 주현우씨뿐만 아니라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 응답했던 대자보들 중의 상당수도 28일 총파업을 기해 자진 철거된 상황이다. 더 이상 '안녕'을 묻지 않겠다는 그의 선언은, 단순히 발언과 성토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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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를 자진철거한 주현우 씨 28일 새벽 2시경,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반향을 일으킨 주현우 씨가 스스로 대자보를 철거했다. 그리고 더 이상 '안녕'을 묻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그의 결의는, 더 이상 질문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각성때문이지 않을까 ⓒ 주현우


그러나 과연 어떤 방향으로 전진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조직으로 가야 할지, 연대 네트워크로 가야 할지, 정치권과 연대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떤 의제를 주요 의제로 내세울 것인지 추상적인 구상들은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당연하다. 서로 각자가 다른 정당, 다른 조직,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이유만으로 뭉쳤으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이들을 느슨하지만 강하게 묶고 있던 끈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에 반대한다는 것이었고, 철도 민영화를 막겠다며 파업에 돌입한 철도 노조와 연대하는 것이었다. 철도 노조는 '안녕들'과도, 주변의 다른 연대체와의 어떤 상의도 없이 여야의 합의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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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안녕을 고하는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 '뜨거운 안녕'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이 날 모인 사람들 중의 상당수는 집회나 시위에 한 번도 참여해본 적이 없는, 어떤 조직에 속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안녕들'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사람들의 지지다. ⓒ 곽우신


"이 허탈감을 정치적 경멸이나 무관심으로 돌려버릴 수 없다"

'안녕들'은 지금 혼란스럽다. 숟가락 얹어보겠다던 정치권에서의 러브콜은 끊이지 않고 있다. 28일 이전에 이미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청년학생위원회에서 물밑 접촉을 시도했으나 '안녕들' 측에서 거절했다.

지금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안철수의 새정치추진위원회, 심지어는 새누리당에서도 신호가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조직과의 연대는 분명 장점이 있지만,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의제를 가진 사람들끼리 자발적으로 뭉친 '안녕들'만의 특장점이 약화될지도 모른다.

'안녕들'은 '안녕들'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하고 공지를 올리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안녕하지 못한' 모든 사람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일베도 대자보를 붙이는 그날까지'를 모토로, '만민공동회'를 지향했던 '안녕들'은 하나의 신념으로 뭉쳐 있는 결사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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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지 못한 해고 강사 28일 '뜨거운 안녕' 행사장에 게시된 어느 해고 강사의 안녕하지 못한 이유. '안녕들' 집행부고 독단적으로 미래를 결정하지 않은 것은, '안녕들'의 주인이 바로 '안녕하지 못한' 이런 사람들의 것이기 때문이었다. ⓒ 곽우신


그래서 '안녕들'이 오늘 내린 결론은 '토론회'였다. 토론은 민주주의에서 가질 수 있는 의사 결정 과정 중 가장 합리적이며, 민주주의 본질에 가까운 방법이다. '안녕들'을 지지하고,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했던 사람들 중에는 운동을 했던 대학생들보다 한 번도 사회참여라는 것에 제대로 고민해 보지 않았던 시민들이 훨씬 많았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깃발 아래에 운집한 사람들 중 대다수는 청년과 대학생이지만, 이 움직임에 기대와 희망을 걸었던 것은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전 세대에 걸쳐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모두 모으고, 이들의 기대를 이루기 위한 결정을, 소수의 자의적 판단으로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형태에 머무를 수도 없었다.

'안녕들'은 플래시몹과 같은 산발적인 활동을 계속하면서 시간을 가지고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집행부 내부의 토론, 대자보를 통해 응답해준 사람들과의 토론, 그리고 '안녕들'에 관심을 가져주는 모든 사람들과의 토론을 기획하고 있다. 약 한 달여의 시간을 통해 토론을 가진 후, 어떤 종류와 형태의 운동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안녕들' 집행부에 참여하고 있는 박기홍씨는 "모두들 이 허탈감을 결코 정치적 경멸이나 무관심으로 돌려버릴 수는 없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실망하거나 아쉬워하지 않겠다.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침묵하던 청년 세대를 응답하게 만들었던 '안녕들'. 이제는 공론장의 건설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을 안녕하지 못하게 하는 이 사회를 안녕하도록 바꿔야 할 의무까지 짊어지게 되었다. 목표는 멀어 보이는데, 길은 명확하지 않다. 내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이 시각, '안녕들'을 꾸리고 있는 '안녕하지 못한' 몇몇은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안녕들 #대자보 #철도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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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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