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노우에구 가는 길아침에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한적한 길이다.
노시경
한장의 사진, 동서양의 문화 '융합'을 보여주다이른 아침, 이미 날은 밝았으나 해는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하늘에는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씨가 될 것 같다. 나는 바닷가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평일 아침이지만 시간이 일러서인지 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미노우에 신사까지 가는 길은 나하 시 북쪽 외곽지역인데 한적한 시골도시를 연상케 한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도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이 한적하기만 하다. 동네 거리의 허름한 식당들도 문을 아직 열지 않고 있다.
아사히가오카(あさひがおか) 공원에 도착해서 일출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열대에 위치한 나하이지만 아침 공기는 신선하기만 하다. 나는 다시 천천히 신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사 정문 바로 앞에 서서 보니 신사 소유의 현대식 회관 건물이 있다. 이 회관 건물은 오키나와의 전통 결혼식을 잔뜩 광고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전통 속에 있는 이 신사에서는 오키나와식 신사 결혼식이 자주 열린다.
이 빌딩의 결혼식 광고 사진 안에는 오키나와 전통의 결혼복 외에도 일본 본토 전통의 하얀 신부복과 서양식 웨딩드레스가 모두 모여 있다. 신사 앞의 사진 한 장이 동서양의 여러 문화가 융합된 오키나와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미노우에 신사 옆, 고코쿠지(護國寺)라는 오랜 역사의 사찰에 들어가 보았다. 현재 사찰 건물은 새 건물이지만 이 자리에 절이 들어서 있던 세월은 오키나와에서 현존하는 절 중 가장 오래되었다. 고코쿠지는 류큐 왕국 당시인 14세기에 창건된 오키나와 최고의 사찰이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사찰은 오키나와 전쟁 때 대부분 소실되어 버린 채 1975년에 본당, 납골당만이 현대식 기와 건물로 복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