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대중 내란음모' 꺼내든 이유는?

[주장] 모순된 검찰의 논리... 재판부, 현명한 법적 판단 내려야

등록 2014.02.14 14:58수정 2014.02.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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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공개된 '내란음모' 결심공판 지난 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결심공판 모습이 역사적인 재판인 것을 고려해 시작전 10분가량 언론에 공개되었다.
언론에 공개된 '내란음모' 결심공판지난 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결심공판 모습이 역사적인 재판인 것을 고려해 시작전 10분가량 언론에 공개되었다.사진공동취재단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사건 재판은 지난 4개월간 약 50여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나는 검찰이 재판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믿을 만한 증거를 얼마나 제출했는지 그리고 변호인 측이 공소사실을 어떻게 반박했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판결에 대한 전망을 밝힐 입장이 못 된다. 다만, 재판부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엄중하게 심리를 했을 것이기 때문에 현명한 법적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 사건 재판결과에 대한 입장은 극명하게 갈리겠지만, 이 사건에 적용된 법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고, 역사적 의의 역시 큰 사건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검찰은 의견서를 통해 "1980년 대법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학원의 폭력시위를 조장하고 전 국민적인 봉기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해 내란음모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봤고, 2004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긴 했지만 '내란음모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니다"라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 "김대중 대통령이 내란음모? 검찰 5·18 모독").

위와 같은 논리는, 2004년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재심재판을 담당한 재판부의 '전두환 등의 헌정질서 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함으로써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위법성이 없는 정당행위여서 무죄'라는 판단을 형식적으로 해석한 데 기인한다. 검찰은 무죄의 근거가 '위법성이 없다'는 점이었기 때문에 그 전제인 구성요건 해당성은 인정했다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무죄판결 난 '김대중 내란음모' 꺼낸 검찰, 몰역사적

 김대중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김대중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김대중평화센터

그러나 검찰의 이 논리는 지극히 형식적인 법 해석으로, 정당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내란음모죄는 '국헌을 문란할 목적' 등이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다. 여기서 '목적'은 일반적으로 구성요건의 한 요소로 보고 있다. 검찰의 논리는 '김 전 대통령에게 국헌 문란 등의 목적이 있었지만, 전두환 등의 헌정질서파괴범행을 저지한 행위여서 정당행위였다'는 것인데, 이는 명백히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해석이다.

그리고 검찰의 주장대로 재심재판부가 '김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의 실행행위를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즉 구성요건 해당성을 인정했다'고 볼 여지가 다분하려면, 재심 판결에 구성요건 해당성에 대한 판단이 단 한 줄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재심 판결은 검찰 측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판단을 한 적이 없다.


재심 판결은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5·18특별법)의 취지를 감안해 무죄 판단의 근거를 '헌정질서 파괴 범행에 저항한 위법성이 없는 정당행위'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지, 검찰의 주장대로 내란음모의 구성요건 해당성을 인정하는 전제에 선 판단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재심청구의 근거가 된 5·18특별법에 따라 수많은 관련자들에 대한 피해배상과 명예회복조치가 이뤄졌다. 검찰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은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을 청구할 직무와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법령 적용의 청구는 검사의 권한임과 동시에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다. 그런데 검찰이 선고를 앞두고 던진 형식 논리는 정당한 법 적용의 청구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몰역사적인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모순된 형식논리가 이석기 등 내란음모 사건의 재판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검찰이 선고를 앞두고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들이댄 것은 역사적 의의가 큰 사건에 정당한 법 적용을 청구했는지에 대한 의심을 갖게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박준영님은 변호사입니다.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 2010년 '수원 노숙소녀 사건' 대법원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내란음모사건 #이석기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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