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5일, 한상균 전 지부장 만기출소한 뒤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 닿은 모습.
노동과 세계
내가 만난 한상균 전 지부장. 그는 참 겸손하고 예의 바르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만나는 이가 누구든 머리를 깊게 숙이는 인사와 함께 따뜻하게 손을 잡아준다. 그렇게 따뜻하고 한없이 부드러운 사람이 어떻게 1000여 명의 노조원과 전쟁과 같은 77일간의 옥쇄파업을 이끌었을까. 3년 만기 출소 후 겨우 한 달 만에 어떻게 또 171일간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일 수 있었을까. 그것은 그가 '동료에 대한 신뢰가 깊고 사랑밖에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노동자로 살아서 조금은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파업을 이끌고 철탑에 올랐던 한상균 전 지부장. 그가 마지막 그 안에서 지켜내려고 한 것은 어쩌면 일터가 아니라 그와 함께 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그랬다. 대한문 앞에서 만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부드럽고, 따뜻하고, 수줍음 많고, 정 많고, 눈물 많은, 사랑 가득한 사람들이었다. 오죽하면 쌍용차지부 고동민 조합원의 별명은 '울보'란다. 김정욱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경찰의 폭력에도 "우리가 무슨 불법을 저질렀습니까? 불법이면 말해 보세요"라고 외칠 뿐 욕설 한마디 하지 못한다. 옆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열불이 나서 큰소리로 따지다가 몸싸움을 하고, 욕설을 주고받아도 말이다.
또 우직하게 노동운동의 길을 걷고 있는 김혁 활동가를 보면서 문득 깨닫는다. 사람 살이가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이만이 "함께 살자"를 외치며 지치지 않고 싸움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랑'밖에 모르는 두 남자의 보루를 지켜내려는 끈질긴 투쟁이 담긴 <내 안의 보루>.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지켜내고 싶은 내 안의 마지막 보루는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본다.
내 안의 보루 - 서로에게 보루가 된 두 남자, 한상균·김혁의 이야기
고진 지음,
컬처앤스토리, 2014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5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