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빠진 '범죄통계'

[박근혜 정부 취임 1년] 4대악 집중에도 성폭력·가정폭력 눈에 띄게 늘어나

등록 2014.02.21 14:26수정 2014.02.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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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 대통령 첫 시정연설 지난해 11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4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 첫 시정연설 지난해 11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4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민 행복의 필수적인 선결과제입니다. 성폭력(강제추행·강간)과 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등 4대악 척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 성폭력 재범률과 가정폭력 재범률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 일부다. 박 대통령은 4대악 척결 결과로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재범률을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해 성폭력 재범률은 7.9%에서 6.4%, 가정폭력 재범률도 32.2%에서 11.8%로 개선됐다. 재범률은 범죄 예방에 활용되는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여기서 박 대통령은 중요한 결과를 밝히지 않았다. 바로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발생 건수다.

성폭력 25.5%, 가정폭력은 91.6% 늘어난 '국민 안심 프로젝트'

2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박남춘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최근 3년간 4대악 발생건수 및 검거율 자료를 확인한 결과, 4대악 척결을 내세운 지난 한해 성폭력 건수가 전년도에 비해 25.5%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2만2933건이던 성폭력 발생건수는 지난해 2만8786건으로 5853건이 증가했다. 또 가정폭력 발생건수는 무려 91.6%가 증가했다. 2012년에 8672건이던 가정폭력 발생건수가 2013년에는 1만6785건으로 2배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학교 폭력 검거 인원은 전년대비 6492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2만3877명에서 지난해 1만7385명으로 27.1%가 줄었다. 불량식품은 지난 한 해 2193건을 적발해 4388명을 검거했고 이 중 113명을 구속하고 4275명을 불구속했다. 불량식품은 지난해부터 단속이 시작돼 2012년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비교가 불가능했다.

민생 범죄에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민생범죄인 전화금융사기, 전화금융사기의 경우 지난 2012년 88.0%던 검거율이 지난해에는 50.1%를 기록해 38.9%나 하락했다. 그 외에 사기 범죄 검거율도 2012년 68.3%던 검거율이 지난해 61.7%로 6.6%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 1년 경찰 인력과 예산을 집중했지만 4대악 척결 대책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범죄 척결을 외쳤지만 되려 범죄 건수가 뚜렷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4대악에 집중하느라 정작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민생 범죄에는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대악 척결 정책 여전히 강화..."치안 공백 우려"

a  집회에 배치 중인 경찰들. <자료사진>

집회에 배치 중인 경찰들. <자료사진> ⓒ 권우성


4대악 척결은 박근혜 대통령의 10대 대선 공약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은 범죄와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국민 안심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학교폭력·성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했다. 자녀들이 걱정 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여성들이 안심하고 밤길을 걷는 안전한 사회를 반드시 만들겠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정부 출범 다다음날인 지난해 2월 27일, 경찰은 4대악 근절 추진본부 출범식을 열었다. 이날 또 전국 16개 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에 성폭력특별수사대, 일선 경찰서에 성폭력 전담수사팀을 설치하기로 했다. 수사대에는 성폭력 전담 수사의 전문성을 위해 여성청소년과 경력자들이 선발됐고 성폭력 피해자가 아동, 여성인 점을 고려해 여경이 중심이 됐다.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4대악 척결 대책이 강화됐다. 20일 경찰청은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4대악 척결 대책을 발표했다. 성폭력 분야에서는 현재 52개서에서 운영 중인 성폭력 전담수사팀을 126개서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 경찰서에 성폭력 피해자 보호지원관을 지정해 운영하고 해바라기 아동센터 여덟 곳에도 경찰관이 상주하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4대악 척결 우수 지방청은?
전국 16개 지방경찰청 중 4대악 척결에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곳은 대구(황성찬 청장)와 부산(이금형 청장), 전북(전석종 청장) 순으로 나타났다. 평가는 국민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한 체감안전도 조사 50%와 4대악 재범률, 피해 경험률을 기반으로 한 정량지표가 30%, 내외부평가단 평가 16%, 홍보 4%를 합산해서 이뤄졌다.

또 지난해 4대악 척결로 특진한 경찰은 60명으로 나타났다. 사유별로는 성폭력 11명, 학교폭력 9명, 가정폭력 14명, 불량식품 9명, 기타 17명이다. 중하위 계급 위주의 특진이었다. 경장 20명, 경사 19명, 경위 15명, 경감 6명 순이다.
이에 대해 박남춘 의원은 "경찰력 한계가 있는데 특정 범죄에만 집중을 하게 되면 풍선효과 때문에 다른 범죄에 치안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4대악에만 올인하면서 다른 민생범죄는 제대로 손을 쓰지 않아 국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전화금융사기 등 민생범죄에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검거뿐만 아니라 범죄예방을 위한 지도 교육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4대악 정책이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4대악에 집중한 결과 국민의 인식이 제고되는 등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면서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있지만 민생 범죄에 구멍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 전체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에는 균형 잡힌 치안이 중요하다"며 "치안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치안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민생 범죄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사건 발굴과 신고 증가로 성폭력 건수 늘어나"

경찰은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이 늘어난 이유가 범죄를 단속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적극적인 수사 활동에 범죄 검거 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성폭력은 실제 발생했지만 신고를 안 해 범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 범죄"라며 "지난 1년 동안 성폭력 특별수사대가 유관기관, 여성단체를 통해 첩보 수집을 많이 해 숨어있던 사건을 발굴해 발생 건수가 늘어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또 성폭력 인식이 개선되면서 신고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검거율이 90%에 가깝기 때문에 성폭력 대책은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과 관계자도 "예전에는 가정 폭력을 신고 받고 출동해도 '가정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 관대하게 처리한 경우가 많았다"며 "지난 해부터 일선 경찰들에게 적극적으로 활동하라는 지침이 내려 오고 여성단체도 여성 인권을 위해 단호하게 처리해 달라는 요구에 따라 검거 건수가 늘었다, 실제 신고 건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화금융사기 등 민생범죄가 늘어난 것과 관련해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 관계자는 "전화금융사기 수법이 점차 지능화 되고 점조직화 돼 적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또 대포통장, 대포폰을 이용한 사건이라 수사가 장기화되는 요인이 있어서 검거율이 낮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안전행정부가 국민체감안전도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는 국민은 전체의 29.8%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도 안 되는 사람만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반면 안전하지 않다고 답한 국민은 28.5%, 보통은 41.0%를 기록했다.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에 대해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는 국민은 각각 44.3%, 52.8%, 14.8%로 나타났다. 성폭력에 대해서는 절반 가까운 국민이 불안하다고 느꼈다.
#박근혜 대통령 #4대악 척결 #성폭력 #박남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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