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해역만 바라보다세월호 침몰사고 13일째인 28일 오전 비 내리는 팽목항을 뜨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이 사고해역을 바라보며 소리없이 울고 있다.
남소연
저 어이없는 참극,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겪는 아픔이 그러할 터이다. 가족이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비탄과 분노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 그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왜 구조는 그처럼 더뎠고 당국의 대응은 오락가락했는지, 무엇을 감추고자 하는 것인지 차마 입에 꺼낼 순 없지만, 우리는 그 모든 게 다 궁금할 뿐이다.
비탄과 분노란 그래서 이게 과연 정상적인 국가인가 하고 물으면서, 이것은 결국 국가에 의한 죽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를 서로에게 묻고 있다. 이것은 결코 선동이나 유언비어가 아니라 민심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꿈은 일상을 이기지 못한다. 너무나 비정한 말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런데 정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사법적 권한을 갖는 범사회적진실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논의해 볼 만하다. 그래서 그 누구든 성역 없이, 그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의혹을 해소할 것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그런데 특검을 발의해서 진실을 규명하고 관련된 자들을 모조리 사법처리하는 데 앞장서야 할 야당이, 어이없을 만큼 무기력하고 무능력하다.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댓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그것의 책임을 묻고자 했던 시민사회의 염원을 깔아뭉개 버린 게 지금의 야당이다.
그들을 압박하고 견인해낼 시민이나 민중조직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런 활동 경력을 훈장 삼아 정치권으로 갔거나 기웃대고 있으니 시민들의 비탄과 분노를 오롯이 담아낼 조직이 이제는 아예 없는 거다. 오직 시민들 개개인이 슬픔과 분노를 삼키면서 무엇인가 어디선가 폭발의 계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진실이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