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준 위문편지 일부.
김현자
"아니 괜찮아. 감기 걸린 사람 거의 없는데? 감기에 걸리지 말라고 내가 평소 마늘을 듬뿍 넣어 음식을 하곤 했거든. 오늘 저녁엔 매운 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아주 매콤하게 닭볶음을 했는데 맛있게 먹으니 좋더라고. 얼마 전에는 매운 소스를 이용해 잡채를 아주 맵게 해봤는데 다들 특이하면서 맛있다고 하더라고. 기분 무지 좋았지. 음식을 하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 생각날 때가 많아. 휴가 나가면 엄마한테도 꼭 해주고 싶어."
아들은 전공과 관련, 취사병으로 근무했습니다. 2013년 1월, 추위가 며칠 계속되던 어느 날 전화를 했길래 "너도 니 부대원들도 감기 걸리지 않았니?"라고 물었더니 이처럼 말하는데 전우들을 챙기는 마음이 느껴져 얼마나 대견하던지요.
참, 지난해 6월, 25사단 창설 60주년 행사 일환으로 부대를 개방한 적이 있어요. 부모들을 초대해 생활관을 비롯하여 싸지방(싸이버지식검색방), 식당, 노래방 등, 아들들이 생활하는 모든 곳들을 개방도 하고 아들들이 먹는 음식도 공개하고 그랬습니다. 장기자랑 시간도 있었고. 그날 몇 분 부모님들과 인사를 하게 됐는데, 아들이 취사병인 것을 알게 된 부모들이 칭찬을 많이 해서 매우 행복했었습니다.
"엄마 난, 사람이 주변 사람 누군가를 존경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거든. 부모 빼고 말이야. 그런데 우리 행보관님과 생활하면서 그 말을 실감했어. 나도 존경하게 됐거든. 전역하고서도 오래오래 인연 이어가며 기쁜 소식도 전해드리고,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 조언도 얻고 그러고 싶은 분이셔."지난 1월 초에 휴가를 나왔던 아들은 휴가 중 이런 말도 했었습니다. 제 아들이라고 왜 힘들지 않았을까요. 서부전선이나 다른 곳보다 춥고 험하다는 동부전선에서 근무한 아들들이나 GOP나 GP등에 근무하는 아들들에 비하면 좀 덜 힘들었겠지만, 아마도 아들 역시 나름대로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물론 아들 역시 더러는 전화로 투정도 했습니다. 지난해 5월엔 제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일도 있었고요.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는지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쓸 돈이 부족한가? 지레짐작, 더러는 용돈을 보내주기도 했고요. 여하간 아들은 힘들었던 것들도 잘 참아내고 이처럼 평생 멘토로 삼고 싶은 분까지 가슴에 담고 전역을 했습니다.
여하간 이런 아들이 드디어 전역을 했습니다. 아들이 자대를 배치 받을 무렵 25사단 부모들 모임 카페에 가입해 부모들과 정보도 교환하고 마음도 나누고 그랬는데요. 아들이 훈련병일 때 가장 부러운 사람들은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장병의 부모들이었습니다. 아니 아들보다 한 달 먼저 입대한 장병들의 부모들까지 부럽기만 하더라고요.
이미 전역을 했거나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부모들은 한결같이들 말하더군요. 잠깐이라고. 휴가 한두 번 나왔다 들어가고 어찌어찌 조금 지나고 나니 전역을 불과 몇 달 앞두게 되더라고. 그런데 이런 말들이 전혀 와닿지 않았는데, 그들의 말처럼 돌아보니 결코 흐르지 않을 것 같은 20여 개월이 어느새 훌쩍 흘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