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4명 사망 터키 탄광사고... 총리 망언에 유족들 분노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사고 난다"... 집권당, 탄광 안전 우려 의견 묵살

등록 2014.05.15 14:52수정 2014.05.1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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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폭발 사고가 일어난 터키 소마 탄광의 현장을 보도하는 CNN방송 갈무리.

폭발 사고가 일어난 터키 소마 탄광의 현장을 보도하는 CNN방송 갈무리. ⓒ CNN


터키 탄광 폭발 사고 사망자가 274명으로 늘었다.

AP·BBC·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5일(한국시각) 타네르 이을드즈 터키 에너지부 장관은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라면서 "탄광 안의 불길 탓에 구조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틀 전 터키 서부 마니사주 소마 탄광의 갱도 안에서 광부 787명이 작업하던 중 폭발 사고가 일어나 450명 가까이 구조됐으나, 남은 인부는 숨지거나 여전히 갱도에 갇혀 있어 희생자가 계속 늘고 있다.

터키 당국은 탄광 내의 전력 공급 장치에 불꽃이 튀면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 희생자 대부분이 폭발 화재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 탄광 내 작업자는 200~300명 수준이었지만, 사고 당시가 교대 시간이라 광부 787명이 한꺼번에 모여 있었다. 또 전력 공급 장치 고장으로 탄광 내 리프트마저 작동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컸다.

화재로 인해 탄광 내 유독가스가 가득하고, 화재도 계속되고 있어 구조작업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조에 나선 일부 소방대원도 유독가스를 마셔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일어난 탄광 입구에는 실종된 광부의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시신이 들것에 실려 나올 때마다 안타까운 오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992년 터키의 흑해 연안 항구 부근의 종굴닥 탄광에서 일어난 가스 폭발로 263명이 사망한 사건을 넘어서는, 터키 역사상 최악의 탄광 사고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집권당이 안전 우려 묵살... 시민들은 '분노'


a  탄광 사고에 분노한 터키 시민들의 시위와 경찰과의 충돌을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탄광 사고에 분노한 터키 시민들의 시위와 경찰과의 충돌을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 BBC


여기에다 최근 소마 탄광의 안전성이 우려돼 야권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묵살당한 것이 알려졌다. 이후 앙카라·이스탄불 등 대도시에서는 정부의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구조작업을 비판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터키 최대 일간지 <휴리예트>에 따르면 터키 최대 야당 공화민주당(CHP)이 불과 2주 전 소마 탄광의 안전성 우려를 제기했으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이를 부결 시켰다.

소마 탄광이 있는 마니사주의 야당 소속 외즈귀르 외젤 의원은 의회 발언에서 "소마 탄광이 사고가 자주 발생해 인명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라면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역시 마니사주의 집권당 소속 무자페르 유르타시 의원은 "터키의 탄광은 외국보다 안전하다"라면서 "탄광 지역 주민들의 집권당 지지율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다. 수도 앙카라에서는 중동기술대학(ODTU) 학생 800여 명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에너지부 청사로 향하는 행진을 벌이다가 경찰과 맞섰다. 이스탄불에서도 시민 수천 명이 에르도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강제 진압에 나서면서 시위대와 충돌을 빚기도 했다.

터키 총리 "다른 나라도 이런 사고 일어난다" 황당 발언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이번 참사를 불렀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오는 8월 대선 출마를 앞두고 있는 에르도안 총리는 사흘간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알바니아 순방 일정도 취소한 뒤 사고 현장을 방문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사고 현장을 찾은 에르도안 총리는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사고가 일어나곤 한다"라면서 "영국에서도 1862년 204명, 1866년 361명, 1894년 290명이 사망한 탄광 사고가 있었다"라는 황당 발언을 해 희생자 가족과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석탄에 의존하는 사회 구조로 무리하게 탄광을 개발하고, 일부 탄광은 민영화 후 비용을 절감하려다가 안전을 소홀히 여긴 탓에 탄광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터키는 전력 생산의 4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터키에서는 탄광 사고로 인해 2000년 이후 1308명이 목숨을 잃었고, 2013년에만 1만3000여 명이 크고 작은 사고를 당했다.

이런 가운데 24만 명 규모의 터키 최대 노동조합 공공노조연맹(KESK)은 이번 탄광 사고에 항의하기 위해 15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터키 탄광 #탄광 사고 #에르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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