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앞에서 공사를? 이런 문제 해결하는 법

[민원일기③] 공사피해 민원처리의 현실과 차선책

등록 2014.02.12 11:27수정 2014.02.1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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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남성, 60대)는 요즘 억울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집 앞에 있는 폭 10m 도로 건너편의 공사 때문이다. 쿵, 쾅, 쿵, 쾅. 낡은 2층 주택을 허물고 4층 다가구주택을 짓기 위해 지하터파기를 하는지 바닥을 내려치는 둔탁한 기계음이 하루 종일 들린다. 본인의 집 담장과 벽에 생긴 균열이 그 진동 때문에 생긴 것만 같다. 예전보다 조망도 나빠질 게 뻔했다.


참다못한 A씨는 다가구주택 공사관계자를 만나 따졌지만, '적법하게 허가받고 공사하는데 무슨 상관입니까?'라는 퉁명스런 대답만 들었다. A씨는 공사관계자의 고압적인 말투에 더 화가 났다. 시간이 지나고 건물의 외형이 점점 드러나면서 A씨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집값도 예전만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A씨의 사례는 전형적인 건축물 공사로 인한 피해 분쟁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건축법은 공사피해에 관한 세세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공사피해 보상은 건축법이 아니라 민법으로 다퉈야 하기 때문이다.

민원인과 건축주 사이, 공무원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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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우리 건축법은 공사피해에 관한 세세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공사피해 보상은 건축법이 아니라 민법으로 다퉈야 하기 때문이다. ⓒ sxc

"우리 집 앞에 오피스텔을 지으면서 피해가 너무 커요…. 공사를 중지시켜 주세요."
"적법하게 허가받고 공사하는 겁니다. 억울하면 소송하세요."

대체로 공사피해 민원은 원인과 결과보다 금전보상을 얼마로 할 것인가로 귀결되기 때문에 건축허가 담당공무원들은 공연히 개인 사이 분쟁에 휘말릴까 염려한다. 공사를 의뢰한 건축주는 현금보상을 최소한으로 하되 균열이 생긴 건축물의 부위를 보수해주는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반면 공사피해를 주장하며 민원을 제기한 쪽은 정신적·경제적 피해보상차원에서 아예 본인의 집을 매입하라는 '센' 요구를 할 때도 있다. 물론, 이럴 경우 양쪽의 합의는 불가능하다.

공사피해를 주장하는 민원인이 한두 사람이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합의를 위해 고려할 사항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만일 공사장 주변의 대여섯 가구부터 수십 가구 이상에 이르기까지 공사피해를 주장한다면 양상은 훨씬 복잡해진다.

공사피해의 내용과 정도가 집마다 다른데도 저마다 높은 보상금액만 얘기할 뿐 적법하게 허가를 받고 공사 중인 건축주가 지불가능한 보상금총액을 너무 높게 생각한다. 건축주와 원만히 합의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특히 피해원인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라면 합의는 더욱 어렵다.

공무원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 민원인이 주장하는 피해가 건축물 공사로 인한 것인지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보상금액을 정해주기도 어려울 뿐더러, 양측 모두로부터 욕을 듣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건축주의 입장만 두둔한다거나 '브로커' 역할을 한다는 비난부터, 내 돈 내고 법대로 건물 짓는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말까지… 난처한 상황이 이어진다. 시·군·구청에 공사피해 민원을 제기한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듣는 답변이 '억울하면 소송하세요'라는 말인 이유이다. 민원인들은 공무원들의 이런 말이 무책임하게 들려 더 화만 날 뿐이다. '인·허가를 내준 공무원이 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건지….' 

공사피해 분쟁이 소송까지 확대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복잡한 이해관계와 건축법의 한계가 얽혀있다. 우리 건축법이 건축물의 높이제한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건축법 제60조~제61조 등). 햇빛과 시야 확보를 위한 건축물의 높이 제한 규정(건축법 제61조)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주거지역(전용·일반)에만 적용되므로 '최소한의 기준'에 불과하다. 이를테면 내 집이 용도지역상 상업지역이나 공업지역에 있다면 건축법상 일조권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건축물의 높이는 대지가 접한 도로의 너비에 따라 결정한다. 전면 도로 너비의 1.5배만큼 높이 건축할 수 있기 때문에 10m 도로라면 15m 높이까지, 20m 도로변이라면 30m 높이까지 건축이 가능하다. 이 경우 도로에 하천, 공원이 접하거나 도로가 2개 이상이거나 막다른 도로 등은 또 적용하는 방법이 다르다.

