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표지
살림, 2013
500페이지를 넘는 두꺼운 단행본이지만 루이자의 유쾌 발랄한 생각과 대화들, 그리고 사지마비 환자들의 생활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독자들을 작품에 몰입시킵니다.
작품은 챕터 마다 주된 화자의 1인칭 시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로 루이자의 시점에서 작품이 진행되는데 워낙 독특한 성격의 화자가 주는 엉뚱함과 직설적인 생각들이 중간 중간 큰 웃음을 주는 포인트입니다.
장애인과 간병인 간의 사이를 다룬 수많은 영화와 소설들은 서로의 긍정적 영향으로 장애인이 유쾌한 간병인으로부터 힘을 얻어 삶의 의지를 다시 찾는다거나,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음에도 삶을 허투루 보내던 간병인이 새 삶을 살게 된다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주는 경우가 많았지요.
하지만 이 소설은 너.무.나.도. 현실적입니다. 치밀한 취재가 필요했을 사지마비 환자에게 필요한 다양한 의료서비스와 시간과 상황에 맞추어 투여되어야 하는 의약품들.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는 자존감의 붕괴. 거기다가 주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모든 행위들이 '행복을 과시하는 행위'로 비칠지도 모른다는 해결할 수 없는 오해까지.
비장애인들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들의 삶을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주고, 그들이 왜 죽음을 그리도 원하는지를 알려줍니다. 환자들이 원하는 안락사는 법률적으로는 의료진이 살인행위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세계 각국에서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위스에서는 의료진이 행하는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디그니타스(Dignitas) 병원 등 허가받은 기관에서 환자에게 치사량의 약물을 제공받아 환자 본인이 자살을 택할 수 있는 '조력자살'은 합법입니다. 이 때에도 다른 이가 환자의 약물 복용을 돕는다거나 투약을 행하는 '적극적 조력'은 불법입니다.
우리 정부는 '안락사'와는 개념을 달리하는 '존엄사'를 정부차원에서 올 2월 중 입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약물들을 통해 생명을 끊는게 아닌 품위를 지키며 고통스럽지 않게 자신의 삶을 중단할 수 있도록 기존에 진행하던 연명치료를 멈출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죠.
막상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이 죽음을 원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소설 속 윌의 어머니는 자신이 아들의 죽음에 '공범'이 된다는 느낌에 고통스러워 했고, 루이자 또한 복잡한 일에 휘말리겠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평소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지마비환자의 생활상, 그리고 안락사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기회 여러분들도 한 번 가져보시지 않겠습니까?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살림, 2013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죽음 원하는 남자와 그를 사랑한 여자의 슬픈 로맨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