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정말 지하철역이라고요?

승강장 안에 공원이 있는 역, 신답역 이야기

등록 2014.04.28 18:04수정 2014.04.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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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신답역 공원의 전경 신답역 내부에 있는 공원과 승강장

신답역 공원의 전경 신답역 내부에 있는 공원과 승강장 ⓒ 박장식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철도 노선을 꼽자면 어느 누구라도 서울 지하철 2호선을 꼽을 것이다. 순환선이며, 서울의 도심과 주요 부도심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노선이기 때문에, 매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사실 철도가 순환하는 노선은 광복 이전에도 있어왔다. 공덕리, 연희 일대의 일본인 구역에 사는 일본인을 위해 경성역을 출발해 경의선 신촌역에서 현재는 사라지고 지하화가 된 연희선과 용산선을 경유해 공덕역, 용산역을 거쳐 다시 경성역으로 돌아오는 구간으로서, 경선순환열차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1934년 첫 운행을 했다.

이 노선체계는 1944년 일제가 태평양전쟁의 물자 공출을 위해 강제로 폐선하기에 이른다.

 신답역으로 진입하는 성수행 열차

신답역으로 진입하는 성수행 열차 ⓒ 박장식


그 후 서울교외선 개통으로 서울-능곡-일영-의정부-성북-서울의 순환선이 운행을 시작한 이후 철도 전체로는 세 번째, 도시철도로는 국내 최초의 순환철도노선으로 1984년 전구간 개통된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순환선은 이전에 본선 취급을 받던 성수역에서 신설동에 이르는 구간을 잘라내어 성수지선이라는 독립적인 운행 체계를 만들었고 이용객은 급감하기에 이른다.

2년 후 1호선 전철이 의정부까지 연장됨에 따라 서울교외선의 순환 운행을 중단하게 되었고, 서울 지하철 2호선은 서울 지하철 6호선과 중부내륙순환열차 개통 이전까지 국내에 유일한 순환 노선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렇게 따로 떼어낸 지선에는 옛날에 기지역으로 불렸던 용답역, 1980년대의 표지가 그대로 유지되는 신설동역 등 재밌는 역이 많다. 그 중 가장 특이한 신답역은 역 바깥에 근린공원, 그리고 신설동 방면 승강장 내부에 작은 공원을 설치하였다.

필자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승강장에 공원을 설치한 신답역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신답역에 피어난 목련

신답역에 피어난 목련 ⓒ 박장식


신답역을 방문했을 때는 한창 목련철이었다. 승강장의 목련이 하얗게 피어나 봄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여름에는 특히 푸른 그늘을 만들어 주어 후텁지근한 지상역에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가을에는 떨어지는 낙엽이 잠깐 열차 기다리는 시간동안 우수(憂愁)에 찬 눈빛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사계절을 지하철역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바쁜 일상에 새삼 용기와 푸름을 넣어주는 요소이다. 이 곳에 공원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2003년 리모델링 당시 서울지하철공사의 확장으로 인해 신답역 내외에 별관을 짓게 되어 많은 유휴공간을 얻게 되었던 것을 삼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역 광장에 넓은 공원을, 그리고 기존 승강장에 역시 조그마한 공원을 설치하게 되었고, 현재까지 지역주민들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답역의 공원은 좁으면서도 갖출 것은 다 갖춘 아담한 공원이다. 키작은 나무와 키 큰 나무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고, 게다가 꽃까지 아담하게 피어있는 풍경은 과하되 모자라지 않고, 크되 작지 않다는 중용적인 이미지를 새길 수 있게 되었다.

더 좋은 것은 이러한 유휴 부지에 공원을 세울 계획이 서울특별시, 그리고 정부의 방침에 속해있다는 것이다. 특히 건물의 옥상, 연결다리 등의 유휴공간에 화단을 만들고 꽃과 나무를 심는 방침이 주로 되어 2013년 국민에 첫 개장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2010년 완성된 청량리역 민자역사 유휴공간에도 역시 '하늘정원'이 설치될 정도로 도심속의 공원은 점점 많아지고, 미세먼지 가득한 도심에 정갈한 초록빛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신답역의 시도 성공으로 도시철도역에서 역시 이런 정원을 가꾸고 있는 일 역시 늘어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는 지상에 연결되어 태양광을 받아들이는 광섬유를 일부 역사 승강장에 부착해 조그마한 정원을 만들기도 하였고, 9호선 메트로 흑석역에서는 역사 대합실에 자연 채광 돔을 설치하여 그 인근에 조그만 공원을 만들어 실내조경디자인 공모전의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하였다.

뉴욕 한 가운데를 싸고 있는 빌딩사이에 잠자고 있는 센트럴파크만큼이 아니더라도, 도시 한 가운데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이런 공원들이 많이 만들어져 시민들의 생활의 질을 높이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울톡톡에도 동시개재되었습니다.
#신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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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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