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고 출신 문인들, <경맥문학> 3호 발간

작고 선배들 작품, 동문 가족의 시 등 다채로운 내용

등록 2014.01.04 12:39수정 2014.01.04 12:39
0
원고료로 응원

경북고등학교 출신 문인들이 펴낸 <경맥문학> 3집 ⓒ 경맥문인협회

경북고등학교 출신 문인들의 단체 경맥문인협회(회장 이원락)가 연간지로 펴내는 <경맥문학> 3집이 출간됐다. 2011년에 창간호를 발간한 <경맥문학>은 '작고 경맥문인 특별 추모', '경맥 가족 문인 특별 초대석', 경북고 출신 화가, 서예가,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지상에 선보이는 '경맥 갤러리', 그리고 회원 문인들의 작품을 실은 '경맥문단' 등으로 이루어졌다. 486쪽이나 되는 두툼한 분량에 걸맞게 다양한 읽을거리를 갖춘 이번 호를 발간하면서 이원락 회장은 "무에서 시작하여 <경맥문학>이라는 옥동자를 출산하기까지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어려움과 고통이 있었다"고 토로한 뒤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지만 이제는 뒤를 이을 분들께서 더욱 잘 만들어주시리라 믿는다"고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작고 경맥문인 특별추모' 부분의 첫머리에는 우리나라의 첫 IOC위원을 역임한 이상백 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씨뿌린 사람들> 서문이 실려 있다. <씨뿌린 사람들>은 1959년에 나온 책으로, 모두 12명의 필자가 참여하여 대구경북 출신 중 10인의 작고 예술가에 대한 평전을 집필한 것이다. 책에는 시인 이상화, 이장희, 이육사, 오일도, 소설가 현진건, 백신애, 화가 이인성, 김용조, 음악가 박태원, 영화감독 김유영이 다뤄져 있다. 서문은 이상정, 후기는 '대구 시민의 노래' 가사를 지은 백기만이 썼다.


이상백은 독립군 장군 이상정과 민족시인 이상화의 동생이다. 또한 <상화와 고월>을 편찬한 백기만 시인과 경북고교 동기생이기도 하다. 양주동 등과 더불어 <금성> 동인으로 활동했던 목우 백기만은 <상화와 고월>을 집필하여 이상화, 이장희 두 시인이 한국문학사에 우뚝 남을 수 있도록 공헌한 장본인이다. 백기만이 두 시인의 유고를 거두고 편집하여 1951년 <상화와 고월>로 발간해낸 것을 두고 <대구문단인물사>의 윤장근은 '목우의 공적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물론 <씨뿌린 사람들>을 기획하고 발간한 일도 '목우의 공적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대구 동구 신암선열공원에 있는 백기만 묘소. 시인이자 언론인이었던 그는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 정만진


백기만은 1902년 대구 남산동에서 태어났다. 1919년 3월 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작된 대구3.1운동 때 대구고보 (경북고 전신) 3학년으로서 상당한 활동을 했던 백기만은 일제 경찰에 체포되어 징역 1년을 언도받는다. 그후 복심원에서 집행유예 3년으로 풀려난 그는 주위의 도움을 받아 1920년 일본 와세다대학에 진학하고, 1923년에는 <개벽>에 등단작 '가엾는 청춘', '고별' 등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끝내 학비를 감당하지 못한 채 대학을 중퇴하고 귀국,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한다.

1929년에는, 자신의 소개로 <금성> 동인 활동을 하며 '봄은 고양이로다' 등을 발표했던 이장희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당시 대구 지역 애국청년들의 집합장소였던 조양회관에서 그의 유작전을 연다. 해방 후 백기만은 반민특위 위원, 대구 지역 언론사의 논설위원 등으로 활약하기도 하고, 사회운동가로도 맹렬히 뛰었지만, 시작 활동에는 별로 열정을 보이지 않은 탓에 일반 대중에게는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팔공산 동화사 입구 이효상 시비 ⓒ 정만진

이효상, 김윤환, 박철언, 모두 시인들

백기만의 <씨뿌린 사람들> 후기 및 '영웅(타고르의 'The Hero' 번역시)' 뒤에는 이효상의 시 '산'이 게재되어 있다. 이효상은 박정희 정권 때 국회의장을 지낸 정치인으로, 본래 경북대 교수이자 시인이었다.


