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산신제를 지내지?

시가현 히노초(日野町) 하라(原) 마을의 산신제

등록 2014.01.03 17:46수정 2014.01.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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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사람들이 신사에 모여서 츠도를 만들고 있는 모습과 다 만들어진 츠도 모습니다. ⓒ 박현국


2일 아침 8시 시가현 히노초 하라 마을에서 지내는 산신제를 보고 왔습니다. 하라 마을은 한 때 50 세대가 넘게 살았지만 지금은 43 세대가 주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마을 뒤로는 류오산(龍王山, 해발 826 미터)이 있고 산 아래로 들이 넓어서 산골짜기에서 흘러나온 물로 농사를 짓습니다.


산신제 제관은 12월 말부터 마을 뒤에 있는 아시타니(芦谷) 신사를 깨끗이 청소하고 산신제 준비를 합니다. 제물 진설은 마을 사람들이 정월 풍습으로 행하는 신사에 가서 기원하는 하츠모데를 위해서 1일부터  진열해 놓습니다.

2일 아침 일찍 산신제 제관은 아시타니 신사에 와서 신사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신사 주위 아홉 신에게 제물을 아홉 상 마련하여 펼쳐놓았습니다. 아침 8시 마을 사람들은 볏짚 반 다발 정도를 들고 신사에 옵니다. 그리고 신사 마당에서  각자 츠도를 하나씩 만듭니다. 츠도는 남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것을 제물로 산신에게 올립니다. 그것은 풍요를 가져다주는 산신이 여신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성을 제물로 올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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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새끼줄을 꼬거나 남신 신체를 꾸미거나 작대기를 자르는 모습입니다. ⓒ 박현국


마을 사람들이 츠도를 다 만든 다음 다섯 명이 한 조가 되어 금줄을 꼬기 시작했습니다. 금줄은 주연승(注連繩, 길이 3미터 정도)이라고 해서 산신단 앞에 걸어 놓고 흔들면서 풍요를 기원하는 노래를 부를 때 사용합니다. 상당과 하당에서 사용할 금줄 두 개를 만듭니다.

하라 마을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 제물로 길이 1 미터의 긴 작대기를 준비하여 한쪽 끝을 갈라서 백지를 꽂아둡니다. 이 작대기는 산신단 앞 제물 주위에 대각선으로 꽂아둡니다. 그리고 남신은 소나무로 만들고, 여신은 자귀나무로 만듭니다. 알파벳 Y 자 모습으로 나무를 잘라서 사용하는데 위에 얼굴을 그리기도 합니다.

제물 준비가 끝나자 샤모리(社守)라고 하는 제관을 선두로 제물을 진 사람들이 열을 지어서 산신당으로 향합니다. 산신당은 하당이라고 하여 마을 뒤쪽 한 곳과 상당이라고 하여 마을 뒷산 입구에 있습니다.


먼저 제물을 들고 하당에 가서 남녀 신체와 찹쌀떡, 밥 조금, 술 등 소박한 제물을 펼쳐놓고, 금줄을 두 나무에 이어놓습니다. 준비가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금줄을 잡고 민요를 부릅니다. 제관이 선창을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반복해서 후렴을 부릅니다.

산신단 하당에서 제사를 끝나면 상당으로 가서 하당과 같은 방식으로 신목으로 정해진 나무 아래 남녀 신체를 각각 기대놓고, 소박한 제물을 차려놓습니다. 그리고 금줄을 나무에 이어놓고 민요를 부릅니다.

하라 마을에서는 아침부터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제물을 준비하고, 산신단 두 곳에서 간단히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산신제가 끝납니다. 마을 사람들의 바람대로 올해도 온 세상에 풍년이 들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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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관을 앞세우고 제물을 들고 산신단에 가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줄을 메어놓고 민요를 부르면서 신에게 기원을 한 다음 줄을 잘라놓습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산신제 #히노초 하라 마을 #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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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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