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도립공원 야영장에서 캠핑으로 밤을 새운 구미 상모동 송재형씨 가족아들과 딸이 개교기념일이어서 캠핑을 나왔다고 한다.
김도형
우리나라는 여느 선진국에 비해 캠핑문화가 아직 낯설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1970년대부터 이미 캠핑문화가 자리를 잡았고, 국내의 경우는 산을 좋아하는 전문산악인들이 주도하여 1990년대부터 캠핑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평일임에도 금오산 도립공원 야영장을 찾은 중학생 자녀를 둔 가족이 있어, 이들을 따라다니며 일상을 취재해 보았다.
구미시 상모동에 살고 있는 송재형(41)씨는 금오공대 재학시절 에로스 산악회에서 활동하며 국내를 비롯해 해외까지 등정을 다녔다. 지금은 바쁜 사회생활로 인해 예전만큼 산을 오를 기회는 없지만, 쉬는 날이면 가족들과 함께 수시로 캠핑을 즐긴다고 한다.
지금은 중학생인 아들과 딸이 꼬맹이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캠핑을 해온 경험이 있어 텐트를 집삼아 자연스럽게 밖에서도 잠을 잘잔다고 한다. 마침 송재형씨는 자녀들의 학교개교기념일이 본인의 쉬는 날과도 겹치게 되어 금오산 야영장으로 캠핑을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TV 등 현대문명의 이기에 푹 빠진 아이들이 자연을 멀리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지만, 송재형씨 가족처럼 문명으로 부터 잠시 벗어나 오손도손 가족이 함께 모여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낭만적인 일이다.
또한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들의 무뚝뚝함과 고민들도 자연속에서는 별문제거리가 되지 않는다.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자기한테만 있고 가장 가까운 부모조차도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지 않고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가 자녀에 대한 답답함과 아쉬움을 덩달아 느끼는 때가 바로,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 들었을 때다.
이러한 때일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 함께 가까이 부대끼며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송재형씨는 아빠의 말을 잘 듣지 않으려고 하는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아들과 딸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연을 벗삼은 야영장에서의 캠핑을 선물로 제공했다.
캠핑을 통해 가족들간의 대화 횟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고 한다. 낮에 텐트를 설치할 때는 서로가 협동하여 맡은 역할 분담을 해야하기 때문에 의견을 교환하며 즐겁게 작업을 한다. 손수 음식재료들을 다듬으며 텐트 주변을 바삐 오가는 사이 어느새 아이들의 근심과 고민은 사라져 버리고, 어릴적에 즐거웠던 기억이 솔솔 떠올라 아버지와 자녀들의 관계는 옛날로 되돌아가게 된다고 한다.
최근 들어 '힐링캠프'라는 말들을 많이 하곤 하는데, 초록으로 물든 자연 속에서 신선한 공기와 새들의 지저귐은 자연스럽게 현대인의 마음의 병을 치유해주는 효과가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송재형씨는 텐트 속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들 우형(14)군을 깨워 무뚝뚝한 아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야영장 인근의 숲속길을 달려보자고 제안했다. 아들은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억지로 따라 달렸지만 그래도 내심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이 흐믓한 모양새였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달렸던 아들은 어느새 아버지의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부자간의 정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무뚝뚝한 부자간의 어색함이 자연속의 캠핑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듯했고, 오랜 시간동안 자녀를 위해 함께 지내주는 아버지의 속깊은 마음이 여느 아버지들과는 달라보였다.
몇년 뒤면 성인이 되어 부모의 그늘을 훌쩍 떠나버릴 아이들에게 가족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남겨준다는 것은 미래를 위해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어른이 되어 멀리 떨어져 살지라도 가족의 정은 어린시절 부모와 함께 했던 캠핑으로 인해 더욱 돈독해 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자녀와의 대화가 괜시리 힘들고 고민이 되는 부모라면 이들 송재형씨 가족처럼 캠핑을 하며 관계를 더욱 변화시켜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바쁜 오늘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지만 욕심을 내어 자연을 벗삼아 캠핑을 떠나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