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에 무선키보드는 분리형을 권한다. 키보드 자체의 무게도 중요하다.
김용주
어쨌거나 태블릿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건,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이 기기가 전자책 단말기와 노트북을 대체하게 될 것을 의미한다(스티브 잡스가 처음 아이패드를 세상에 소개했을 때 그는 정확히 전자책 단말기와 넷북을 경쟁 상대로 꼽았다).
여전히 전자책 단말기가 시장에 유통되고 있지만 나는 곧 그것들이 사라지거나,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점차 시장 점유율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태블릿의 기능이 더 다양하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전자책 단말기를 선호하는 주요 이유로 책만 볼 수 있는 단순한 기능을 꼽는 사용자들이 많다.
나는 태블릿의 해상도가 높아지고 무게가 같아진 지금, 무엇보다 물리적인 책의 상당수가 컬러책이라는 사실 때문에 전자책 단말기를 비관적으로 본다. 점점 더 컬러책을 흑백 기기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 유저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북미의 전자책 선도업체인 아마존이 이윤을 크게 보지 않으면서도 킨들 파이어라는 태블릿을 개발해서 전자책 사용자에게 안겨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그럼 노트북은? 아마도 OS의 편리함 때문에 노트북 시장은 지속될 것 같다. 단지 10인치 태블릿 시장과 겹치는 영역, 즉 넷북으로 대변되는 저가 10인치 사양들은 점점 규모가 줄어들지 않을까.
그리고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태블릿과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동해서 쓰는 사용자들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에 걸맞게 고가의 태블릿 케이스 일체형 무선키보드를 장만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대체로 문서작업이 잦은 직업을 가진 분들이 필요를 가장한 '지름신'에 낚이곤 하는데 나는 케이스 일체형 키보드에 부정적이다.
굳이 사고 싶다면 태블릿과 케이스 일체형 키보드를 합한 무게를 한번 따져보기를 권한다. 왜냐하면, 요즘 40~50만원대 노트북의 무게가 1kg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충분히 가볍지 않다면 태블릿에 다시 비싼 돈을 보태어 '노트북을 만들' 이유가 없다.
솔직히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있는 이들에게 태블릿은 필요 이상의 기기임에 분명하다. 소위 '어른들의 장난감'이란 의미이다. 물론, 나는 이 태블릿이 노트와 다이어리, 책, 넷북 대용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까놓고 말해서 이 기기가 없을 때도 불편함 없이 잘 살아왔다.
고로 이 기기의 정체성을 '유희'나 '자기만족적' 측면이 있음을 쿨하게 인정한다면 다음 스텝은 이 '잉여기기'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리라. 전자제품들이 늘 그렇듯 꼭 필요해 보여서 장만했다가 시간이 지나도 손에 익지 않아 책상 서랍이나 창고에 처박아두게 되는 일이 자주 있지 않던가.
고백하건대 앞서 말한대로 나도 자주 기기를 중복해서 구입하고는 처분하기를 반복했다. 부화뇌동하지 않고 조금만 기기의 특성과 용도를 생각했다면 적절한 기기를 사고 주변기기들도 잘 맞춰서 샀을 텐데. 매번 사탕가게에 처음 들어간 아이처럼 모든 것이 필요해 보였고 다 잘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뭐, 자본주의 시장의 모토가 '필요없는 제품도 사게 만들라' 아니던가. '지름신의 강림'으로 필요가 절절하지 않은 제품을 사는 걸 참기 어렵다면 만족스럽게 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꼼꼼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괜히 비싸게 사놓고는 자녀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자주 '대상 자체'를 오래 따지기 보단 최저가 사이트에서 몇 천원 싸게 사는 데 거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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