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5분, 여대생의 12시간

젊은이여, 돈과 싸울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등록 2014.03.22 16:12수정 2014.03.2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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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레인이라고 이름을 밝힌 미모의 미국 여대생이 최근 자신의 순결을 경매에 부쳐 국내외 언론들이 야단법석이다. 경매금액도 적지 않다. 4억5000만 원에서부터 시작한 경매는 낙찰가가 수십억 원을 호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나탈리 딜런이란 여대생이 순결을 경매에 부쳐 34억 원이란 거액을 벌었다.


이런 현상이 젊은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정당화하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순결을 내건 여대생들의 모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나치게 비싼 대학등록금이 결국 그 원인이라고 여긴다. 우리나라에서도 야간업소를 다니며 학업을 병행하는 여대생들이 적지 않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등록금 탓이다. 가진 자들이 만든 구조에서 여대생들이 스스로 대놓고 인터넷 경매로 처녀성을 팔고 있다.

미모의 여대생은 12시간을 허락했다.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도스토옙스키가 사형장에서 사형이 집행된 뒤 기적으로 되살아나는 데 5분이 걸렸다. 도스토옙스키는 5분간 가족과 친구들이 슬퍼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자연과 땅에 감사하고 곧 있으면 죽을 자신의 운명에 슬퍼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사형 중단 이후 그는 삶 자체를 5분의 연속이라 여기고 열심히 글을 써서 대문호로 수많은 고전을 남겼다.

그가 사형장에서 돌아온 날 저녁 그는 동생에게 아래와 같은 편지를 남겼다.

'지난 일을 돌이켜 보고 실수와 게으름으로 허송 세월 했던 날들을 생각하니 심장이 피를 흘리는 듯하다. 인생은 신의 선물. 모든 순간은 영원의 행복일 수도 있었던 것을 조금 젊었을 때 알았더라면 이제 내 인생은 바뀔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다.'


그는 특히 4년간 시베리아 수용소에 수감됐을 때 가장 값진 시간을 보냈다. 혹한속에서 5kg의 족쇄를 달고도 창작 활동에만 매진했다. 글쓰기가 허락되지 않아 심지어 모든 문장을 암기해 가며 소설을 머릿속에 썼다고 한다. 출소 이후 그는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영원한 남편> 등 걸작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리고 훗날 그는 그의 소설 <백치>에서 "언제나 이 세상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은 단 5분뿐이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12시간이 젊은 여대생 엘리자베스 레인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줄지 모르지만 그녀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새길 수 있다고 본다. 도스토옙스키의 인생을 바꾼 것은 단 5분이었다.

언론은 이런 기사를 다룰 때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물론 철저하게 준비된 각본이 있었다면 보도할 기자를 미리 섭외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12시간으로 남은 인생 전부를 보상받을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런 식의 유혹이 늘 그녀를 뒤따를 것이고, 결국 수십억 원이 있다 한들 그가 원래 바랐던 삶과는 전혀 다른 인생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런 일을 그녀의 친구와 부모, 가족까지 동의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돈은 그만큼 강하다.

나는 부모가 허락했다는 것보다 딸의 제안을 수락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고통에 몸과 마음이 저몄다. 잔돈이 없어 지나가는 버스를 바라보며 오래토록 걷거나 배가 고파 억지로 잠을 청해야 했고, 욕설까지 얻어 먹는 빚 독촉 전화에 한달 내내 하루 종일 시달려 본 이들은 그 고통을 짐작하고 남음이 있을 게다.

돈 많은 신사가 그 여대생의 순결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 순진한 나의 상상일까.

어쨌든 미국의 여대생이 정조를 놓고 벌이는 이벤트를 보면서 순결을 팔아 공부를 하고자하는 젊은 여성들이 그녀의 뒤를 따르지 않기를 바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남자와 몸을 섞어야 하는 12시간은 젊은 영혼에게 있어 너무 길다. 120년간 지워지지 않은 상처로 남아 영원히 그와 주변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

물신(物神)은 고문과 유혹으로 영혼을 물먹이고 노예로 만드는 일에 능숙하다. 한번 나를 내주고 나면 걷잡을 수 없다. 물신이 연출한 다시 나오기 힘든 그들의 그릇된 성공(?)시나리오는 많은 영혼들의 고통을 대물림하며 불치병을 옮길 것이다.

사형을 5분 앞둔 사형수 도스토옙스키가 남긴 말 ⓒ 유튜브


※ [유튜브 영상] 어느 사형수의 5분
#엘리자베스 레인 #순결 #성매매 #여대생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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