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중학생 "기술과 과학 과목이 재밌어요"

충남 예산중 강태만 학생, 58년 만에 꿈 이뤄

등록 2014.03.10 14:26수정 2014.03.1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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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충남 예산중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하고 학교에 간 첫날, 소년은 울며 집으로 쫓겨와야 했다. 소 한 마리값이나 되던 입학금을 낼 수 없었던 소년은 그해 서울로 올라가 기술을 배웠다.


가정을 꾸린 뒤에는 "자식들 교육은 집을 팔아서라도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큰 아들을 대학원까지 가르친 아버지가 됐다. 퇴직하고 아들 둘 모두 출가시키고 가장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나자, 그는 일흔살 노인이 돼 있었다. 그러나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던 꿈은 놓을 수 없었다.

2012년, 그는 홀로 고향으로 내려왔다. 목표는 하나, 예산중학교 진학이었다. 하지만 막상 용기가 나지 않아 1년을 망설인 끝에야 교육지원청의 문을 두드렸다. 관계자는 "학구 내 중학교로 진학하라"고 권했고, 그는 "그럴거면 가족들이 있는 서울에서 공부했다. 내가 예산중학교에 합격한 사람인데, 왜 다른 학교로 가야 하나"라며 교육장에게 절절한 편지를 썼다.

그리고 3월 4일, 그는 예산중학교 입학식에서 특별한 신입생으로 소개되며 큰 환영을 받았다.

a  강태만씨가 교실에서 담임교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강태만씨가 교실에서 담임교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장선애

입학식 뒤 나흘째, 1학년 7반 교실에서 만난 강태만(73, 충남 예산군 대흥면 금곡리)씨는 교복 쟈켓 단추를 단정하게 잠그고, 까만색 백팩에 '삼디다스' 실내화를 신은 영락없는 신입생의 모습이었다.

아침 8시 30분까지 등교해 종례할 때까지 동급생들과 똑같이 생활하고 있는 강씨는 "다른 학생들과 학력차가 너무 나서 걱정이지만, 수업시간에 선생님들 설명 듣는 게 너무 좋고, 교실에 앉아 공부하는 게 행복하다"며 웃었다.


그 사이 진단평가도 봤다. "영어랑 수학은 전혀 모르겠어서 다 찍었어요." 강씨의 고백에 영어과목을 맡고 있는 담임 조상원 교사는 "월요일에 오실 때 공책 하나 준비해오세요. 알파벳부터 천천히 가르쳐 드릴게요"라고 당부했다.

교사들은 "다른 학생들하고 똑같이 대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본인의 뜻에 따라 '강태만 학생'이라고 부르고, 동기생들과 2·3학년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라고 부른다고 한다. 부산에 사는 강씨의 큰손자도 올해 중학교에 입학했다고 하니, 자연스런 호칭이다.


담임 교사는 "강태만 학생의 배움에 대한 열의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기술과 과학 과목이 재미있다는 강씨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3학년까지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만학 #할아버지 중학생 #강태만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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