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지폐의 주인공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미국 100달러 주인공 벤자민 프랭클린, 중국 마오쩌둥, 인도 간디, 필리핀 아기날도.
세계화폐박물관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독립을 경험한 대부분의 국가는 독립운동가를 자국의 큰 자산으로 삼았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과 중국, 인도, 필리핀이다. 이들 국가는 독립운동가를 전면에 드러내며 자신들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가장 고액권인 100달러 지폐에 벤자민 프랭클린이 새겨져 있다. 그는 '시간은 금이다'와 같은 명언을 다수 남겼으며, 미국의 독립운동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다. 1776년 미국 '건국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과 함께 독립선언문을 만들었다. 유의할 점은 벤자민 프랭클린만이 아니다. 미국 달러 속 지폐 인물 대부분이 미국 독립과 관련돼 있다. 미국내에서 독립운동의 가치가 얼마나 높게 평가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인도 지폐의 주인공 역시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끈 마하트마 간디다. 그의 얼굴이 모든 지폐에 새겨져 있다. 화폐 가치에 따라 색깔과 새겨 넣은 조형물에만 차이를 뒀다. 가장 가치가 높은 500루피 지폐엔 '소금행진'이라 불리는 역사적 사건의 삽화를 담아 독립운동의 정신을 강조했다. '소금행진'은 1930년 3월 12일 마하트마 간디가 인도인들과 함께 아쉬람에서 단디까지 행진하며 영국에 소금세 철폐를 주장한 사건이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독립운동의 가치를 더욱 짙게 드러냈다. 양국 초대 대통령인 아기날도와 수카르노가 모두 독립운동가 출신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동일 가치의 화폐에 각기 다른 독립운동가의 초상을 삽입했다. 여성 독립운동가를 고려한 정부 차원의 선택이다.
"독립정신은 국민 생활 속에 투영돼야 한다"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 조사위원회' 조사관을 역임한 고상만 민주당 김광진 의원실 보좌관은 작금의 세태에 대한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대부분의 독립단체들이 보훈처의 눈치만 본다"며 "가해자 일본이 제멋대로인 이유도 우리 스스로 청산하지 못한 역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 보좌관은 이어 "삼일절은 노는 날이 아니라 분노해야 하는 날"이라며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에 총 맞으며 대한독립을 외친 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지속하고 유지하는 길은 '아우내 장터'에 가서 행사 한 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지폐 같은) 국민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투영될 수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문화재발굴현장에서 연구작업을 해온 전영호 연구원 역시 "친일파가 기득권 세력을 장악하고 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세태를 뿌리 뽑지 못하는 이상, 김구 같은 근현대사 독립운동가는 우리나라 화폐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단정지었다. 전씨는 그러면서도 "독립운동에 관한 역사 만큼은 정치적 견해와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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