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청소년 3명이 2일 오전 10시께 인천시교육청 정문 담벼락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장호영
학교에 이른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였는데 강제 철거를 당하자 참다 못한 인천지역 청소년들이 인천시교육청 정문 담벼락에 대자보를 붙이는 일이 발생했다.
인천지역 청소년 3명은 2일 오전 10시께 인천시교육청 정문 담벼락에 '인천시교육청 안녕들 하신가요?'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대자보는 청소년 4명이 작성한 것으로 청소년 복장·두발 규제, 일제고사, 학생 인권, 대학 입시 등 열두 가지에 관한 의견을 담았다.
대자보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우리들은 원치 않는 두발·복장 규제에 신음하고 있는데 ▲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면서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데 ▲ 하루 12시간이 넘게 생활하는 학교에서 잠깐의 '폰질(핸드폰 사용)'할 시간조차 없는데 ▲ 입시지옥으로 매해 수많은 학생들이 죽어 가는데 ▲ 학교에서 성 평등을 말하지만 행동은 성차별적인데 ▲ 일제고사에서 우리 학교 순위를 올리기 위해 강제 방과후수업 듣는데 ▲ 한 달 중에 진짜 방학은 1주일밖에 안 되는데 ▲ 들어는 봤나, 터미네이터(폭력 교사를 지칭하는 표현)! 학생인권 수준 전국 꼴찌인데 ▲ 여고에서 교복 바지를 못 입게 하고, 입는 학생을 차별하는데 ▲ 우리가 원하는 방과후수업 왜 없음. 여학생도 축구하고 싶은데 ▲ 고3 소원이 알람 안 맞추고 하루 종일 푹 자는 것인데 ▲ 다들 잘 될 거라 이야기하지만 1등급은 4%밖에 없는데,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인천시교육청 정말 안녕들 하십니까?'이다.
시교육청 담벼락에 대자보를 붙인 김아무개(삼산고 2년) 학생은 "1학년 학생이 12월 27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학교 담벼락에 붙였는데, 학교 쪽은 바로 철거하고 그 학생에게 징계하겠다고 협박했다.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하면 징계를 안 하겠다고 해 그 학생이 마지못해 잘못했다고 인정해, 징계가 철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왜 허락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돼 반 친구와 함께 12월 30일 새벽에 대자보를 다시 붙였다. 그런데 학교 쪽은 또 철거했고 반 친구를 징계하겠다고 했다. 잘못을 인정하라고 하는 것은 인격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겪다 보니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왜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지도 못하게 하는가. 학교는 '학생 선동죄'라며 징계를 하겠다고 하는데, 대자보를 붙이는 게 왜 선동죄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에선 학생들이 원치 않는 두발·복장 규제와 강제 방과후학교 등 학생 인권침해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학생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부당한 일에 대해 말하면 '선동'이라고 한다. 시교육청이나 학교가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건진(19)씨는 "학교나 시교육청, 교육부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대자보)를 숨기거나 징계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응답해줘야 한다"며 "시교육청에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자보를 붙이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