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참배 비판했다고 작품 철거 요구

표현 자유 침해한 도쿄도 미술관

등록 2014.02.22 05:53수정 2014.02.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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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를 비롯해 일본 정부, 정치가들의 역사 왜곡 행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의 예술계에서도 작품이 정치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철거를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도쿄신문이 지난 19일 보도한 바에 의하면 도쿄도 미술관 고무로 아키코(小室明子) 부관장이 전시 중인 조형 작품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작가에게 작품의 철거나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작가인 나카가키 가쓰히사(中垣克久, 70)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문제가 된 나카가키의 작품 '시대의 초상'은 돔 모양의 작품으로 성조기와 일장기를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에 특정 비밀 보호법에 관한 신문를 오려 붙이거나 '헌법 9조를 지키고 야스쿠니신사 참배의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현 정권의 우경화를 저지하자'라고 쓴 종이를 붙였다. '시대의 초상'은 작가 나카가키가 대표를 맡고 있는 '현대 일본 판화 작가 연맹'의 정기전에 출품한 작품이다.

미술관을 운영하는 도쿄도의 운영 요강에 "특정 정당·종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경우 사용할 수 없다"라는 규정에 근거해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비판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고무로 아키코 부관장이 작품 철거를 요구했다고 한다. 작가 나카가키는 미술관 측이 전시회 중지 및 내년 이후 시설 사용 불허 가능성 등을 경고하며 압박하자 결국 작품의 일부로 붙여 놓은 메시지를 떼어내는 선에서 물러섰다.

작가 나카가키는 "오랜 창작 활동에서 처음으로 저작물을 개작하는 것은 물어뜯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너무 폭력적인 말투에 놀랐다"며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도쿄도 미술관의 이번 사건은 2012년 니콘살롱이 예정되어 있던 한국의 사진가 안세홍의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사진전을 아무런 이유없이 중지시킨 사건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당시 니콘살롱 전시 신청에 심사를 맡았던 사진가들은 중지 요청과 관련해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가장 표현의 자유가 활발해야 하는 예술계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아베 정권의 도발적인 역사 왜곡 주장과 맞물리면서 일본 예술계의 위기가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표현의 근간을 억압하는 이 사건에 대한 일본 예술계의 침묵에 주목한다.

#나카가키 가쓰히사 #도쿄도 미술관 #표현의 자유 #야스쿠니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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