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서울시장 후보였던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민주당 살리기가 우선"이라며 이른바 '민주당 재건론'의 깃발을 들고, '경선의 낙엽'이 아닌 '원내대책의 횃불'이 되겠다고 나섰다.
남소연
박영선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김한길 대표는 지난 3일 임시국회 개원을 앞두고 정치혁신안을 공개했습니다. 국민소환제를 비롯 공항 귀빈실 이용금지 등까지 다양한 특권방지 내용이 담겼는데 의원님께서는 이것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지도부가 고민을 많이 해서 내놓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국민들이 바라는 민주당은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 있었던 일 중 삼성의 대학 할당제 같은 것에 민주당이 강하게 소리를 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없애달라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예컨대, 노인 중 50%가 빈곤층이다 그러면 이 빈곤층을 대변할 정당은 과연 어느 당일까. 자신들의 고민과 걱정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은 어딜까, 또 최근 카드 사태로 피해 입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정당 그리고 그런 국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정당은 어딜까 그런 데 더 관심이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의 혁신 방향이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다고 봅니다."
- 의원님께서 생각하시는 민주당의 혁신 방향은 어떤 것입니까."앞으로 정당은 매우 세분화된 정책으로 어떤 그룹에 대한 타깃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먼저 손대고 싶은 분야는 부동산 정책인데요. 현재의 대한민국은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에 직면했다고 봅니다. 제가 속한 50대는 베이비붐 세대입니다. 주택난에 허덕이면서 집 사는 게 꿈이며 로망인 세대지요. 그런데 이제 이들은 각고의 노력으로 집은 갖게 됐지만 수입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계속 만족할 만한 삶을 누릴 수 없는 처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 민주당이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택문제에 대한 대변화가 필요한 겁니다. 현재 집들은 남아돌고 부동산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죠. 따라서 집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계속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주고 대신 전월세 상한제 같은 제도를 둬서 임대정책을 규제하는 등의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부동산 이외에는 어떤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대기업 위주의 특혜 정책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걸 박근혜 정권도 알고 있을 겁니다. 이걸 알면서도 못하는 이유가 있는 건데, 이걸 민주당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올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입니다. 이걸 대통령의 권한으로 하겠다고 선언했거든요. 이걸 뒤집어 해석하면 가난한 사람, 노동자들의 소비 활성화를 꾀해보겠다는 겁니다. 우리도 미국처럼 과연 임금구조가 제대로 돼 있는가.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왜 대기업의 흑자가 저렇게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건가 분석을 토대로 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봅니다."
재벌의 '골목상권' 파괴로 나온 경제민주화... 그런데 또 외촉법을?- 지난 연말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대해 반대했던 것도 그 연장선에 있는 건가요?"그렇습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반대했던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런 법을 통과시키면서 경제민주화에 대해 얘기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2007년 8월 기업이 증손자 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MB정권 5년 내내 재벌계열사들은 500여 개가 넘게 증손자 회사를 늘렸습니다. 콩나물, 빵집, 떡볶이 이른바 골목상권을 재벌이 잠식해 들어가서 서민들이 못 살겠다고 아우성을 쳤고 그 결과로 지난 2012년 대선 때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됐던 겁니다. 그런데 이 법(외국인투자촉진법)은 증손자 회사를 두 배로 더 만들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아무리 다른 법으로 중소기업에 혜택을 준다 한들 그건 잔가지에 불과하고 근본적으로 경제민주화를 해치는 법이 되는 겁니다. 경제민주화의 뿌리를 흔드는 정치에 동의할 수가 없었어요."
