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는 1kg에 80원, 신문은 100원 고물상 관리인이 폐지계의 ‘갑’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목장갑을 낀지 5분만에 깨달았다. '갑'은 따로 있다.
송규호
'서른 둘, 고물상 총각 그리고 아기 아빠' 정윤성(32)씨는 서울 용산역 인근 철교 옆에서 5년째 가족들과 함께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다. 그 사이 그는 결혼을 했고, 아기 아빠가 됐다. 폐지, 플라스틱, 철물 등 도시 사람들이 쓰다버린 고물을 모은다. '고물쟁이 청년', 그는 새벽 4시에 출근해 해질 무렵까지 평균 14시간을 일한다. '왜 그리 하루를 빨리 시작하냐'는 질문에 "새벽 4시에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고물상 앞에서) 기다린다"고 말했다.
지난 18일부터 2박 3일, 정윤성씨와 함께 고물상에서 '관리인'으로 땀 흘렸다. 폐지를 종류별로 분류했다. 고물이 많을 땐 트럭을 몰고 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폐지를 직접 수거했다. 고물 가격도 매겼다. 관리인에게도 그렇지만, 할아버지·할머니에게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폐지는 1kg에 80원, 신문은 100원이다. 일 시작 전엔 고물상 관리인이 폐지계의 '갑'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목장갑을 낀 지 5분 만에 '갑'이 따로 있음을 깨달았다.
허리가 쑤셔왔다. 첫날 일을 마치고 허리에 파스 두 장을 붙였다. 이튿날엔 허리 찜질을 했다. 마지막 날엔 결국 조퇴를 했다. 딱딱하게 굳어 버린 허리가 더 이상 움직이질 않았다. 함께 일했던 정씨가 존경스러웠다.
현재 전국에는 7만여 명의 '고물쟁이' 소상인들이 있다. 이들에게 고물을 팔아 생활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만 180만 명이다. 시민들이 쓰다 버린 폐지와 빈 병 등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사는 그들에겐 고물이 곧 삶이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도시 사람들은 고물상이 미관을 해친다고, 시끄럽다고, 먼지 날린다고 고물쟁이들에게 떠날 것을 요구했다. 정부도 2013년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해 상가나 주거지역엔 고물상을 차릴 수 없게 했다. 한평생 도시의 고물들과 함께 살아온 고물쟁이에게 '더럽다'는 말은 수치였다. 덩달아 고물로 생계를 이어 온 할아버지 할머니의 걱정도 커졌다. '고물상이 사라지면 누가 우리의 고물을 처리해 주냐'며 한숨을 쉰다. 정씨는 그들에게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고물상 총각, 아빠가 되기까지... "폐지 1kg에 20원 남기며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