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일 간의 국정원 '수술', 빈 손으로 끝났다

[분석] 국정원 개혁특위 활동 종료... 작년 합의한 '개혁안'도 흔들

등록 2014.02.28 17:28수정 2014.02.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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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여야, 국정원개혁안 의결 국회 국정원개혁특위는 지난 2013년 12월 31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원법 등 국정원 개혁관련 7개 법안을 가결처리해 법사위로 넘겼다. 정세균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여야, 국정원개혁안 의결 국회 국정원개혁특위는 지난 2013년 12월 31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원법 등 국정원 개혁관련 7개 법안을 가결처리해 법사위로 넘겼다. 정세균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남소연


사상 처음 시도됐던 국회 주도의 '국가정보원 수술'이 가동 82일 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특별위원회(아래 특위)'는 28일 사실상 문을 닫았다. 지난해 12월 특위 구성 당시 이날까지 처리하기로 한 2차 과제인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금지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필요사항 및 대테러 대응능력, 해외 및 대북 정보능력에 관한 사항"에 관한 법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여야가 국정원 기밀 누설방지 대책에서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앞서 여야 특위 간사인 새누리당 김재원·민주당 문병호 의원은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 업무보고 때마다 여야 정보위 간사가 해왔던 언론브리핑을 제한하고 국회의원(정보위원)을 포함해 기밀 누설자에게 처벌수위를 높이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정보위원장이 국정원장의 동의를 얻어야 업무보고 내용을 브리핑할 수 있도록 한 점, 국정원장이 기밀을 누설한 정보위원을 의무적으로 고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은 즉각 '개악'이라는 반발을 샀다. 여기에 민주당이 ▲ 국정원장 임명동의제 및 임기제 도입 ▲ 국정원의 허위보고에 대한 고발 및 가중처벌 규정 도입 등을 추가하면서 양당 간의 합의는 더욱 요원해졌다.

결국 특위는 지난 20일 예정됐던 전체회의를 열지 못했다. 이후 이어진 여야 간사 간 협의도 성과 없이 끝났다. (관련기사 : 멈춰선 국정원 개혁특위... 4자회담 합의 이행 불발?)

댓글활동 근절 못하고 국회 통제권 확대마저 원점으로?

결국 특위는 지난해 연말 처리한 1차 과제만 달성했다. 특위는 지난해 12월 31일 합의시한을 연거푸 넘기는 진통을 겪으며 국정원 개혁안을 처리했다. ▲ 국회 정보위원회 전임(상설)상임위화 및 국정원 예산심사 강화 등 국회 통제권 강화 ▲ 국정원 직원 '정치개입 지시 거부권' 부여 및 '내부고발자' 보호 강화 ▲ 국정원·군·경찰·일반 공무원 정치관여죄 형량 강화 및 공소기간 연장 등이 개혁안의 골자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특위의 구성취지를 돌아볼 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선 특위는 대선개입 사건의 출발점인 국정원의 '사이버심리전'을 원천 금지시키지 못했다. 다만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정치관여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신설하는 것으로 그쳤다. 

국정원이 본래 부여된 임무(국내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 관련 정보 수집)를 넘어서서 활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국정원 정보관(IO)의 상시출입 금지 방안'도 미흡했다. 특위는 "IO의 다른 국가기관과 정당, 언론사 등의 민간으로 대상으로 한" 정보활동 금지를 법안에 명시했지만 이를 국정원의 내부규정에 따르도록 했다. 이는 수술대상에게 스스로 칼을 내어준 격이었다. 사후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시 특위는 관련 내규를 마련해 1월 말까지 제출할 것을 명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지금까지 관련 내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 '댓글 환부' 못 도려낸 국정원 개혁안)


국회 정보위원회의 전임(상설) 상임위화 등 국회가 국정원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은 도리어 무산될 조짐이다. 당초 특위는 현재 겸임 상임위인 정보위를 전임 상임위로 격상하도록 하되, 이를 국회법에 담지 않고 여야 원내대표가 공식선언하는 형태로 실행키로 했다. 그러나 국정원 기밀 누설방지대책에 합의하는 것이 불발되면서 새누리당은 정보위 전임 상임위화도 지킬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특위가 사실상 '빈 수레'로 끝나자, 여야는 서로 상대방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다.

여당 간사인 김재원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국회 정보위원들의) 특권을 내려놓자는 것도 합의돼서 조문화 작업을 끝냈는데 (민주당 측이) 나중에 당내 강경파에 밀려서 갑자기 (합의내용을) 전부 무력화시키고 협상에 더 이상 임하려 하지 않았다"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또 민주당이 국정원장 임명동의제 및 임기제 도입 등을 제안한 것에도 "협상과정에서는 그런 얘기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새누리당이 제시한 개혁과제에 대해 협상이 안 된다고 뒤집어 씌우기 위한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결국 지난 12월 말에 특위에서 통과시킨 법률은 그대로 효력을 발휘하겠지만 그 외에 수많은 절차를 걸쳐서 만든 법은 민주당의 먹튀 전략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고 정리했다.

반면 야당 간사인 문병호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2차 과제의) 의제가 정보능력 제고사항이라고 돼 있기 때문에 (국정원장 임명동의제 및 임기제 도입도) 당연히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새누리당이 원하는대로 안 됐다고 해서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신뢰의 원칙에 문제가 있다"며 정보위 전임 상임위화를 재차 요구했다. 그는 무엇보다 "새누리당쪽이나 국정원쪽에서는 현행 제도가 자기들 마음에 편하기 때문에 바꾸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진전이 안 되는 것"이라고 새누리당에 책임을 물었다.

정보위로 넘어가는 과제들... "특위 성과 없어도 개혁 계속 이어져야"

a 남재준 "곤혹스럽지만 국회 결정 존중" 지난 2013년 12월 31일 오전 국회 국정원개혁특위에 출석한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정원 개혁법안이 채택된 데 대해 "정보활동에 대한 법적 규제에 곤혹스러움을 금치 못하지만, 이번 국회 결정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

남재준 "곤혹스럽지만 국회 결정 존중" 지난 2013년 12월 31일 오전 국회 국정원개혁특위에 출석한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정원 개혁법안이 채택된 데 대해 "정보활동에 대한 법적 규제에 곤혹스러움을 금치 못하지만, 이번 국회 결정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 ⓒ 남소연


이제 남은 과제들은 이제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보위원회 차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새누리당은 현재 통신비밀보호법·국가사이버테러방지법·국가대테러활동방지법 등 국정원의 기능제고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최근 '증거 위조 의혹'이 불거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등을 볼 때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국정원장 임명동의제 및 임기제 도입 등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특위 가동 당시와 똑같은 논쟁이 반복되는 셈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당초 새누리당이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특위의 실패는 예견됐던 결과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국정원의 개혁 필요성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증거 위조 의혹이 불거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은 수사기능과 정보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는 국정원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안 좋은 사례"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 개혁 필요성이 또 다른 방향으로 제기되고 있는 만큼 특위가 성과 없이 끝났더라도 개혁 시도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국정원 개혁특위 #정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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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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