산은 언제 보아도 침묵을 지키고
언제 보아도 늠름한 기색이요 (중략)

네 발은 땅에 있으되
너의 머리는 하늘에 솟았고


내 즐겨 너를 향해 앉음은
깊이 네 모습을 그려 함이요

또 자주 네 품을 찾아듦은
네 심장의 맥박을 호흡코자 함이요 (하략)

이효상의 '산'을 읽고 나면 이설주의 시 '금호강', 김윤환의 시 '광장에서', 이윤기의 수필 '아내의 자리'와 '완물상지'가 뒤를 이어 나타난다. '작고 경맥문인 특별 추모'가 끝나면 회원 문인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 안동 손피부과 손장락 원장의 시 '내 마음에 새 옷을 갈아입히고'가 첫머리를 장식한다. 손장락 시인은 경북고 28회로 소개되어 있다. 경북고는 졸업 기수와 출생연도가 거의 일치하는 학교이다. 즉, 손 시인은 대략 1928년생으로 85세의 원로시인인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책을 넘기면 41회 박철언의 시 '낮달'이 나온다. 한때를 풍미했던 이효상, 김윤환, 박철언 세 정치가가 모두 시인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역사, 지역축제, 학교폭력, 육아기, 평론 등 읽을거리 많아

회원 작품은 안동대 김희곤 교수의 '김도현, 바다를 밟고 들어가 순국하다', 인하대 홍정선 교수의 윤동주에 관한 '폭력에 저항하는 슬픔과 연민', 서영준 연세대 교수의 아스퍼거증후군을 앓는 아들을 키운 눈물겨운 육아기록 '바보로 태어나서 미안해요', OECD 한국대표부 최재철 차석대사의 '석양의 나라에서 보낸 3년', 오마이뉴스 조정훈 기자의 '전태일 장학금 조성하는 박병규 신부' 등 다양한 갈래의 읽을거리들로 가득하다. 또 안동 지례예술촌 김원길 촌장의 '고택과 지트(gite)',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룬 김해권의 단편소설 '학교 풍속도', 안동대 문태현 명예교수의 '문화를 통해 지역을 발전시킨 가나자와와 시라카와고', 김성태 문화평론가의 '2013년 제11회 대구국제오페라 축제를 보고' 등 시대적 화두와 지역적 화제를 다룬 글들도 많아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켜 준다.

하오명의 서예 작품(왼쪽)과 박진관의 사진 작품 ⓒ 경맥문학


'경맥 동문 갤러리'는 하오명 서예가의 '무위 자연' 등, 황갑용 서예가의 '맹호연 시 춘효' 등, 박순국 사진작가의 '이슬람 여인들' 등, 문태현 사진작가의 '일본 아키요시 석회암 공원' 등, 천연염색작가 이무형의 '세월' 3점, 변진석 서양화가의 '유화' 4점, 안중은 사진작가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뉴욕 경관' 등, 공성환 서양화가의 '바다와 나비' 등, 박진관 사진작가의 '숲을 지키는 여신' 등으로 꾸며져 보는이의 눈을 황홀하게 해준다.

'경맥 가족문인 특별 초대석'은 동문 가족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박복조 시인과 정숙 시인은 동문의 부인이고, 조혜자 시인과 김분옥 시인은 동문의 어머니들이다. 정숙 시인의 '인생'을 읽어본다.

의자 하나 끌고 가려다
죄인처럼 의자에 끌려 다닌다

어린 엉덩이 하나 걸칠 수 없는
작은 의자

평생토록
마음 편히 앉아보지 못한 채
#경맥문인협회 #경맥문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봉 천만원 올려도 일할 사람이 없어요", 산단의 그림자
  2. 2 은퇴 후 돈 걱정 없는 사람, 고작 이 정도입니다
  3. 3 구강성교 처벌하던 나라의 대반전
  4. 4 왜 여자가 '집게 손'만 하면 잘리고 사과해야 할까
  5. 5 내 차 박은 덤프트럭... 운전자 보고 깜짝 놀란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