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개와 함께 산책을 해보아요

든든한 삶의 동반자 진도개 유통순을 소개합니다

등록 2014.05.23 19:14수정 2014.05.2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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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가족 진도개 유통순, 구미시 형곡동 뒷동산 산책 진도개 유통순은 생후 1년 5개월 된 암컷이며 진도개답지 않게 너무 순하다. ⓒ 김도형


지난해 3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며 봄을 맞이하려는 시점에 한 마리의 강아지를 입양하게 되었다.


진도개 분양, 생후 3개월 10만 원

단골식당 벽에 떡하니 붙여져 있는 진도개 강아지 분양광고를 보곤, 1962년에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된 명견을 가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단골식당의 아주머니께서 키우던 진도개들이 교미를 해 낳게 된 강아지였다. 가까이서 보니 통실통실하게 귀엽고 제법 강단이 있어 보이는 영특한 모습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평소에 산을 혼자 다닐 때면 함께 데리고 다닐 튼실한 개를 가졌으면 하고 바랐던 적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개라면 조그마한 발바리조차도 무서워하는 집사람에게 상의도 하지 않고, 혹시나 누가 먼저 이 진도개 강아지를 분양해 갈까 싶어 지갑은 안 들고 왔는지라 미리 아주머니께 찜을 해두었다.

그 다음 날 강아지를 데리러 갔다. 혹시나 강아지를 데려가는 내게 어미개가 짖으며 화를 내지나 않을까 싶어 집에 있던 냉동 고등어를 가져와 간식으로 주었더니 꼬리를 치며 좋아했다.

어미개와 떨어져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차 안에 둔 종이박스에 실린 강아지는 안절부절못했다. 어린 강아지였지만 불안해 하는 눈빛이 역려했다. 강아지의 보금자리로 데려오는 내내 측은해 보였고 어서 빨리 종이박스에서 나오게 해 더 이상 불안해 하지 않도록 놀아주고 싶었다. 집은 연립주택이어서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못 되었고 단독으로 운영하는 사무실의 복도에서 키우려고 마음을 먹은 뒤 입양하게 되었다.


사무실 복도에 풀어놓으니 그런 대로 안정을 되찾았는지 온 사방을 돌아다녔다. 이름은 짓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유통순'이라고 불렀다. 나름 유들하게 보이고 통통한 암컷이란 뜻에서 이름 지어 보았다. 사람들은 유통순이라는 이름이 재미있었는지 이따금 '통순이'라고 부르며 좋아했다. 처음에는 기겁을 하던 집사람도 일주일이 지나자 유통순에게 정이 들어 친밀감을 보였고, 유통순을 위해 인터넷으로 간식과 사료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유통순과 함께 지내고 몇 달이 지나자 예상했던 대로 개털과 개똥을 처리해야 되는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도 진도개의 습성상 볼일은 한 장소에서만 집중적으로 보는 영특함을 보여 청소하기에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온 구석을 나뒹구는 개털들은 완벽하게 처리할 수는 없어 적당히 그러려니 하며 지내게 되었다.


한 달 동안은 밖으로 진도개 유통순을 내보내지 않았는데, 어느 날 문이 열린 틈 사이로 계단을 따라 내려가더니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찾아보았지만 보이질 않았고, 한 달 동안 정이 들어 가족처럼 되어버린 강아지라서 못 찾을까 염려되어 마음이 그토록 착찹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 도로를 다니다 차에 치이지나 않았을까 하는 걱정으로 인해 찾으러 다니는 내내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기까지 했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사무실 인근에 사는 한 아이가 우리 강아지를 보았다며 근처의 초등학교로 가보라고 해 부리나케 달려가보았다. 그다지 높지 않고 운동장 안쪽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담벼락 옆으로 진도개 강아지 유통순이 보였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제서야 긴장이 풀려 안심이 되었다.

그 후로 '얼마나 밖으로 나가고 싶었으면 혼자서 돌아다니다 길을 잃었을까' 속으로 생각들어 앞으로는 적당히 시간을 내어 인근의 뒷산을 산책시켜주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 후로 몇 개월이 지나자 몸이 하루가 다르게 자랐고 외모는 변해갔다. 자주 가는 뒷동산에 산책을 데려갈 때면 사무실에서는 얌전했던 녀석이 그제서야 야생 본능이 되살아 났는지 온 몸에 기운이 펄펄 넘치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진도개였다. 인적 드문 뒷동산 길이라 개 목줄을 풀어 놓기도 했는데 이따금 마주치는 아주머니들이 놀라곤 해 어쩔 수 없이 줄을 묶어 함께 다녀야만 했다.

