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과 동물의 오묘한 결합, 놀랍군요

[리뷰] 스팀펑크 아트전... 금속이라는 불멸에 '메멘토 모리' 되새기기

등록 2014.03.10 18:13수정 2014.03.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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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스팀펑크 아트전에서 전시되는 주드 터너의 '삼엽충-눈'

스팀펑크 아트전에서 전시되는 주드 터너의 '삼엽충-눈' ⓒ 박정환


'산업 혁명'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증기기관(Steam engine) 아닐까. 그렇다면 '스팀펑크'는 무엇일까. '스팀펑크'는 공상과학 소설가 K.W. 지터가 새로운 공상과학 문화의 태동을 언급하며 만든 신조어다. 그는 "컴퓨터 대신 증기기관이 등장하는 우리 소설은 스팀펑크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스팀펑크는 증기기관이라는 차가운 금속성 이미지를 바탕으로 미학적 이미지를 구축한다. 스팀펑크 계열의 영화를 언급하라고 하면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나 <해저 2만리> 같은 작품들을 손꼽을 수 있다. 기계적인 디자인을 빅토리아 시대라는 복고로 디자인한 예술 장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전시 분야 가운데에서 세계 최초로 열리는 '스팀펑크 아트전'은 도상학(iconography)에 대한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아는 만큼 보일 게 많은 전시임에 분명하다.

a  스팀펑크 아트전에서 전시되는 야스히토 우다가와의 작품 '피라냐'

스팀펑크 아트전에서 전시되는 야스히토 우다가와의 작품 '피라냐' ⓒ 박정환


몇몇 사례만 예를 들어보자. 아트 도노반의 작품 가운데서 '루미의 귀환'을 맨 처음 보면 미국 1달러 지폐를 연상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작품 맨 위에 달린 외눈은, 미국 1달러 지폐의 뒷면에 그려진 피라미드 맨 위의 외눈과 궤를 같이 한다. 프리메이슨을 연상하게끔 만든 디자인이다. 왼쪽 중간에는 혜성이 왼쪽 방향으로 날아가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는 16세기 독일 회화 '분더자이첸부흐'(Wunderzeichenbuch)와 똑같이 그린 그림이다.

야스히토 우다가와의 작품 '삼엽충 4번'은 고대 생물 삼엽충을 경주용 차로 디자인한 작품으로 삼엽충이라는 유기물과 경주용 차라는 무기물을 하나의 디자인으로 결합하는 데 성공한다.

'큰부리새'와 '히메 아르마딜로' '파란 가재'와 '파나랴' 같은 작품은 지구상의 동물이 진화할 때 유기물이 아닌 금속과 같은 무기물로 진화했다면 이와 같이 진화하지 않았을까 상상될 정도로 금속의 차가운 질감과 동물의 특성을 오묘하게 결합하는 데 성공한다.

a  스팀펑크 아트전에서 전시되는 가즈히코 나카무라가 그린 '코뿔소'

스팀펑크 아트전에서 전시되는 가즈히코 나카무라가 그린 '코뿔소' ⓒ 박정환


스팀펑크에서 중요한 이미지는 차가운 금속성이다. 금속은 유한한 생명이 있는 무기물과는 달리 금속이 파손되기 전까지는 유기물의 유한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반영구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유기물보다는 불멸의 이미지가 강한 게 금속의 이미지다. 그럼에도 <스팀펑크 아트전>에서 소개되는 일련의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금속 특유의 불멸이라는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죽음의 이미지가 소개된다는 점이다.


가즈히코 나카무라가 그린 '코뿔소'라는 그림은 기계로 디자인된 코뿔소 그림을 대칭으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코뿔소가 그려져 있다. 불멸로 상징되는 기계의 몸을 가진 코뿔소라 할지라도 언젠가는 소멸하는 운명을 타고난 무기물이라는 이미지를 대칭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a  스팀펑크 아트전에서 전시되는 야스히토 우다가와의 작품 '큰부리새'

스팀펑크 아트전에서 전시되는 야스히토 우다가와의 작품 '큰부리새' ⓒ 박정환


'기계인간' 혹은 '접합-해부학적 건축물'과 같은 그림 역시 차가운 금속성 살갗 뒤에 감춰진 인간의 금속성 골격을 그려 넣음으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를 되새기게 만드는 스팀펑크 회화다. 주드 터너의 '삼엽충-눈' 역시 앙상하게 남은 생선의 가시를 연상하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무기물이라는 반영구적인 금속 재질이 '메멘토 모리'를 통해 어떻게 표현되는지 알 수 있다.


한국 관객을 위한 스팀펑크 작가의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프랑스 작가 샘 반 올프은 한국 관람객을 위해 거북선과 호랑이를 스팀펑크 스타일로 재창조함으로써 우리 문화와 금속성 재질의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데 성공한다. <스팀펑크아트전>은 5월 1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스팀펑크아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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