건축물의 용도와 규모가 무엇이냐에 따라 건축선과 인접대지 경계선으로부터 6m 이내의 범위에서 건축조례로 정하는 거리 이상을 띄어야 한다(건축법 제58조). 예를 들어 서울시는 건축선으로부터 건축물까지 띄어야 하는 거리가 아파트는 3m 이상, 연립주택은 2m 이상, 다세대주택은 1m 이상이다.

소송 안 하고 공사피해 분쟁 해결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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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이외에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공사피해 분쟁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 sxc

그렇다면 공사피해 분쟁은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건물을 짓는 사람과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 사이의 다툼이므로 민사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도 살펴봤듯이 사법권이 없는 행정관청이 개입하여 어느 쪽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답변이 실망스러운가? '행정관청이 건축허가를 잘못 내서 피해를 입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 간 재산권 분쟁에 어디까지 공권력을 개입시킬 것인가는 사회적 합의의 차원이다. 건축공사를 하려는 건축주도 엄연히 재산권 행사의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 민법에 있는 건축의 최소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 건물을 축조함에는 특별한 관습이 없으면 경계로부터 반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② 인접지소유자는 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에 대하여 건물의 변경이나 철거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건축에 착수한 후 1년을 경과하거나 건물이 완성된 후에는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242조).
경계로부터 2미터 이내의 거리에서 이웃 주택의 내부를 관망할 수 있는 창이나 마루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적당한 차면시설을 하여야 한다(민법 제243조).

소송 이외에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공사피해 분쟁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공사로 인해 고충이 있다면 해당 시·군·구청 건축과를 방문하여 담당공무원과 상담을 하는 것이 순서이다. 나의 민원을 제3자의 눈으로 떨어져서 보는 과정이다.

담당공무원이 해당 건축주 또는 공사관계자와 피해주민 사이에서 중재를 '할 수도' 있다. 이때의 중재는 관내 주민에 대한 민원해소차원의 1차적 조치이지 건축법이 정한 의무사항은 아니다. 따라서 피해범위와 보상방법에 대해 원만히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서 담당공무원이 강제로 건축주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할 법적 근거는 없다.

게다가 시군구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건축인허가업무는 건축직 공무원이 행정동 단위로 담당하기 때문에 한 직원이 '커버'해야 할 구역이 만만치가 않다. 일할 손이 부족한 인허가실무 현실상 담당공무원이 민사적 분쟁에 사려깊고 친절하게 중재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다소 무리일지도 모른다.

둘째, 소송 때문이든 민원 때문이든, 공사 중인 건축물이 적법하게 허가가 났는지 검토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남의 건축물에 대한 허가정보는 개인정보이므로 허가관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더라도 자료를 얻기가 쉽지 않다. 설령 인허가자료를 열람하더라도 건축전문가가 아닌 이상 위법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이럴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 또는 상급 지방자치단체 감사부서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요령이다.

셋째,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건축분쟁조정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현행 건축법은 '국토교통부장관,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 필요하면 자신이 설치하는 건축위원회에 건축분쟁전문위원회를 두어 운영할 수 있다(건축법 제4조 제2항 및 제88조 등)'라고 규정하고 있다.

건축분쟁조정위원회 설치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각 지역 민선자치단체장의 의지와 관심 정도에 따라 운영 실태가 다양하다. 회의개최 횟수가 작년 한 해 동안 한 건도 없는 광역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소음·진동·먼지·일조·조망 등의 환경피해를 조사하여 분쟁을 조정해주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도 있다.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환경분쟁조정법에 따라 환경부에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특별시·광역시 또는 도에 지방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각각 설치되어 있다. 위원회들의 명칭도 기능도 기억하기 어렵다면 정부민원안내콜센터(대표번호 국번없이 110번)로 문의하여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공사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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