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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압박당하는 엉덩이... 우리는 사이보그가 아닙니다

등록 2014.04.30 18:41수정 2014.04.3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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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고백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나는 선천적으로 '오리궁뎅이'를 타고났다. 바지를 입으면 엉덩이가 안 맞아서 사이즈를 늘리는 고역을 아실지 모르겠지만, 스키니진을 살 때는 '얼른 이 유행이 지나가라'고 기도한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게 있다. 우리들은 엉덩이가 두툼해도, 또 빈약해도 안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엉덩이'로 하는 일이 많다. 소위 '오래 앉아서 하는 노동'들이 그렇다. 방송국 PD가 편집을 할 때도 그렇고 고시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체로 고소득 직업이 그럴 것이라고 예측하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엉덩이는 필요하다. 택시 기사나 택배 기사들이 운전하며 앉아 있는 시간이 그렇다.

입시 재수로 본인 몸에 직접 실험(?)을 해본 결과, 이렇게 오래 앉아 있으면 엉덩이는 자연스레 커진다. 누군가는 '퍼진다'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혹자는 엉덩이가 커지는 것을 두고 '다산'을 이야기한다. 엉덩이가 크다는 게 나쁜 일은 아닐 텐데, 사람들은 커다란 엉덩이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또 스키니진이 꼭 들어맞는 작은 엉덩이에는 소위 '엉뽕'(엉덩이뽕)을 덧씌우기도 한다. 대체 우리들에게 알맞은 둔부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걸까.

현대적 미적 기준에 맞춰진 '엉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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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청바지 광고. 마른 모델들에게 청바지를 입혀놓은 장면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 fllckr 갈무리


근대화를 통해 사람들은 노동에 적합한 몸을 필요로 하게 됐다. 오래 노동하고도 지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규격(?)을 가져 공공시설 이용에 방해를 끼치지 않는 사이즈. 기성복의 출현은 이를 가속화했고, 패션업계에서는 한 술 더 떠서 뼈가 앙상한 모델들에게 옷을 걸쳐 놨다.

건강을 위하는 수준을 넘어서 현대적 미적 기준에 맞춘 엉덩이들이 등장한 것도 그때부터다. 콜라병과 같은 몸매로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에 적합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규격화 된 엉덩이. 거기에 오래 앉아 있어도 퍼지면 안 되니까 운동은 필수다.


34-24-34의 몸매가 이상적이라는 말에 하이킥을 날리기라도 하듯, 거리에는 온통 44사이즈의 스키니핏이 활보하고 있다. 참고로 허리 26사이즈의 바지에는 34인치의 엉덩이가 들어가지 않는다.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한없이 말라야 하는 여성들을 측은하게 여기는 것으로 그칠지 모른다. 하지만 도대체' 현대의 미'라는 정체불명의 스펙은 왜 빈약한 둔부에까지 '뽕'을 덧씌우게 만드는 걸까?

엉덩이에 자유를!

소위 '뽕'이라 불리던 것은 여성들의 가슴에 부착해 볼륨감을 덧대는 물품이다. 종류도 다양하고 모양도 다양하다. 거기에 발 맞춰 이제는 엉덩이뽕까지 등장했다. 한때 한 여성 연예인은 '엉뽕'이 생소하던 시절 드레스 안에 이를 장착했다가 네티즌들의 놀림감이 되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마르지도 말고 뚱뚱하지도 말라'는 기준에 충분히 노력을 한 게 아닌가? 운동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신체적 악조건이 다분한데도 아름다움을 위해서 '뽕'을 장착한 그녀는 오히려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지 않은가?

이 어중간한 사이즈의 환상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압박당한다. 표준이라는 기준에 맞춘 얼굴도, 몸도 세상에는 없다. 만드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는 규격화 된 사이보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리따운 연예인에게도 포토샵이 필수인 시대에 '엉덩이뽕'이 웬말인가. 더군다나 대다수의 우리는 앞으로 앉아서 노동할 시간에 스스로를 맡겨야 한다. 그러니 적어도 엉덩이에게 비빌 여유는 줘야 하지 않겠는가. 스키니핏이 필요 없어지는 시대를 바라는 1인으로서, 여러분의 엉덩이에 자유를 고하고 싶다.
#엉덩이 #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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