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오혜란 대위 유족측 변론을 맡은 강석민 변호사가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법무법인 다임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재판부가 노 소령의 모욕과 강제추행이 오 대위의 극단적 행동을 초래했다고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양형부당이라고 지적했다.
유성호
- 1심 재판부는 추행의 정도가 비교적 가볍고, 가해자가 초범이라는 사유를 들었다.
"성범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을 살펴봤다. 여기에는 분명히 범행의 정도나 초범인지 하는 부분이 고려가 된다. 노 소령이 초범인 것은 분명한데, 강제추행의 정도가 약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물론 공소사실에 드러난 부분만 보면 약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양형요소와 공소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양형요소라는 측면에서 보면 오 대위 친구 박아무개씨가 증언한 내용이 중한 것이 아닌가? 안타깝게도 피해자가 사망해서 그 부분을 기소하지 못한 것 뿐이다. 가혹행위 부분이 가볍다고 볼 수 있는가, 모욕 부분이 가볍다고 볼 수 있는가. 그리고 양형요소에는 반드시 범행의 결과가 들어간다. 이 사건 범행의 결과는 오 대위의 사망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추행의 정도가 가볍다고 본 것은 모순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데 있어 가해자의 반성 여부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민간법정이라면 반성이 없으면 집행유예는 절대로 선고하지 못한다."
-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 15사단이 1심 재판부에 오 대위의 출입기록을 제출하지 않았던 것과 가해자 측 변호인이 오 대위가 대부분 정시퇴근했다는 사실과 다른 출입기록 사본을 제출한 경위다. "내가 듣기로는 출입기록에 전산오류가 생겨서 그것을 다시 현실에 맞게 바꿔서 위병소 출입기록을 유지했다고 알고 있다. 그러면 전산오류라고 하는 기록은 폐기되고 제대로 된 자료가 남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24일 육군 비공개 브리핑 내용을 보면 피해자만큼 가해자도 야근을 많이 하고 열심히 일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자료를 부탁해서 전달받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가해자 자신의 출입기록을 제출했어야지, 왜 엉뚱한 오 대위 출입기록을 제출했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일 뿐 아니라 의도도 불순해 보인다."
- 부대 출입기록에 전산오류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 대위 사망 직후 수사에 착수했던 15사단 헌병대가 파악하고 오 대위의 야근기록 등 여타의 기록으로 오류를 시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그러게 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오류가 있는 기록은 폐기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가해자 측에 이미 바로 잡혀졌어야 할, 오류투성이 기록이 전달된 것인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부분이 간과되고 있는데, 제대로 수정된 부대출입기록은 15사단 법무부에 있는 변사사건 기록 안에 다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좀 아는 사람이라면 오 대위가 정시에 퇴근했다는 자료는 잘못된 자료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잘못된 자료를 제출하게 했느냔 말이다. 여기에는 목적이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 상식적으로도 15사단 법무부에서 2군단 법무부로 사건을 송치하면서 중요 증거인 오 대위 출입기록을 빠뜨렸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실수로 빠뜨렸다고 설명하고 있다."
- 이후 2군단 법무부에서 15사단으로 오 대위 출입기록을 제출하라는 문서송부촉탁을 했는데, 이것도 담당부서인 법무부가 아니라 작전처로 했다."2군단 법무부에서 자료요청을 할 때 부대훈련 일지 같은 것도 제출하라고 했다. 그 쪽 설명은 여러 부서에 관련된 자료요청을 했고, 이것을 작전처에서 취합을 해서 뿌려주는 방식으로 운용하다보니 출입기록 검색권한이 제한되어 있는 장교가 오 대위를 검색해도 나오지 않아서 '계정삭제로 출입기록이 없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15사단 법무부는 몰랐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재판에 관련된 일이 이루어질 때 법무부가 모를 수가 없는데 도통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실수라고 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 15사단 법무부에서 2군단 보통군사법원으로 사건 송치하면서 오 대위 출입기록을 빠뜨린 것도 실수, 2군단 법무부에서 15사단 작전처로 자료요청을 한 것도 실수, 이 요청을 받은 15사단 작전항공장교가 보안장교에게 의뢰했을 때 '기록이 삭제되었다'고 한 것도 실수라고 하는 것이다."
- 이런 부분들이 군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것 아닌가."물론이다. 군사법원이 구조적으로 독립되어 있지 못하고 재판장을 법조인이 아닌 일반 장교가 맡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 사건에 대해 주심 군판사는 자신의 법적인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의혹을 사는 가장 큰 이유가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일로 2군단 군사법원이 아주 우습게 되어 버렸다. 재판의 주요 증거인 출입기록 같은 자료를 제출할 것을 15사단에 정식으로 요청한 것인데, 그것을 이렇게 소홀히 처리하고 등한시했다면 사실상 능멸당한 것 아닌가. 만약 민간법정이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겠는가. 자료제출 요구를 하는데 제출을 하지 않으면 압수수색이라도 했을 텐데, 여기는 없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고 재판이 진행된 것 아닌가."
- 노 소령에 대한 항소심은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열릴 텐데, 이와는 별개로 오 대위에 관련된 명예회복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가."피해자 오 대위에 대해선 육군본부 전·사망 심의위원회에서 순직 판단을 하게 된다. 순직으로 결정되면 국립묘지에 안장되고 군인연금법상 사망보상금을 유족이 받을 수 있다. 또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 신청을 할 수 있는데, 만약 순직으로 결정되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는 별도로 가해자에 대해서는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군 검찰과 가해자 노 소령측은 모두 1심판결에 불복, 지난 25일 각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6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공유하기
"성추행 가해자 블랙박스 육성 '충격' 노 소령 집유, 군사법원이 은전 베푼 것"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