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 정당들의 엠블럼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독일 사민당 / 독일 기민당 / 영국 보수당 / 독일 녹색당
각 정당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대부분의 서구 유럽 정당의 경우 자신들의 신념과 가치를 정당색으로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 세계에 퍼져있는 녹색당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가치인 환경 중시와 친환경 에너지 확보, 핵발전 중단 등의 정책을 내세우며 '녹색'을 전면에 드러낸다. 누리집만 봐도 온통 녹색 천지다. 녹색이 자신들의 정체성과 색깔·정책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사회민주당(사민당)은 좌파의 상징인 빨간색을 처음부터 사용하고 있다. 2005년 독일 대선 후, 사민당과 녹색당이 공동수립한 정부를 '적녹연합'이라 부른 이유기도 하다. 반면, 앙켈라 메르켈 총리가 속한 보수정당인 기독교 민주당(기민당)은 검정과 주황을 당의 상징색으로 내걸었다. 검은색은 전통을 강조한 가톨릭 성직자들의 사제복 색깔에서 기인했다. 실제 기민당은 과거 가톨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일부 의원들이 검은색 사제복을 입은 성직자였다.
영국은 더 전통을 중시하고 있다. 거대 양당에 의해 운영되는 영국 의회는, 보수당이 파란색을 노동당이 빨간색을 당색으로 사용하고 있다. 노동당의 경우 노동자의 투쟁을 의미하는 빨강을 채택함으로써 노동자 정당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복지국가로 대표되는 북유럽 국가들도 전통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사회민주당(사민당)은 사회민주주의를 기치로 내건 만큼 독일의 사민당과 같이 '빨강'을 당색으로 사용한다. 독일의 적녹연립정부처럼 스웨덴도 사민당과 녹색당이 적녹연합을 구성해 야당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당이자 지금의 스웨덴 총리 프레드리크 레인펠트를 배출한 보수당의 당색은 전형적인 파란색이다.
핀란드의 정당들도 스웨덴의 정당들과 유사하다.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중도 좌익정당인 사민당도 역시 빨간색을, 보수를 표방하는 국민연합당은 파란색을 차용했다. 반면 농민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출범해 지금은 중도세력으로 지지범위를 확대한 중도당의 경우 녹색을 당색으로 쓰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에도 사회주의좌파당은 적색, 보수당은 파란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하고 있다.
"쉬운 이미지 교체, '콘텐츠' 없으면 소용없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러한 '색깔정치'를 "과거에 우파는 파랑, 좌파는 빨강, 파시스트는 검정, 생태주의는 녹색이라는 고정된 표상이 있었지만, 최근엔 새로운 지지자들을 흡수하기 위해 전통적인 이미지가 유효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뒤이어 김 교수는 "중요한 것은 본질"이라며 "정당의 색깔과 이미지는 그에 맞는 콘텐츠와 결합하지 않으면 그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에서 정치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조배준씨도 한국 정당의 색깔 변경을 보며 "'간판 교체'와 다를 바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알맹이(정책)보다 껍데기(당색깔)를 중시하다 보니 선거를 이기기 위해 '당색깔이 곧 정당 정체성'이라는 기본 공식조차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선 이후, 새누리당의 색깔 변화가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경험한 유권자들에게 색깔 교체는 진부한 정치전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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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파랑, 파랑→빨강... 돌고 도는 여의도 '색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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