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어르신들은 옳다... 약자들과 함께하겠다"

[현장] 작은형제회,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 격려 후 미사

등록 2014.01.23 21:03수정 2014.01.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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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도중에도 송전탑 공사를 위한 (원안) 헬기가 낮게 뜨면서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 김종술


작은형제회(프란체스코회) 한국관구 신부와 수사님 신도 등 30여 명이 23일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다 사망한 고 유한숙 어르신의 분향소와 보라마을 고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 장소 그리고 농성장인 고답저수지·골안마을을 찾아 미사를 올렸다.

이들은 분향소를 지키는 평밭마을 주민을 위로했다. 또한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동면 고답저수지 농성장을 찾아 움막을 지키던 어르신들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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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답저수지 움막에서 농성 중인 어르신들을 위로하고 있다. ⓒ 김종술


움막을 지키던 어르신들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는데 대통령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까도 한전(한국전력) 놈들 올라가는 것을 막지 못해서 가슴이 아프다"면서 "우리는 오랫동안 한전과 경찰과의 전쟁을 치르느라 우울증에 시달리고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김정훈 신부는 "서울에 가서 (밀양 현장을) 널리 알리고, 같이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위로했다. 이어 일행들은 고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한 장소로 이동해서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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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한 장소를 장영식 작가가 가르치고 있다. ⓒ 김종술


이 자리에서 현장 설명에 나선 장영식 작가는 "고 이치우 어르신이 마을회관에서 기름을 온몸에 붙고 이 장소에 와 분신했다"면서 아스팔트 바닥에 하얀 자국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당시 어르신이 하얀 고무신을 신고 있어서 그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일행은 산외면 골안마을로 이동했다. 허홍석 신부가 미사를 올렸다. 하지만 때마침 한전 작업자 교대시간과 맞물리면서 미사가 진행되는 곳까지 경찰이 진입했다. 경찰과 지역주민 사이에 마찰은 없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당시 현장에서 "저기 좀 보이소! 벵기(헬기) 때문에 시끄러워서 못 살겠다, 한전 놈들 못 올라오게 해주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평범한 사람들끼리 싸우게 하다니... 윗사람들이 야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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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홍석(에제키엘 형제) 신부가 미사를 하고 있다. ⓒ 김종술


오늘 첫 현장 미사를 나왔던 허홍석(에제키엘 형제) 신부에게 이곳을 찾은 이유를 물었다. 허 신부는 "밀양 이야기는 평소에 많이 들었다, 우리는 그리스도로서 억울하고 힘들고 가난한 약자들과 같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밀양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정말 (주민과) 연대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경찰들을 보면서도 참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경찰들)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야속함을 느낀다, 평범한 사람들끼리 싸우게 하다니…"라고 말했다. 이어 "살기 좋던 마을인 이곳(골안마을)도 윗마을과 아랫마을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고 들었다,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허 신부는 "할머니·할아버지의 행동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든 어르신들을 기억하고 함께하겠다"면서 "또한 많은 이들에게 '어르신들이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싸우고 있지 않다는 것'을 널리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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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30분 미사가 벌어지자 경찰이 둘러싼 가운데 충돌을 우려한 듯 (한전 작업자) 우회해서 올라갔다. ⓒ 김종술


이날 현장 미사에 동참했던 김익득 신부는 "우리는 밀양에 어르신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함께해주시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리 작은형제회는 어르신들의 뜻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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