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육 중인 이주노동자들이주노동자들에게 핑거볼 예화를 들려주면 어떤 반응일까? 손으로 식사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 국가 출신 이주노동자들은 핑거볼의 물을 마신 여왕을 비웃을 것이다. 자신들 국가에서는 핑거볼에 놓인 물의 용도를 모르는 고위 관료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기복
이런 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 교육에서조차진행되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우리사회가 인종차별에 대해 얼마나 둔감한지 말해 주는 지표라고 본다. 인종차별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본다.
모르고 무심히 하는 행위가 인종차별일 수 있다.
지난 19일에 프로야구 두산 외국인 타자 칸투(32)가 자신의 트위터에 고등학교 단체 사진으로 보이는 사진 한 장을 올렸다가 '동양인 비하' 논란을 일으켰었다. 사진에는 10여 명의 동양인 남성의 얼굴이 합성돼 있었는데, 사진 밑에 '어떤 학생이 자고 있나요' '쌍둥이 형제를 찾아보세요' 등의 5가지 과제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서양인들 입장에서 동양인들의 얼굴은 다들 비슷하게 보여서 그 얼굴이 그 얼굴이지 않느냐는 인종적 무시가 담겨 있다고 네티즌들이 지적하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멕시코계 미국인인 칸투는 '모든 한국 팬들에게', "오해가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고, 두산 구단은 21일 잠실구장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 한 번 사과했다. 기자회견에서 칸투는 "완벽한 내 부주의였다. 사건이 커지고 난 뒤 주의 깊게 살펴본 뒤 나 자신에 대해 너무 화가 많이 났다"고 말하고, 인종차별에 대한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기자회견 다음날인 22일, 칸투는 한화전에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전하여 연타석 홈런을 치며 매서운 타격감을 자랑했다. 이번 경우는 한국에서 취업 중인 외국인 선수, 이주노동자가 인종차별 가해자가 된 드문 경우인데, 실수였음을 호소하는 칸투를 한국사회는 상당히 너그럽게 받아들이면서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모르고 했다는데, 본의가 아니라는데, 그럴 수도 있지'하는 너그러움 속에는 인종차별을 사과 한 마디로 덮을 수 있는 가벼운 실수 정도로 보는 인식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게 미국이나 유럽에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난 4월 27일, 미국 프로농구 NBA의 LA클리퍼스 구단주인 도널드 스털링(80)이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내 경기장에 흑인과 함께 오지 마라"라고 말한 음성파일이 언론에 공개되자, NBA 사무국은 언론 보도 사흘 뒤인 30일에 전격적으로 스털링에게 인종차별 발언 대가로 250만 달러(약 26억원)의 벌금과 함께, 리그 영구 제명과 LA클리퍼스 강제 매각이라는 징계안을 발표했다.
이처럼 선진국 스포츠계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한 것도 아닌, 사적 관계에서 한 발언마저 인종차별일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인종차별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취한다. NBA 사무국이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그 사회가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반면, 우리사회는 칸투의 예에서 보듯 아직까지 인종차별에 너무 너그럽다.
인종차별에 너그러운 대한민국이라고 성토하는 이유칸투가 들으면 섭섭할 수도 있겠으나, 그가 외국인이라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 4월 프로축구 포항의 노병준 선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내일 경기 뛰다가 카누테 한 번 물어버릴까? 완전 이슈되겠지? 새까매서 별 맛 없을 듯한데"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카누테는 중국 베이징 궈안 소속의 흑인 선수다.
노병준은 논란이 일자 트위터에 "웃자고 던진 말에 죽자고 덤비면. 아무튼 뭐 오해의 소지가 있다니 삭제는 해야겠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프로축구연맹은 그에게 어떠한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던 LA 클리퍼스 구단주는 논란의 일자 바로 사과를 했고, 전립선암으로 죽음을 앞에 둔 환자요, 80이라는 고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적 발언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했다.
한편 노병준 선수의 공개적인 트위터 글과 그 후의 반응을 놓고 보면, 영구 퇴출 정도가 아니라, 포항 축구단 해산까지 갈 수 있는 수위였지만 구단 자체 징계로 포항 지역 20시간 사회봉사가 전부였다. 선수나 구단이나 프로축구연맹이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 전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체류 외국인이 많아지고, 다문화사회라고 말을 하는 우리시대에 인종차별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이야기가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종차별이 왜 나쁜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무지한 가운데 내뱉은 한 마디가 인종차별이 될 수 있는 감수성을 우리사회가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 고민과 감수성이 없이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인종차별이라는 독버섯은 우리사회를 잠식할 것이다. 인권감수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공유하기
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 교육에서 중국인 인종차별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