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을 기다리는 오다카역 자전거
박진도
원전 폭발이 있었던 후타바정(双葉町)과 오오쿠마정(大熊町)은 방문할 수 없었다. 물론 후쿠시마 원전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폭발지역 5km 이내에는 아직도 위험해서 사람들의 접근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강제 피난한 사람이 8만8천명이며, 자발적으로 피난한 사람은 그보다 훨씬 많다.
원전 폭발 이후 후쿠시마현을 떠나 돌아오지 않은 사람이 15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원전 폭발의 피해는 인근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피해는 후쿠시마현 뿐 아니라 일본 전체에 미치며 일본 국민은 크고 작은 방사능 오염으로 불안해하고 있다.
사고 수습되었다는 일본 정부, 믿지 않는 국민들원전 폭발 현장을 시찰한 다음날 후쿠시마 대학의 시미즈 교수로부터 특강을 들었다. 시미즈 교수는 지역경제 전공자이지만 오래전부터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대해 연구를 해왔다. 시미즈 교수의 강의를 요약하면,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체르노빌 사고에 비하면 그 피해는 적다고 한다. 체르노빌에 비하면 대기에 방출된 방사능의 양은 15%, 오염도달 거리는 10분1, 피해면적은 6%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정보공개에서 가장 차이가 크다. 후쿠시마의 경우 제1원전이 폭발하기 전부터 피난을 시작했으나, 체르노빌은 폭발 현지의 피난이 36시간 이후에 시작되었고, 30km 권 피난은 1주일 후에 이루어졌다. 오염 지역 지도는 2년 후에나 공표되었다. 체르노빌 사고로 반경 250km 이내의 3천만명이 피난을 하고, 많은 마을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에 비하면 후쿠시마 사고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고 한다.
원전사고 발생 후 2년 여가 지난 지금 일본 정부는 사고가 수습되었다고 선언하였다. 정부의 수습 선언으로 대형 언론은 원전사고 보도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도쿄전력은 '수습이 되었기 때문에' 배상을 끝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13년 5월 27일 발표된 유엔과학위원회의 조사는 "이번 사고로 인한 방사능으로 건강에 미친 악영향은 확인할 수 없었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인근 지역에는 방사능 측정기가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다. 원전으로부터 5km 떨어진 곳에 설치된 측정기에서 내가 확인한 방사능 수치는 자연 상태에서 측정되는 수치와 차이가 없었다. 표면상으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수습 국면을 맞이한 것 같다. 그런데 왜 일본정부는 왜 아직 사람들을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까. 사람들은 일본정부를 믿지 않고, 측정기도 믿지 않고, 일본 정부도,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 그동안 수차례 일본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지금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매일 2억4천만 베크렐의 방사능이 분출되고 있다. 방사능오염지대는 2012년 4월 후쿠시마현 내 주변과 미야기현의 일부에서, 6개월 후인 9월에는 니가타, 사이타마, 도쿄, 지바, 이와테 일대까지 오염이 확산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의 핵연료봉을 식히기 위해 사용되는 물은 반도 회수되지 않고,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해양방사능오염은 하와이 근처까지 미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왜 유치한 것일까. 시미즈 교수에 따르면 원전을 유치하는 쪽의 논리는 크게 세 가지이다. 하나는 '후쿠시마의 티베트'론이다. 인구과소화로 곤란을 격고 있는 지역의 사정 그리고 출가노동(멀리 가서 노동을 하고 돈을 벌어 돌아오는 것) 지대의 비애가 원전을 불러들인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역발전의 기폭제'론이다. 원전을 유치하면 관련 산업이 들어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 셋째는, '국가시책에의 협력'론이다. 국책사업에 협력하면 안전은 국가가 책임질 것으로 믿는다는 거다.
시미즈 교수는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를 환경 부담의 '다단계이전 구조'라는 시각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전기는 도쿄와 수도권에서 대량소비하고 그것을 후쿠시마와 니가타 원전이 공급한다. 그리고 원전에서 사용한 핵연료는 아오모리현의 로카쇼 촌에서 재처리한다. 낮은 수준의 방사성 폐기물도 6개 촌에서 처분하지만, 높은 수준의 방사성 폐기물은 '어딘가'에서 처분된다. 방사능은 점차 멀리 그리고 가난한 지역으로 이전된다.
가장 커다란 문제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지역의 주민들 특히 현재 피난해 있는 지역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은 귀환을 전제로 한 피난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젊은이들은 돌아가려고 할 것인가", "제2원자력발전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돌아간다 해도 전부 가동을 중단하면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후쿠시마현은 적어도 당분간 '무원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1만 명의 고용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등에 대해 걱정이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2009년 우리나라에서 윤제균 감독의 영화 <해운대>가 개봉되었다. 설경구와 하지원이 열연한 이 영화는, 한여름 피서철 일본 대마도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대형 쓰나미가 100만 인파가 몰린 해운대를 덥치는 가상 상황을 리얼하게 표현하여 1000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