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완의 광주시장 출마가 유감인 까닭

[取중眞담] 구정질문 0건·조례안 2건의 서구의원이 광주시장에?

등록 2014.01.23 11:57수정 2014.01.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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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22일 오전 11시 광주시의회 기자실이 저마다 가슴에 배지를 단 사람들로 붐볐다. 광주·전남 전현직 지방의원 113명이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광주전남 전현직 지방의원 113명 '안철수 신당'지지). 113명 중 얼추 1/3만 자리했는데도 기자실이 가득찼다. 대부분 전현직 지방의원이면서 전·현직 민주당원이었다.

이들은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종북 타령, 서해 NLL 논란, 의료민영화, 철도민영화, 대선공약 후퇴, 국가기관의 불법대선개입 및 특검 등 그 어느 것도 시원스럽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3월에 생길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종북 타령, 서해 NLL 논란, 의료민영화, 철도민영화 등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대처는 시원스러웠을까. '글쎄'다. 이들이 외치던 '새정치'의 구호 소리는 컸지만 내용은 공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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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광주 서구의원인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6월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이 이사장은 22일 오전 11시 30분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 야권의 창출과 통합의 새시대를 여는 봉화를 들겠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 강성관


이들이 빠지고 광주시의회 기자실 앞엔 의자와 테이블 하나가 놓였다. 곧바로 오전 11시 30분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6월 지방선거 광주시장 후보 출마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관련기사 :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광주시장 출마) 이 이사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민주개혁세력의 종가"인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이 광주시장 선거 출마 선언을 하는만큼, 이번엔 기자들로 기자실이 붐볐다.

이 이사장은 A4용지 네 장짜리의 기자회견문을 직접 기자들에게 돌린 뒤 기자실 앞 의자에 앉아 태블릿PC에 담긴 회견문을 낭독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병완 서구의원'... 그의 초라한 의정활동

앞서 한 달 전쯤 광주 지역 일간지인 <남도일보>에 '이병완 서구의원 지방의원 맞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비해 많이 어색하지만 사실 이 이사장은 무소속의 광주 서구의원이다.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누구나 다 아는 직함'이지만 '이병완 서구의원'은 '아는 사람만 안다는 직함'이다. 22일 만난 광주 서구에 사는 한 대학원생은 "이 이사장이 서구의원인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아무튼 <남도일보>는 기사에서 이 이사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10년 6월 서구의원이 된 이 이사장의 의정활동을 되짚어보자.

구정질문 및 5분 발언 0건
조례발의 2건(대표발의 1건, 공동발의 1건)


2010년 7월부터 지금까지 13명의 서구의원은 평균 3.76회 구정질문을 했고, 평균 1.92회의 5분 발언을 했다. 또 서구의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조례현황에 따르면 2010년 7월부터 지금까지 총 337개의 조례안이 발의됐다.

이런 가운데 이 이사장은 2010년 7월부터 약 1억2000만 원의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을 받았다. 물론 이 돈은 서구 주민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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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8월 3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봉하축제'에 참석한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모습. ⓒ 윤성효


기자는 이날 광주시장 출마선언을 한 이 이사장에게 초라한 의정활동 성적표를 내밀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이 이사장은 "내가 기자라도 그런 식으로 조져보고 싶을 거 같다"며 운을 뗐다. 그는 이날 질의응답 중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해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말은 길었지만 요지는 몇 가지로 압축됐다. 먼저 그는 "40여 회에 걸쳐 구정생활의 느낀 바를 칼럼으로 써 지역민들에게 무료로 보게 했고 주간지 <시사인>에도 꾸준히 칼럼을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하면 지역민 중 신문을 구독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안 좋은 분들이 많다"며 "대한민국에 큰 사건이 터졌을 때 '내막과 배후는 이렇다'라고 말씀드릴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초의원이 칼럼을 쓰는 건 상관없지만 기초의원이 칼럼리스트가 되어선 안 된다. 기초의원을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이라고 강조하며 서구의원에 출마한 이 이시장이 기초의원의 역할을 칼럼리스트 정도로 여기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물론 칼럼리스트를 비하하는 게 아니다. 둘은 역할이 다르다).

이어 이 이사장은 "통계의 거짓말"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조례엔 구속력이 없다"며 "시행령, 세칙, 규칙까지 하면 사실 조례를 만들 일이 없다"고 답했다. 이로써 2010년 7월부터 337개의 조례안을 만든 서구의회 13명의 의원을 포함해 전국의 기초의원은 '하지 않아도 될 일에 굳이 힘을 쏟은' 이들이 돼 버렸다.

시장 경선 탈락→서구의원→시장 출마 선언, 진정성에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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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완 이사장은 2010년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서 패하자 서구의원에 도전하겠다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2010년 3월 10일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참여당 시도지사 출마자 1차 공동기자회견'에서의 모습. ⓒ 권우성


이 이사장이 서구의원에 당선된 2010년, 그는 원래 광주시장 후보로 나서려고 했다. 그는 당시 국민참여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서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에 패하자 서구의원에 도전하겠다고 나섰다.

이러한 이력은 서구의원 후보로서 이 이사장의 진정성에 흠결로 작용했다, 아니 작용했어야 했다. 하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참여정부에서 큰 역할을 한 덕분에, 그리고 다른 서구의원 후보에 비해 정치적 영향력이 남달랐기에 그는 당시 큰 기대를 모았고, 이러한 기대 속에 서구의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의 초라한 의정활동 성적표는 그 기대를 저버리게 했다. 더불어 이번 갑작스런 광주시장 선거 출마는 서구의원으로서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가 서구의원에 오른 뒤 했던 "광주의 비서실장이 되겠다"는 말과 함께 이날 출마의 변에서 외친 '살아있는 자치시대', '대구-광주 달빛혁명', '단일 야권'의 구호도 공허하게 들렸다.

앞서 광주·전남 전현직 지방의원 113명의 새정치를 좇는 내용 없는 외침과 이 이사장의 진정성에 물음표를 던지게 하는 광주시장 출마 선언까지. 22일 오전 광주시의회 기자실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내용은 공허했다.
#이병완 #광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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