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역 앞 도로에서 경기도 버스 'G-BUS'가 줄지어 지나고 있다.
이희훈
이번에는 '무상버스'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무상 대중교통' 공약을 낸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이 연일 "무책임한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비난하는 데 이어 김진표·원혜영 민주당 의원 등 당내 경쟁 후보들도 부정적 의견을 내놓는 모양새다.
경쟁 상대들이 무상버스 공약에 일제히 반대론을 들고 나서는 이유는 '무상' 시리즈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교육감이 2010년 교육감선거 당시 최초로 '무상급식' 공약을 내걸고 재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과연 '무상버스'는 무상급식만큼 이번 선거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 "급식과 교통은 달라"... "'무료'보다는 노선 확충이 시급"4년 전 김상곤 전 교육감이 '교실 안 차별과 소외 극복'을 목표로 내걸었던 초·중·고 단계적 무상급식 공약은 당시 교육감선거를 넘어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 전체 주요 정책 이슈로 떠올랐다. 급기야 무상급식 문제가 '친서민 대 반서민'을 가르는 핵심 의제로 자리매김했고, 사실상 지방선거에서 야권승리를 주도하는 공을 세웠다. '무상급식 제 2탄' 격인 '무상버스' 공약을 두고 관심이 모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전 교육감 쪽도 내심 무상버스 공약이 '무상급식'처럼 힘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그는 지난 12일 출마선언 때 무상버스를 공약하면서 "경기도에서 처음 무상급식을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지만, 무상급식은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나갔다"며 "버스 완전공영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해 무상대중교통의 첫걸음을 떼겠다"고 밝혔다. 공약 이행 방법 역시 무상급식제처럼 지역·노선·연령별로 점진적 도입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무상버스가 무상급식만큼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힘을 발휘할지를 두고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경기도 버스 운행 현실을 모른 채 무상급식 제도를 무상버스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경기도 버스들은 대부분 여러 시·군을 넘나드는데다가 수도권 환승할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특정 지역·노선에서만 무상버스를 시행하는 자체부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며 "버스 운행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방안 같다"고 말했다. 급식제도는 수혜 인원이나 제공 방법이 명확하지만 교통은 체계가 복잡해 어렵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경기도민들은 시내버스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광역버스·지하철도 이용한다"며 "한 버스만 무료고 다른 버스나 지하철이 유료이면 요금 체계에도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무상버스와 무상급식은 차원이 다른 만큼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과연 무상버스가 경기도민에게 시급한 복지 서비스인지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됐다. 하루 125만 명이 서울로 출·퇴근하거나 통학하는 경기도에서는 '요금'보다 노선 확충·버스 증대 등의 서비스 확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교통복지는 장애인이나 외곽 지역 주민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무상급식을 시행한다는 개념을 경기도 버스 체계에 일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정문제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무상버스나 버스공영제를 실시하면 민간노선을 매입하는 데 4조 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것으로 책정된다"면서 "수혜자가 명확한 급식과 달리, 버스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지원 규모 예산을 잡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000억 원 정도가 드는 버스준공영제도 실시 못하는 현실상, 무상버스 또는 버스공영제를 실시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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