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구의원은 여성부장 취직자리?

새정치연합, 기초단위 정당 무공천 당론 확정... 새누리당·민주당은?

등록 2014.02.25 12:00수정 2014.02.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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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새벽 기온은 영하권을 넘나드는 겨울이지만 기초단위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를 사이에 두고 지난 대선 때부터 이어온 정치권의 막판 논란이 뜨겁다.

1991년 부활된 기초의원 선거는 정당공천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2003년 헌법재판소가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금지한 공직선거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자 17대 국회가 법 개정 절차에 들어갔다.

그래서 2006년 제4회 지방선거부터 기초의회에도 비로소 정당공천이 허용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소수자의 정치 참여를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하고 5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못을 박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기초의회가 2인 이하의 비례대표 의원 정수를 갖는 작은 규모로 돼 있고, 어느 한 정당이 독식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구는 사실상 여성전용선거구로 활용돼왔다.

그런데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잘 운영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 두 차례의 선거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팽팽하게 맞선 서울지역을 선정, 데이터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우리는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2006년 서울지역 비례대표 구의원 총수는 53명이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이 28명이 당선됐는데, 여성이 24명이었다. 그런데 선관위에 제출한 대표경력으로 당원협의회 여성지회장 또는 여성부장(이하 여성부장으로 통일함)이라고 적어 낸 경우가 무려 12명, 50%에 달했다. 단일경력으로는 가장 많았던 것이다. 또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소속으로 23명이 당선됐는데, 역시 지역위원회 여성부장 출신이 10명이나 차지했다.

2010년에도 의원 정수는 변함이 없었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구청장을 석권하면서 비례대표구의원에서도 앞섰다. 28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는데 27명이 여성이었다. 역시 여성부장을 선관위 제출 대표경력으로 기재한 경우가 5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나라당은 24명의 당선자 중 23명이 여성이었는데, 여성부장을 대표경력으로 기재한 경우가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양 당 합쳐서 12명, 2006년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단일경력이었다.

2010년에는 국회의원 지역구 당 1인 이상의 여성 지방의원후보 의무공천할당제가 도입되었다. 이에 따라 2006년 당선돼 비례대표구의원으로 활동한 이 여성부장들이 대거 재공천을 받아 지역구로 진출한다. 한나라당은 12명 중 9명이 재공천을 받았고, 민주당은 10명 중 8명이 재공천을 받았다. 재공천율이 무려 77%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17명이 출마하여 13명이 재선됐다. 비례대표 초선과 합하면 여성부장 출신은 무려 25명으로 늘었다.


정당공천과 비례대표제도가 없었던 2002년 선거 때 서울지역 구의원 513명 중 여성 당선자 숫자는 29명, 단 5.6% 불과했다. 물론 여성부장은 단 1명도 출마조차 못했다. 정당공천과 비례대표제도가 도입된 2006년에는 419명 중 82명의 여성의원이 배출돼 20%로 껑충 뛰었고, 2010년에는 의무할당제에 힘입어 119명으로 급증하며 드디어 30% 근처까지 육박했다.

그런데 여성의원 총수의 무려 21%를 여성부장 출신으로 채운 것이다. 2010년에 당선된 비례대표구의원 4명이 대표경력을 전혀 기재하지 않았고, 유사 경력을 기재한 경우도 더러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여성부장 출신은 더 있을 것이다.


2013년 서울시내 25개 구청의 예산 총계는 8조 9915억 원이었다. 구의원들이 평균 36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심사한 것이다. 지난 2006년부터 세비를 받기 시작한 서울지역 구의원들은 약 4천만 원 남짓한 빠듯한 의정비를 지급받고 있지만 보좌관 한 명의 도움도 없이 의정활동에 임하고 있다. 이나마 대부분 상임위 활동을 위한 자료 수집과 의정활동 홍보, 지역구 관리 등에 쓰고 나면 늘 적자투성이다.

국회의원의 경우야 9명의 보좌진과 인턴들이 적잖은 업무를 거들지만 구의원들은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 한다. 구의회마다 5급 공무원 2~4명을 전문위원으로 두고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 인력은 항상 턱 없이 모자란다. 특히 전문적인 법률 지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조례심의와 계수를 다뤄야 하는 예산결산심사, 구정 전반을 살펴야 하는 행정사무감사 때면 매우 그렇다.

전 국민 60~70%가 기초단위 정당공천제 폐지 찬성

그렇다고 제도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일 당 백을 할 수 있는 능력 있고 우수한 사람들을 선출해서 구의회에 보내고 의정활동을 하도록 하면 될 것이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국회의원들이 구의원을 지역 일꾼으로 여기지 않고 단순히 자신의 지역구 관리를 대신해주는 사람 정도로 취급하기 일쑤라는 데 있다. 그 증거가 바로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여성부장을 쉽게 비례대표구의원으로 공천하고, 또 지역구 구의원으로 재공천하고 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선관위에 제출하는 학력 란을 기재하지 않고 공란으로 비워둔 비례대표구의원이 총 9명이었다. 이 중 5명이 여성부장 출신이었으며, 전원이 민주당 소속이었다. 물론 낮은 학력을 극복하고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국회의원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 여성 구의원들이 자신을 공천해준 국회의원의 지역구 관리가 아닌 지역 주민을 위한 의정활동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오죽하면 전 국민 60~70%가 기초단위 정당공천제 폐지를 찬성하겠는가?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연합(가칭)은 24일 "기초단위 정당 무 공천"을 당론으로 확정, 발표했다.

이제 원내 제1, 2 당인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대답할 차례다. 정당공천을 유지하고 안하고는 그들 스스로가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공천을 하겠다고 정한다면, 제발 주민만을 위해 일할 지방자치 일꾼을 공천하길 권한다. 주민이 원하는 건 결코 국회의원의 지역구관리 대행업자가 아니다.
#비례대표구의원 #안철수 #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 #여성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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