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가 발생한 지 1073일 만에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수면 위로 올라온 세월호는 선체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녹이 슬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듭니다. 많은 이들은 이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생존자의 진술,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사실들을 통해 진실의 실마리를 찾고자, '다시보는 오마이뉴스'를 게재합니다.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습니다. [편집자말] |
세월호 3층 선미 기사 전용 객실 부분(DR-1~8) 탑승자는 대부분 살아남았다. 여기 묵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대형 화물차량을 몰고 배에 오른 성인 남성들이었다. 인천~제주를 오갈 때 세월호를 타본 경험도 많았다. 이들은 4월 16일 오전 사고 당시 대부분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무시했고, 덕분에 살아남았다. 방에서만 나오면 갑판으로 나가기도 쉬운 구조였다.
그런데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게다가 여자였다. 그녀는 5월 20일 현재까지 실종 상태다.
그녀가 사고 당시 있던 방은 3층 선미 우현 뒤에서 네 번째 방(DR-5)이었다. 취재팀은 생존자들을 인터뷰하면서 복수의 화물기사로부터 이영숙(52)씨에 대한 증언을 들었다. 그들의 증언에는 공통적으로 해경의 구조에 대한 의심이 담겨 있었다.
이영숙씨는 최은수(43)씨 화물차에 실린 화물의 주인이었다. 화물과 함께 화물기사, 화물 주인이 같이 배에 탔던 것이다. 최씨는 기자에게 "이삿짐 화주 한 분을 태우고 왔는데, 그 분은 (사고 당시) 방에 갇혔다"고 말했다.
1년 전 제주도로 직장을 옮긴 이씨는 원래 살던 인천에 남아있던 물건들을 가져오기 위해 4월 15일 세월호에 올랐다. 그는 최씨와 같은 방(DR-2, 좌현 복도 뒤에서 세 번째)을 배정받았지만 2층 침대의 위쪽 자리가 불편해 DR-5번 방으로 바꿨다. 이 방은 나가면 곧바로 우현 갑판과 이어진 출입문이 있었다.
4월 16일 아침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길이 갈렸다. 최씨는 우현 갑판 쪽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갔고, 이씨는 안내데스크에 충전을 맡겼던 휴대폰을 되찾은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 명은 우현 갑판에, 다른 한 명은 방에 있을 때 배가 갑자기 기울었다.
방에는 이씨와 화물기사 강봉길(30), 권상환(38)씨가 함께 있었다. 권씨는 배가 기운 직후 화들짝 놀라 먼저 맨발로 갑판에 뛰어나갔다. 이씨와 강씨는 구명조끼를 챙겨 입었다. 강씨는 "잠시 후 상황이 궁금해서 나가보겠다고 하며 나왔다"면서 "아주머니는 나오지 않고 어딘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배는 더 기울었다. 최씨와 강씨, 권씨는 모두 우현 난간에 매달려 있었고, 얼마 후 해경 구조요원이 왔다. 최씨와 강씨는 각각 구조요원에게 "아주머니 한 분이 바로 앞 5번 방에 있다"고 알렸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해경은 이씨를 찾지 못했다. 권씨는 구조요원이 3층 선미 쪽 출입구로 나와 세 사람을 향해 팔로 X자를 해보였다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다. 강씨도 비슷하게 말했다.
"구조대에게 이야기했다. 5번 방에 아줌마 한 분이 있다고. 그런데, (구조요원이) 갔다 왔는데 안 보인다고 하더라. 그새 나갔나 보다 했다. 하지만 구조된 후에 아줌마가 안 보였다. (해경에게) 물어봐도 모르겠다고 하더라."
최씨 역시 "구조 헬기 안에서 '아주머니가 갇혀 있으니 좀 가서 구조해달라'고 했더니 '헬기를 보냈다'고 했다"며 "그런데 (어떻게 됐다는)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해경은 DR-5번 방문을 열어봤을까? 문은 안쪽으로 열린다. 배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방 안에서는 밑에서 들어올려야 하고, 복도에서는 반대로 위로 밀어올려야 했다. 생존자들은 "문이 무거웠다"고 말했지만, 성인 남성이 못 밀어 올릴 정도는 아니었다. 실제 복도에서 방문을 밀어 올려 안에 있던 학생을 빼낸 경우도 있었다. 생존자들은 조심스럽게 "해경이 방문을 열고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씨의 아들 박경태씨는 한 달 넘게 진도에서 머무르며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16일과 19일 두 차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해경이 그 근방을 수색했는데 못 찾았다고 한다, 주변에서 발견된 사람도 없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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