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지휘자'에 단원 40% 정리해고...목포시향 존폐 위기

노조 "노조 가입 따른 보복행정"... 목포시 "단원 불협화음·복무위반이 원인"

등록 2014.03.11 19:45수정 2014.03.18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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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1일 단원들이 목포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섰다. 이들은 집회 도중 연주를 하며 목포시의 정리해고에 항의했다.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1일 단원들이 목포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섰다. 이들은 집회 도중 연주를 하며 목포시의 정리해고에 항의했다. 소중한

목포시립교향악단(아래 목포시향)이 목포시의회의 예산 삭감과 목포시의 단원 27명 정리해고 방침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이에 목포시향은 지난해 '욕설 지휘자' 연임 반대 운동과 노조 가입에 따른 "보복 행정"이라고 반발하며 "정리해고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목포시는 지난해 12월 31일 "목포시향 인건비가 40% 삭감돼 60명 중 27명의 단원을 정리해고 한다"고 발표했다. 약 13억 원의 인건비를 상정했지만 목포시의회가 40%에 해당하는 5억 2000여만 원을 삭감했다는 이유에서다. 목포시는 지난달 해고자 명단을 발표하고 이달 중 해고를 단행할 방침이다.

김명준 목포시 문화예술과 책임관은 1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다른 시에 비해 목포가 큰 규모의 시립예술단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시와 시의회에서 이렇게까지 운영할 필요가 있는지 계속 논의가 있어 왔다"며 "이런 가운데 지난해 지휘자와 단원 사이의 불협화음이 생기고 단원들이 복무위반 등을 범하다 보니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예산이 삭감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함인호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목포시립예술단지회장은 "목포시와 시의회가 지휘자 선임, 노조 가입 때문에 목포시향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예산을 깎고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며 "교향악단은 이관편성을 위해 최소 60명의 인원이 필요한데 이 중 27명을 해고하겠다는 것은 목포시향을 없애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예산 삭감에 이어 정리해고... 지휘자 연임 저항·노조 가입 때문?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1일 단원들이 목포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섰다. 한 단원이 집회 도중 '유례없는 정리해고'라 적힌 피켓을 들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1일 단원들이 목포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섰다. 한 단원이 집회 도중 '유례없는 정리해고'라 적힌 피켓을 들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소중한

이번 사건은 지난해 상임지휘자 연임 문제를 두고 발생한 목포시향 단원들의 항의에서 시작됐다. 2006년 목포시향 4대 지휘자로 취임한 진아무개씨는 지난해 8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목포시는 연말까지 지휘자 임기를 연장했다.

'목포시립예술단 설치운영조례 제 10조'에 따르면 지휘자는 2년씩 2회 재위촉을 할 수 있다. 즉 한 명이 총 6년 동안 지휘자로 활동할 수 있는데 진아무개씨는 지난해 8월까지 이미 7년 동안 지휘자 자리에 있었던 데다 이후 목포시가 연말까지 임기를 더 연장하려 하자 단원들이 항의에 나선 것이다.


특히 단원들은 지휘자가 "욕설과 폭언은 물론, 단원들의 정기평정에 대한 불이익 협박, 여성폄하적인 언행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언행을 일삼아 왔다"며 지휘자 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목포시는 지휘자 연임을 강행했고, 목포시향 단원들은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섰다. 진아무개씨는 지난해 12월까지 임기를 마친 뒤 지휘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목포시의회에서 목포시향 예산을 삭감하고 이에 목포시가 정리해고 방침을 정하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목포시는 정리해고 회피 방침으로 ▲ 예산 삭감분 만큼 근로시간 단축 ▲ 정기 공연이 있는 달을 피해 무급 휴가 실시 ▲ 희망퇴직을 내놨지만 노조 측은 "한 달에 60, 70만 원 받으면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목포시-단원 간 폭행시비... '시장 면담 요구' 중 연주자 손가락 다쳐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목포시립예술단지회는 "5일 정종득 목포시장과의 면담을 위해 시장의 '주민과의 대화' 행사 현장인 삼양동 주민센터를 찾았으나 목포시 공무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목포시립예술단지회는 "5일 정종득 목포시장과의 면담을 위해 시장의 '주민과의 대화' 행사 현장인 삼양동 주민센터를 찾았으나 목포시 공무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공공운수노조 목포시립교향악단지회

목포시와 목포시향 단원 간의 갈등은 '폭력 시비'로까지 이어졌다. 정리해고 통보 후 목포시향 단원들은 매일 아침 목포시청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집회를 벌였다. 이에 더해 정종득 목포시장의 '주민과의 대화' 현장을 찾아 시장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건은 지난 5일 정 시장이 전남 목포 삼양동 주민센터를 방문했을 때 발생했다. 목포시향 단원들은 "시장과의 대화를 시도하려는 단원을 목포시 공무원이 사지를 잡고 수차례 뺨을 치고, 손가락을 짓눌렀다"며 "이 과정에서 단원은 이명증상과 뇌진탕, 정신적 충격, 허리를 비롯한 얼굴과 손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비올라를 연주하던 해당 단원은 현재 왼손가락을 다쳐 병원에 입원 중이다.

반대로 목포시 측은 "우리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김천환 목포시 문화예술과장은 "공식 행사장에 와 공무원 2명을 피켓으로 가격하고 멱살을 잡는 등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했다"며 "공무원 2명은 부상을 입고 병원이 입원 중이다"고 말했다.

공무원 2명은 전치 2주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

'고용노동부 중재' 면담했지만... 11일 항의집회 이어져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1일 단원들이 목포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섰다. 집회에 나선 단원들은 경찰이 시청 출입을 막자 이에 항의하며 시청 입구에 '목포시립교향악단 정리해고 철회'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였다.
목포시가 예산 삭감에 따른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 40% 정리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11일 단원들이 목포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섰다. 집회에 나선 단원들은 경찰이 시청 출입을 막자 이에 항의하며 시청 입구에 '목포시립교향악단 정리해고 철회'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였다.소중한

한편 목포시와 목포시향 단원 측은 10일 고용노동부의 중재 하에 면담을 했지만 이렇다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단원들은 "목포시가 정리해고 방침을 철회해야 대화의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데 반해 목포시는 "집회 등의 행동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면담이 있었던 다음날인 11일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목포시립예술단지회는 전남 목포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목포시의 정리해고 방침에 항의했다. 이들은 "예향 목포에서 하루 아침에 문화예술이 말살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리해고를 단행한 데 이어 이에 항의하는 단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더니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다치지도 않은 공무원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죽어가는 목포의 문화예술을 살리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는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성남시립예술단지부와 정의당 목포시의원들도 참여해 힘을 보탰다. 여인두 정의당 목포시의원은 "정종득 시장이 공약으로 전남 제 1의 문화예술도시를 내세웠는데 불의에 반대하고 노조를 만들었다고 정리해고를 하고 있다"며 "목포시는 더 이상 문화예술을 이야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목포 #목포시립교향악단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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