- 전반적으로 민주당에 어떤 정책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시는 거지요? "오바마 대통령이 GM을 살렸습니다. GM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GM에 다니는 노동자들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겁니다. GM이 살아난 것은 미국경제에 큰 도움이 됐지요. 이런 오바마의 정책도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노동자들을 살리는 정책, 노동자들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올리는 정책, 그런 발상의 전환이 민주당에게 특히 요구된다고 봅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중심으로 한 정치혁신이 나왔는데, 저는 민주당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한 의회의 기능과 권한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회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은 민주주의의 핵심인 의회 민주주의를 망가뜨리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구분도 필요합니다. 결론은 민주당이 추구하는 바가 뭐냐 억울하고 약한 분들을 위한 정당으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표방했는데 언제부터 왜 어떻게 스텝이 꼬여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빚었다고 진단하십니까."원인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의회 과반을 획득한 이후 속시원히 한 번도 선거를 제대로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선거결과에서 민주당이 많은 자신감을 잃었다는 분석이 있고요. 둘째는 우리나라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세밀한 정책연구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미국의 경우 소수민족과 흑인인구가 늘어나면서 통계학적으로만 보면 민주당에게 쉬운 구조로 변했는데 우리는 50대 이상 유권자 수는 급격히 늘고 50대 이하 유권자는 급전직하로 줄었는데 이에 대한 민주당의 대책이 소홀했다고 봅니다."
"민주당 정책, 인구학적 접근도 세대별 전략도 부족했다"
- 인구학적 접근에 따른 세대별 전략이 부족했고, 적절한 이익대변자 역할도 제대로 못했다, 이렇게 분석하시는 거군요. "민주당 지지자들조차도 계속 선거에서 속시원히 못 이기니까 과연 민주당이 내 이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나 생각하는 거죠. 민주당을 지지했으면 그에 따른 반대급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10년간 없었기 때문에 뭐랄까 지지자들조차도 지루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 민주당은 그동안 진보노선을 견지했는데 이에 대한 의원님의 견해는 어떤 겁니까."미국 클린턴 대통령이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당선될 때 삼각벨트 축으로 당선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며 양쪽의 장점을 뽑아가면서 집권이 가능했다는 건데요. 민주당에도 절실히 요구되는 바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진보가 영원히 옳고 보수가 영원히 옳다는 논리에 이제 인식의 한계가 왔다고 봅니다. 보수도 발전을 위해서는 자체 개혁이 필요하듯이 진보는 더 많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수의 장점이 있다면 과감히 받아들이고 진보의 장점은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중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요?"중도는 아닙니다. 원칙은 진보적인 사고에 두되 보수의 장점을 흡수할 수 있는 여유와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게 북한인권법인데요.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은 사실 '북한 지원단체에 대한 지원법'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법이라고 함은 북한의 인권개선과 관련된 것이 핵심이어야 하는데 이것이 빠져 있지요.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을 설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우리가 하나로 엮어낼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민주당은 지난 한 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과 관련해 선봉에 섰습니다. 그러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를 받고 있지는 못합니다. 전투에선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진 게 아니냐는 평가도 있는데요. 의원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50대 이하에서 대중화 되어있는 SNS 공간에서의 문제였기 때문인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또 보수언론이 이것을 애써 무시하고 잘못된 걸 알면서도 계속 다른 쪽으로 유도하려 했던 문제도 있다고 봅니다. 이건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 사건을 대한민국에 정의가 사라지고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 아주 중대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깨어있는 50대들은 과연 이게 나라냐 이렇게 비판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문제를 자신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보지 않아요. 그래도 저는 민주당이 야당이기 때문에 이걸 바로 세우지 않는 한 민주당의 존립 근거를 찾기 힘들다고 봅니다. 또한 이 문제를 방치하면 민주당의 재집권도 힘들다고 봅니다. 단기적인 평가는 현재 이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사건에 대한 평가가 새롭게 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윤석열 팀장은 수사인력의 한계로 더 수사하지 못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는데요. 특검없이 이대로 잊혀지면 되는 것일까요?"아닙니다. 그래선 안 됩니다. 윤석열 팀장은 굉장히 보수적인 분입니다. 민주당보다는 새누리당 입장에 가까운 분인데, 그런 분이 이 사건을 보고 경악할 정도라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잘못 가고 있구나, 대한민국의 정의가 잘못되고 있구나 판단해야 할 정도로 아주 심각한 사건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김진태 검찰총장 이후 수사팀을 사실상 해체해버렸습니다. 이건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길 바라는 전략인 건데. 글쎄요, 검찰이 과연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하는 건지 특정 집권세력을 위해 존재하는 건지 짚어볼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세훈 무죄 나면 정의가 무너지는 건데...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