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로 귀농한 여자, 이걸로 성공했다

여수 돌산도 손춘희씨의 귀농 성공 비결

등록 2014.02.25 20:03수정 2014.02.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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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손춘희 씨가 갓 밭에서 갓을 수확하고 있다. 손 씨는 몇 해 전 충청도에서 전라도 여수로 삶터를 옮겨 왔다.

손춘희 씨가 갓 밭에서 갓을 수확하고 있다. 손 씨는 몇 해 전 충청도에서 전라도 여수로 삶터를 옮겨 왔다. ⓒ 이돈삼


"우리나라 사람들은 엔간하면 참잖아요. 궁금해도 물어보지 않고. 저는 안 그래요. 물어보는 데 선수에요.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 풀어야 해요. 누구한테 물어봐서 답을 얻든지, 아니면 발품을 팔든지. 저의 그런 성격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손춘희(60·전남 여수시 돌산읍 서덕리)씨의 얘기다. 귀농해서 무난히 정착한 비결을 물은 질문에 대한 대답 중 하나였다.

손씨는 남편(장영인·61)과 함께 지난 2010년 말 귀농했다. 충남 보령에서 살다가 사업에 실패하고 진 빚을 모두 갚은 뒤였다. 지금은 밭 6600㎡에 갓과 방풍나물, 돼지감자를 재배하고 있다. 하우스 2동(660㎡)에 쌈채와 대파, 양파도 가꾸고 있다.

a  손춘희 씨가 가꾸고 있는 돼지감자밭. 길다랗게 뻗은 작물이 돼지감자다.

손춘희 씨가 가꾸고 있는 돼지감자밭. 길다랗게 뻗은 작물이 돼지감자다. ⓒ 이돈삼


a  흙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돼지감자. 갓과 함께 손씨에게 쏠쏠한 소득을 가져다주는 작물이다.

흙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돼지감자. 갓과 함께 손씨에게 쏠쏠한 소득을 가져다주는 작물이다. ⓒ 이돈삼


"행복해요. 몸으로 느껴지는 상쾌함이 좋고요. 저희는 귀농의 목적을 조화로운 삶에 뒀거든요. 10년 동안 준비 했어요. 이것저것 다 따져봤죠. 막연하게 시골생활을 동경해서 왔다면 아마 석 달도 넘기지 못했을 겁니다."

손씨가 귀농 성공의 비결로 꼽은 첫 번째 이유였다.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왔다는 것이다. 귀농할 곳으로는 연고지를 골랐다. 다른 지역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믿어서다.

귀농을 결심하고선 농업기술센터를 제집 드나들 듯이 다녔다. 알토란 같은 귀농정보를 거기서 다 얻었다. 전남도의 귀농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정보 수집에 큰 도움이 됐다. 귀농인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됐다. 견학이나 강연회도 수없이 쫓아 다녔다.


a  돌산갓으로 담근 갓김치. 손춘희 씨가 심혈을 기울여 담근 김치다.

돌산갓으로 담근 갓김치. 손춘희 씨가 심혈을 기울여 담근 김치다. ⓒ 이돈삼


귀농해선 지역 특산품인 갓을 재배했다. 당시 마을이장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그 갓으로 김치를 담갔다. 하지만 갓김치를 담그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시어머니가 담가 준 김치만 먹은 탓이다. 여러 차례 강습을 받았지만 어려웠다. 짜고 맵고 또 싱거워서 버린 게 부지기수다. 김치의 간을 보면서 너무 많이 맛을 봐 속도 쓰렸다.

손씨는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갓김치의 맛을 내는 데 성공했다. 교회 신도들의 도움이 컸다. 돌산 갓김치요리 경연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았다. 갓김치가 조금씩 팔리면서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는 게 늘어났다.


"귀농한 지 3년 넘고 4년째 접어들었는데요. 저는 지금까지 쌀 한 톨 사먹지 않았습니다. 마을사람들이 가져다 줬어요. 이 분이 한 포대, 저 분이 한 포대…. 자고 일어나서 집앞에 나가보면 먹을거리가 쌓여있는 것도 여러 번이었어요."

손씨는 이를 두고 일상에 적용한 '햇볕정책'의 결과라고 했다. 그녀는 귀농해서 늘 이웃과 나누며 살았다. 해산물을 얻어오면 마을사람들과 나눠 먹었다. 토마토가 들어와도 나누고 감자도 나눴다. 이웃은 물론 친지와도 그렇게 했다.

a  손춘희 씨가 밭에서 방풍나물을 솎고 있다. 여수는 방풍나물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손춘희 씨가 밭에서 방풍나물을 솎고 있다. 여수는 방풍나물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 이돈삼


a  돼지감자. 손춘희 씨가 수확해 씻은 것이다.

돼지감자. 손춘희 씨가 수확해 씻은 것이다. ⓒ 이돈삼


그것도 한두 번으로 끝난 게 아니다. 꾸준히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다. 마을사람들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던 비결이다. 지금은 마을사람들 모두가 서로 나누며 살고 있다.

그녀의 나눔 철학은 고객들한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손씨는 주문 들어온 갓김치를 보낼 때마다 다른 먹을거리를 덤으로 보낸다. 고객들도 좋아했다. 재작년 여수엑스포 땐 고객들을 대상으로 1박2일 동안 무료로 먹여주고 재워 주었다.

"투자라고 생각해요. 지금 어렵다고 투자 안 하면 안 되거든요. 계속 투자를 해야죠. 저는 고객과의 만남을 20〜30년 뒤까지 생각합니다. 나이 80 넘어서 제가 된장 고추장을 담가도 그 분들이 찾도록 말입니다. 앞으로는 예비 귀농인들의 비빌 언덕이 되고 싶어요. 저희 집을 체험농장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소년가장이나 다문화가정을 도울 방법도 찾고 있어요."

손씨는 귀농인들이 농촌에 쉽게 물들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한테도 살길을 찾아주고 싶다고 했다. 나 혼자가 아닌, 다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그녀가 오늘도 바쁘게 사는 이유다.

a  여수 돌산도에 있는 손춘희 씨의 집. 갓 밭과 어우러져 있다.

여수 돌산도에 있는 손춘희 씨의 집. 갓 밭과 어우러져 있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손춘희 #돌산갓 #돼지감자 #귀농 #승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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