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콩이 "할아버지 스마트폰 너무 보지 마세요"

[하부지의 육아일기 27]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등록 2014.03.27 10:30수정 2014.03.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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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콩이 유치원 다녀온 콩이가 책보느라 여념이 없다.

콩이 유치원 다녀온 콩이가 책보느라 여념이 없다. ⓒ 문운주


"할아버지 스마트폰 너무 많이 보지 마세요."


요즈음 눈꺼풀이 무겁고 안개 낀 것처럼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병원 안과에서는 난시로 나이가 들면 당연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미안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단다. 주기적으로 시력검사를 하고 도수에 맞는 안경을 써야 한다고.

시력만은 좋다고 자신했다.  잘 안 보이면 안경을 쓰면 된다. 그런데 눈꺼풀이 무거운 것은 방법이 없다.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손녀 콩이가 스마트폰 너무 많이 보지 말라고 한다. 사실 요즈음은 스마트폰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지하철을 타면 탑승객들이 얼굴을 신문으로 가리고 무엇을 보는지 정신이 없었다. 자리 비껴주기 싫어서 그러려니 했다. 

지금은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단말기를 밀어댄다. '세 살짜리 아이들도 쭉쭉 밀어대는데 어른들이 사용할 줄 모는데서야.' 친구들과의 이야기다.

너무나 편리한 기기 스마트폰. 사진, 음악, 통신, 인터넷, SNS등 편리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나이든 사람이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 멀기만 한 당신이다. 보자니 눈이 피로하고 안 보자니 정보에 뒤처진다. 손녀가 스마트폰 너무 많이 보지 말라고 하는 충고는 당연하다. 할아버지의 건강을 위해서.


a 콩이 무럭무럭 자란다. 미운 여섯살이다. 할아버지에게 이것저것 간섭하느라 정신이 없다.

콩이 무럭무럭 자란다. 미운 여섯살이다. 할아버지에게 이것저것 간섭하느라 정신이 없다. ⓒ 문운주


콩이가 무럭무럭 자란다. 할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할 정도다. 또래 아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미운 여섯 살이 되어 버렸다. 귓속에 가만히 속삭인다.

"세상에서 할아버지가 최고에요. 할아버지와 같이 살 거예요"라며 내 가슴을 뜨겁게 하더니 엄마를 보자마자 달려가 버린다. 할아버지는 내팽개치고.


콩이는 수시로 변한다. 두 살 어리광이로 변하기도 하고 의젓한 숙녀가 되기도 한다. 오늘은 모범 유치원생이다. "할아버지 문 닫아도 되지요?"하고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더니 혼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열한 권이나 읽었다고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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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간 콩이 콩이는 책을 좋아한다. 도서관에서 독서(?)에 여념이 없다. ⓒ 문운주


모처럼 인근 도서관에 들렸다. 주변 산책길에는 목련이 활짝 꽃을 피웠다.  꽃잎 가득히 빗물을 머금었다. 매화꽃도 여기저기 몽우리를 터뜨리고. 새순이 돋기 시작한 나무에는 새들이 앉아 노래를 한다. 공기가 좋다.

콩이는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유치원에서 오후 4시경에 돌아오지만 도서관 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병아리회 모임도 도서관에서 만들어졌고 북스타트를 통하여 유아 때부터 책을 가깝게 하는 것도 도서관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일까. 책을 무척 좋아한다. 너무 대견하다. 할아버지가 눈이 아프도록 보는 스마트폰을 콩이는 보지 않으려나 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뉴스, 카스토리, 페이스북 등 각종 정보 및 대화는?

어느 외국에서는 노동 집약적인 산업은 기계화를 서두르지 않는다고 한다. 굴착기 등이 그것이다. 인간의 힘이 필요할 정도는 남겨두는 것이다. 책을 가까이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스마트폰 중독(의지)에서 벗어나는 길은.
#콩이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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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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