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12일째 사의표명한 총리, 자리 뜨는 실종자 가족정홍원 국무총리는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 빨리 사고 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생중계 화면으로 정 총리의 회견을 지켜 본 실종자 가족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고 있다.
남소연
팽목항에서는 정부 당국의 총체적인 무능과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분노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도 쉬 풀리지 않고 있다.
27일 오전 가족대책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해경·해군·민간업체의 수색작업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가족들은 "우리가 해양경찰청에 수색작업을 서둘러 달라고 해도, 아직 민간업체 언딘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어서 믿을 수 없다"며 "우리가 가족들이 교대로 바지선에라도 가야 하는데 지금은 갈 수도 없고…"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가족은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여러 차례 가족들은 청와대로 향하는 '분노의 행진'을 하기도 하고,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부 관료,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한 해경 관계자 등에게 격한 분노를 표출해 왔다. 가족들의 거친 집단행동은 잦아들었지만, 마음 속 불신과 원망은 여전하다.
당국이 사고 해역 주변에 그물을 치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더딘 수색작업과 강한 조류 등으로 시신 유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생존자 생환'을 바라던 마음은 조금씩 '시신은 꼭 찾아야 한다'는 절망 섞인 바람으로 서서히 옮겨가는 분위기다.
27일 새벽부터 강한 비바람이 치기 시작했던 사고해역은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이날 아침 팽목항에서 만난 한 가족은 "비가 와도 바람과 파도만 없으면 나을 텐데. 가슴만 아프고…"라며 "어찌되었던지 얼굴은 봐야 어떻게든 살아가도 살아갈 것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13일째인 28일. '잔인한 기다림'의 일상이 팽목항에서 계속되고 있다.
한편 합동구조팀은 27일 시신 1구를 수습해 사망자는 18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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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빨리 와"... 팽목항의 '잔인한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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