유통순이 이따금 사무실 복도의 난간에 앞다리를 걸쳐 선 채로 바깥 풍경을 내다 보는 모습을 볼때면 영락없는 호기심 어린 개구장이의 모습이었다. 혈기왕성한 진도개 유통순이 밖으로 나가 뛰어놀고 싶어하는 마음이 매번 느껴졌지만 바쁜 일을 핑계로 늘 사무실 내에서만 맴돌게 했다. 쉬는 날이 되어 함께 뒷동산에 갈 때면 어서 빨리 가자며 앞장서서 목에 묶인 줄을 팽팽하게 만들어 나를 끌곤 했다.

가끔씩 아들과 딸과 유통순을 함께 산책을 시켜줄 때면 3남매가 정답게 산길을 산책하는 느낌이 들기도 해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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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곡동 뒷산 나비동산 산책길에서 아이들과 진도개 유통순 진도개 유통순은 아이들에게 다정한 친구다 ⓒ 김도형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뒷동산을 거닐고 난 후 사무실로 되돌아 온 유통순은 나름 에너지를 다 써버렸는지 이내 잠들어 버리며, 어떨 때는 코까지 골면서 잠을 자곤 한다. 천진난만한 아이와도 다를 바 없는 진도개 유통순은 이젠 우리 가족에겐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가족이 되어버렸다.

사람으로 이루어진 가족 구성원에 어느 날 갑자기 개 한 마리가 입양되어 어느덧 자연스럽게 동물가족이 되었다. 개와 함께 살게 되면 사람은 외로울 일이 없다고 한다. 동물 중에도 사람의 감정을 가장 잘 읽어내는 동물이 바로 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룻밤 자고 나서 그 다음 날 유통순을 다시 보게 될 때면 그토록 격렬히 나를 반겨줄 수가 없다.

'그 어떤 사람이 이토록 미친듯이 나를 반겨줄까' 생각하니 한없이 정겨운 유통순이었고, 이따금 잔병치레를 하느라 힘없어 보이고 설사를 하는 날일지라도 주인이 다가오면 꼬리를 살랑거리며 한없는 애정을 표시한다. 개는 말은 못 하지만 사람의 말을 잘 들어줄 수 있는 쫑긋한 두 귀를 가졌고, 얘기를 할 때면 천진난만하게 주인의 눈을 바라보며 어떤 말이든지 모두 알아들었다는 마냥 꼬리를 살랑거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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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형곡동 금룡사에 있는 화단 진도개는 자연속에서 그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 ⓒ 김도형


300리 먼길에 떼어다 두어도 주인을 찾아 온다는 진도개라서 유통순이 더욱 믿음직스럽지만, 때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꼬리를 살랑거릴 때가 있어 잠시나마 지조가 없는 진도개라고 느낌 들 때도 있다. 그래도 사람들을 잘 따르고 순한 유통순이라서 참 대견스럽다.

개는 평균적으로 15년을 산다고 한다. 태어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고 앞으로 14년 남은 셈이다. 인간에 비해 단명이고 잛은 삶으로 정해진 운명의 진도개 유통순이어서 이따금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게 만들곤 한다. 14년 뒤면 그동안 아들과 딸도 자라서 성숙한 어른이 될 것이고, 나 또한 진도개 유통순의 목숨이 다할 날이 될 때면 적지 않은 중년의 나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진도개 유통순은 짧은 생을 살겠지만 우리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며 든든한 삶의 동반자가 된다. 그리고 진도개 유통순은 아이들이 자랄 때 정서적인 교감을 느끼게 해주며 바른 아이들로 자라는 데 도움을 주는 훌륭한 교육자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라고 느껴진다면 반려동물로서 개를 키워보기를 권하고 싶다. 사람이 가르쳐주지 못하는 감성을 가르쳐줄 것이며 한층 더 부드럽고 따듯한 아이로 만들어주게 될 것이다.

"개의 충성심은 인간과의 우정 그 이상의 어떠한 도덕적 책임감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들의 고귀한 본성이다." - 콜라도 로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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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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