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6일 낮 1시께 영등포 쪽방촌에 폭우가 쏟아졌다. 이사를 하던 한 주민이 우산을 쓰고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자료사진)
이희훈
죽음이 너무 가까이에 있다.
지난 2월 말, 동네 주민 한 분이 황급히 나를 찾아왔다. 주민 분을 쫓아 간 쪽방의 2층 복도에 들어서자 묘하고 답답한 냄새가 가득했다. 생선 썩는 냄새가 난다고 했던 주민의 말이 언뜻 떠올랐다. 쪽방 안에는 이미 얼굴조차 알아보기 힘든 시신이 덩그러니 누워 있었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난 듯한 시신. '고독사'라고 불리는 쪽방의 외로운 죽음이다.
그는 이 좁은 쪽방에서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다. 그의 생사를 유일하게 신경 썼던 사람은 동사무소 복지담당 공무원뿐이었다. 복지수급 문제로 전달할 것이 있는데 연락이 닿지 않자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고, 동사무소의 요청으로 그를 찾아간 집주인이 죽음을 발견했다.
애석하게도 쪽방 지역에서 이런 광경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쪽방 주민들도, 가끔은 나도 이 외로운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기분이 조금 우울해지고, 착잡하지만 익숙한 광경에 무뎌질 대로 무뎌진 것이다.
사회적 고립과 단절고독사가 발생하면 먼저 경찰과 동사무소에서 고인의 가족을 찾는다. 가족을 찾으면 시신을 인계하지만, 일정 기간 동안 가족을 못 찾으면 '무연고자 처리', 화장을 한다. 쪽방촌 가구의 약 90%는 1인가구다. 이들이 쪽방촌에서 죽음을 맞으면 무연고자로 처리되는 사례가 많다. 가족을 찾더라도 경제적 이유, 오랜 가족관계의 단절 등 여러 사유로 가족들이 시신 인계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고인이 생전에 어떠했든지, 죽어서도 가족에게 외면 당하는 모습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고독사의 이면에는 '단절'이 있다. 사회와의 단절, 가족과의 단절. 빈곤은 이러한 단절을 촉진한다. 실제 쪽방 주민의 대부분이 가족해체를 경험했는데, 지난 2012년에 진행된 동자동 쪽방 주민의 건강권 실태조사를 보면, 주민의 66.7%가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연락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가장 기초인 가족 관계에서조차 이들은 단절되어 있다.
더욱이 잘못 설계된 제도는 이들의 미약한 관계를 완전히 단절 시킨다. 기초생활수급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모, 자식, 혹은 그들의 형제자매들과 '단절'을 공식적으로 증명해야만 한다. 어렵게 가족과의 관계 단절을 증명하고 수급을 받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