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신학자 김근수씨는 해방신학의 눈으로 성서를 읽고, 가난한 이들의 고통과 해방에 동참하는 신학을 요청했다.
한상봉
"예수는 그리스도교를 세우기 위해 유다교와 결별하였다고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그러나 예수는 유다교와 결별하지 않았다. 예수는 가난한 사람들을 편들기 위해 부자들과 결별한 것이다."독일에서 신약성서학을 공부하고, 엘살바도르에서 남미의 해방신학을 공부한 평신도신학자가 불의에 저항한 예수를 찾아가는 마태오 복음 해설서 <행동하는 예수>(메디치미디어, 2014)를 출간했다. 김근수씨는 "당신은 과연 예수를 바로 알고 있습니까?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예수 역사를 왜곡하고 이용해온 것은 아닙니까?" 하고 묻는다.
김근수씨는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천주교 사제가 되기 위해 전주교구 신학생으로 광주가톨릭대학에 입학했다. 2학년을 마치고 독일 마인츠 대학에서 신약성서학을 공부하면서 역사의 예수에 대해 연구했다. 이 학교에서 칼 라너에게 매료되었으며, 로마노 과르디니가 살던 기숙사 방에 머물렀다. 그러나 사제품을 앞두고 평신도로 돌아와 1997년 엘살바도르로 떠났다.
교회, 다수결보다 가난한 사람이 더 중요하다유명한 해방신학자 혼 소브리노가 가르치던 엘살바도르 UCA대학에서 김근수씨가 공부하던 건물에는 1989년에 군사독재에 의해 암살당한 6명의 예수회 신부가 안치된 공간이 있었다. 그는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가 암살당한 성당에 50번이나 방문했다.
그는 소브리노에게서 예수를 보는 눈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리스도교의 핵심은 신자라기보다는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신학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이제껏 주로 연구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그리스도교의 중심이요 신학의 주체다." 김근수씨는 "교회 제도와 민주주의"는 상극이 아니며, 오히려 "다수결이 지배하는 민주주의 선거 원칙을 뛰어넘어 가난한 사람이 핵심으로 존재하는 조직"이 교회라고 말한다. 그의 스승인 혼 소브리노가 쓴 <예수 그리스도, 해방자>(1991)는 동료 예수회 사제 6명이 암살당한 이후에 집필되었음을 그는 기억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가난한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을 위한 '실천'이 중요하다.
"예수에 대한 믿음보다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이 그리스도교에서 좀 더 뚜렷하게 강조되길 바란다. 예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그리스도교나 신학자의 최종 임무는 아니다. 예수를 바라보고 존경하는 것보다 예수 뒤를 바짝 따르는 걸음이 훨씬 더 중요하다."
김근수씨는 마태오 복음서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가르치는 예수'와 '행동하는 예수'의 모습을 지적하며 "예수는 가르치면서 행동하고 행동하면서 가르친다"고 말했다. 행동이 예수의 진짜 가르침이며, 행동이 이론을 상승시킨다고 전했다.
"정치범으로 살해당한 예수의 '저항사'"그래서 "예수는 현장신학자"라고 말하는 그는 "현장은 예수가 활동하는 곳이자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이 드러나는 곳"이라며 "예수와 가난한 사람들이 만나는 신학적 장소"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신학의 장소가 "교회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는 교회 안에 머무르기보다 거리, 광장, 시장, 시위 장소 등 고뇌와 갈등이 어우러진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세상의 고통을 그저 방관하는 이들의 모임이 아니다. 교회는 악을 비판하고 저항하기 위해 태어났다. 현장신학은 예수를 교회 안에 가두려는 온갖 종교적 음모에 반대한다.""현장에서 펼쳐지는 길거리 미사는 하느님 보시기에 참으로 아름답다"고 극찬하는 그는 길거리 미사가 남미에서도 보기 드문 한국 천주교의 자랑이라고 말한다. 김근수씨는 이번에 출간한 <행동하는 예수>의 표지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통해 '십자가에 못 박힌 가난한 사람'을 본다. 이들은 '역사의 희생자'들이며, 길거리 미사는 가난한 이들을 억압함으로써 하느님을 탄압하는 악의 세력을 뚜렷이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